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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맥주들/벨기에

Gulden Draak (굴덴 드라크) - 10.5%

by 살찐돼지 2010. 10. 12.


'Gulden Draak' 네덜란드어로 '황금 용' 이라는 뜻의 맥주인데,
정확히 발음을 '굴덴 드라크' 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외관상 매우 특이한 맥주인데.. 흰색 호리병에 담긴 맥주도 그렇고,
앞부분에 그려진 맥주의 상징 황금색 용도 범상치는 않아보입니다.

'황금 용' 이라는 이름은 벨기에의 동플랜더스에 위치한
Ghent 시에 중심에 있는 건물종루에 장식된
용의 형상을 한 금색동상에서 유래한 것이라 합니다.


현재 Ghent 시의 종루에 있는 '황금 용' 동상에 얽힌 이야기로는,
12세기 초반 바이킹족의 마그누손왕이 십자군원정 때
비잔틴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현재는 터키의 이스탄불)에 들렸고,
마그누손왕은 비잔틴황제에게 이 '황금 용' 동상을 기증했다 합니다.

이는 설득력이 있는 설화로, 용의 모습을 보면 꼭 바이킹족이 사용하는
보트와 매우 흡사한 형태를 띄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지요..

그로부터 약 100년뒤 비잔틴제국은 믿었던 유럽의 십자군원정대에게
배반당해 수도를 내주게 되었는데, 이때 세워진 제국이 일명 '라틴제국' 입니다.
새 콘스탄티노플의 주인이 된 플랜더스출신의 왕은 '황금 용' 상을
자신의 고향인 플랜더스의 작은마을에 안착시켜놓았는데,

그 마을에 황금용 상이 자리잡은지 몇년 되지않아.. 브뤼헤출신의 청년들이
작은마을에서 웅장한 '황금 용' 상을 보유한사실을 못마땅하게 생각해,
마을을 야습하여 '황금 용' 상을 브뤼헤로 탈취하였습니다.

1382년 브뤼헤와 Ghent 사이에서 전쟁이 발발했고,
현재 Ghent 에 '황금 용' 상이 있는 것으로 볼 때,
그 전쟁에서 누가 승리했는지 알 수있는 대목입니다.

어쨌든 전쟁으로 시작한 역사를, 전쟁으로 마무리짓는 '황금 용' 동상이군요.


 전쟁과 찬탈으로 얼룩진 '황금 용' 의 역사와,
10.5% 라는 알콜도수를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맛을 예상하니
왠지 만만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벨기에식 트리펠(Trippel)맥주이자, 발리 와인(Barley Wine)으로도 분류되는
'Gulden Draak' 에서는 짐작만큼 독하거나 강한느낌이 별로 없었습니다.
10.5% 이기 때문에 알콜의 맛과 향은 숨길 수 없었지만..

 동일수치의 다른 맥주들에 비하면 미력한 수준이었고,
느낌에서 톡 쏘는듯한 돌출된 개성보다는 부드러운 질감과
묵직하다고 평가하기는 힘든 무게감을 포함했다고 보았습니다.

맛 부분의 소감을 말해보면.. 쉽게 한국에 있는 벨기에 맥주로
빗대어 설명하면 '레페 브라운 + 듀벨' 스러운 맛이었습니다.
부드럽게 입에 닿는 느낌과, 단 맛은 '레페' 를 닮았고,

그 단맛과 함께 맥주에서 투톱을 이루며 활약하는 과일같은 맛,
그리고 알코올의 존재감등이 꼭 '듀벨' 을 연상케 하였습니다.

마시고 나서 든 생각은 '괜히 겁먹었다 !' 였을 만큼,
겉은 강해보이지만, 내면은 부드럽고 친숙했던
'외강내유' 형 맥주였다고 마무리짓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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