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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맥주들/덴마크

Mikkeller It’s Alive! (믹켈러 잇츠 얼라이브) - 8.0%

by 살찐돼지 2014. 10. 14.


덴마크의 믹켈러(Mikkeller)에서 취급하는 잇츠 얼라이브(It's Alive!)는

벨지안 와일드 에일(Belgian Wild Ale)이라 불리는 맥주입니다.


와일드 에일(Wild Ale)이란 매우 미국 크래프트 양조계 적인 단어로

람빅(Lambic)이나 플랜더스 레드(Flanders Red) 류의 맥주 효모가 아닌

Brettanomyces 와 같은 Wild Yeast 를 사용한 맥주를 지칭합니다.


정작 본국 벨기에에서는 와일드 에일(Wild Ale)이라는 단어가

잘 보이지는 않지만(불어/네덜란드어를 쓰는 벨기에다 보니..)

어쨌든 영어가 익숙한 한국인들에겐 의미가 확실히 통하는 용어긴 합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믹켈러(Mikkeller)의 맥주들 -

Mikkeller Big Worse (믹켈러 빅 워스) - 12.0% - 2010.11.10

Mikkeller 黑 (믹켈러 흑) - 17.5% - 2010.12.20

                               Mikkeller Monk's Elixir (믹켈러 몽크스 엘릭서) - 10.0% - 2013.03.10

Mikkeller Hop Burn Low (믹켈러 홉 번 로우) - 10.0 - 2014.03.24


믹켈러(Mikkeller)의 It's Alive 에 관련한 서술에 따르면

이 맥주의 동기가 된 맥주는 벨기에의 트라피스트 맥주인


오르발(Orval)로 오르발을 접해보신 분들께서는 이미 아시겠지만,

정말 Brett 스러운 말안장, 젖은 가죽, 건초, 곰팡이 등등의 풍미로

두벨/트리펠 위주의 다른 트라피스들과는 확실히 차이를 보여줍니다.


알코올 도수 8%에 easy-to-drink beer, with a lot of hops 라는

대목이 제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는데 이걸 그냥 믹켈러의 말장난으로 받아들일까

Brett 풍미+ 다량의 홉+ 8% 알코올= Easy Drink 혁신을 실현시켰을지.. 궁금하기는 합니다. 


맥주 양조는 덴마크가 아닌 믹켈러의 오랜 위탁 양조 친구인

벨기에의 De Proef 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오르발(Orval)의

영향을 받은 맥주이니 벨기에 De Proef 가 적격이기는 하네요.



발포성 탄산으로 인해 거품이 매우 풍성하게 일어났지만

거품의 입자가 매우 크고 성긴편이라 유지력은 별로입니다.

Wild Ale 쪽에서 거품으로 맥주를 평가하는건 의미없긴 하죠.


색상은 구리색에서 옅은 호박색을 띄며 맑은 편입니다.


맛과 향 표현에 있어서 평소와는 매우 다른 단어들이 나올 것 같은데

건초나 허브와 같은 상쾌하면서도 식물스러운 향이 먼저 납니다.

아무래도 독일과 슬로베니아 출신의 홉 향이 아닐까? 사려되네요.


오랫동안 방치된 지하실 냄새같은 곰팡이의 퀴퀴함은 세지 않습니다.

그런 류의 퀴퀴함보다는 다소 정제된 듯한 느낌으로

지하실에 방향제를 뿌렸으나 향기로움과 곰팡이 냄새가 뒤섞인 듯한

오묘한 향으로 다가오며 약간 고무/지우개와 같은 향도 풍깁니다.


향에 적응되다보면 벨기에 에일의 과일 에스테르(Ester)가

전달되는데 바나나와 잘 익은 과일과 같은 형태로 다가옵니다.


마실 때 입안에서 터지는 탄산 존재감은 거의 없습니다.

입에 닿는 느낌에서 질척이거나 거슬리는 끈적함은 없이

역시 Wild Ale 계열 답게 질감이나 무게감 쪽에서는

8%의 도수에 비해서 매우 가볍고 연한 성질을 지녔습니다.

Easy Drinking 의 대목이 여기서 확인되는군요.


 It’s Alive! 에서 우선 제외되는 맛은 맥아적인 단 맛입니다.

카라멜이나 토피, 시럽, 꿀 등의 단 맛은 나타나지 않습니다.


Wild Ale 하면 람빅 등이 거론되기 때문에 신 맛이 작렬할 것 같지만

It’s Alive! 에서는 식초나 요거트 등의 산미가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연하고 개운한 바탕에 야생 효모나 홉 등의

온갖 낯설고 독특한 맛들이 활개치는 맥주라고 보면 됩니다.

단 맛이 없으니 더 직선적으로 드러나는 것은 덤입니다.


밝은 색 맥아를 통으로 깨물었을 때 나타나는 껍질의 맛과

갈려진 맥아 가루의 고소함이 어느정도는 깔려있는 맥주였으며,


지하실, 젖은 가죽 등의 곰팡이 냄새는 강력하지는 않지만

허브/풀과 고무 사이를 오가는 향긋하면서도 떫은 맛과

와인류에서 나오는 탄닌의 떫은 맛도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후반부에서 드러나는 씁쓸한 맛도 여운이 꽤 긴 편이었으며

8.0% 이지만 알코올에서 나오는 술 맛도 없었습니다.


믹켈러가 설명한  easy-to-drink beer 라는 의견에는

반은 공감하고 반은 어림 없는 얘기처럼 들립니다.


우선 깔끔하고 매끈하게 떨어지는 묵직함이 없으면서

탄산이 거슬리지 않기 때문에 마시기는 매우 편합니다.

알코올 맛도 없어 8% 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고요.


하지만 누가 맥주에서 이런 맛이 나올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냐는 것이 관건이며 산미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매우 이색적이고 특이한 맛이 우세한 맥주였기에

마시기 편한 질감과 무게감이어도 맛은 전혀 쉽지 않습니다.

식감은 살살 녹고 부드럽지만 맛은 고약한 블루 치즈 같은 느낌입니다.


 easy-to-drink beer 라는 평은 어디까지나 돌+아이로 유명한

믹켈러의 맥주들을 마시는 비슷한 부류의 소비층을 대상으로 한 말로

페일 라거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easy-to-drink beer 라고 얘기하면 뺨 맞습니다.


엄청나게 맛있다는 느낌은 들지는 않지만 매우 특별한 맥주로

괴상한 맥주를 찾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It’s Aliv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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