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가별 맥주들/영국

Black Death (블랙 데스) - 5.2%

by 살찐돼지 2010. 6. 24.


오늘은 매우 희한한 맥주하나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영국의 'Fallen Angel (타락천사)브루어리'라는 작은브루어리 출신의
Black Death (흑사병) 맥주입니다.

브루어리 & 맥주의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은
맥주의 정체는 '매운 맥주' 입니다.
단 맥주, 쓴 맥주, 상큼한 맥주, 고소한 맥주는 들어봤어도
매운 맥주는 처음접해보는데,

기본 귀리 스타우트 베이스에
세계에서 가장 맵다고 알려진
'나가 졸로키아' 라는 고추를 첨가하여
만들었다고 설명되어지고 있는 맥주입니다.


맥주에 고추를 첨가하는것은 한국에서 벌주를 만들 때,
맥주에 고추냉이를 넣는 맛과 비슷할까??? 라는 의문이 드는데,

맥주의 전면 하단에 적여있는 주의(Warning) 를 읽어보면,
' 이 맥주는 익스트림한 맥주로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를 첨가하였습니다.
나가 졸로키아는 850,000 스코빌(매운맛 측정단위)을 기록하며
이 맥주를 구매하여 마신것은 당신의 동의하에 이루어 진것이기에
타락천사브루어리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

참고로 맵다고 잘 알려진 하바네로가 약 577,000 스코빌을 기록한다는데
나가 졸로키아는 하바네로에 1.5배에 해당하는 매운맛을 함유했네요..

구매 할때는 호기심때문에 덥석 집었지만..
이제 마셔야 할 순간이 찾아보니 두려움이 앞서는군요..
그래도 제가 매운것을 잘 먹는 한국인이기는 하지만.....

맥주 리뷰를 작성하면서.. 매운맛을 걱정하게 될거라는 상상은
정말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조심스럽게 한 잔 마셔 본 후, 바로 튀어나온 말이 '열여덟' 이었습니다.
이놈들이 먹는거 가지고 장난을 쳤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더군요.

향기부터가 칠리로 범벅된 향이며, 색깔은 스타우트 바탕이라 검은색이지만..
   용액의 농도가 스타우트처럼 부드럽고 진한느낌이 아닌...
뭔가 걸쭉하고 질은느낌이 나더군요..

맛은 보나마나 한국스타일의 고추맛이 아닌...
인도나 멕시코 쪽의 작고 뚱뚱한 고추에서 나는 매운맛이 나며,
고추의 싸한 매운맛이 입안에서 점점 퍼지면서
점점 입안을 마비시키는 느낌입니다.

한 두모금은 견딜만하지만..
모금을 거듭할 수록 매운맛을 견디는 한계치에
점점 도달해 가는듯한 느낌입니다.
맥주의 맛??? 없습니다.

맥주맛을 표현하기 위해 비교를 하면서
붉닭, 매운 낙지볶음 등을 예로 들줄은 몰랐는데,
그것들에 비해서 맵지는 않았습니다.

땀을 좀 흘렸지만... 정말 매운것을 먹으면
가만있지 못하고, 물을 찾게 되고, 방방 뛰며, 땀 범벅이 되는데..
그 수준 까지 다행히 도달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인인 저는 어느정도 견딜만 했지만..
비빔밥만 먹어도 맵다고 울부짓는 영국인들을 대상으로
이런 맥주를 만들 생각을 했는지...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완벽히 잔을 비우고 나서 떠오른 생각은..
오히려 이 맥주가 겨울에 몸을 따뜻하게 해주는
윈터 에일(Winter Ale : Bock)에 더 잘어울릴 것 같군요 ㅋ~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