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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맥주들/덴마크

To Øl Sans Frontiere (투 욀 산스 프론티에르) - 7.0%

by 살찐돼지 2013. 2. 26.

 

투 욀(To Øl) 은 덴마크 출신 Tobias Emil Jensen 과

Tore Gynther 라는 청년이 2010년 결성한 그룹으로

 

덴마크의 유명 크래프트 브루어리인 믹켈러(Mikeller)의

설립자 Mikkel Borg Bjergsø 의 제자들입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산스 프론티에르(Sans Frontiere)는

벨지안 IPA + Brettanomyces 균의 합작품으로..

Brettanomyces 는 1차 발효 후 병입시에 첨가되었습니다.

 

Brettanomyces 는 람빅이나 베를리너 바이세에 투입되는

박테리아의 일종으로서 특유의 산미를 맥주에 부여합니다.

 

벨지안 에일 + IPA + Brettanomyces 의 결합이라..

프론티어(Frontier)라는 이름이 진정으로 어울립니다.

 

 

2005년부터 Mikkel Borg Bjergsø 와 수련을 쌓은 그들은

머지않아 Mikkel Borg Bjergsø 가 믹켈러(Mikeller)를 창업하고

승승장구 할 때에도 여전히 때를 기다리며 내실을 다졌습니다.

 

2010년 드디어 To Øl 이라는 이름으로 첫 상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여전히 형체가 있는 양조장을 가지지는 않은 To Øl 입니다.

 

'양조장이 없는데 어떻게 맥주를 만드느냐?' 에 관한 답변은

To Øl 과 그들의 스승인 Mikkeller 의 그간 행적을 보면 알 수 있는데,

 

집시(Gypsy), 노마드(Nomad) 브루어리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그들은 

다른 양조장에 대금을 지불하고 본인들만의 맥주를 만들어

저작권(레시피)이 속하는 자신들의 라벨을 붙여 유통하는 형태입니다.

 

일종의 Contract Brewery 의 하나로 국내에서는 크래프트 웍스 탭하우스나

맥파이(Magpie) 등이 일반면허가있는 카브루(Ka-brew)에 레시피를 주고 

양조케하여 자신들의 저작권하에 맥주를 펍에서 판매하는 것과 같습니다.

 

To Øl 과 Mikkeller 의 맥주를 양조해주는 곳은 의외로 덴마크가 아닌

벨기에에 있는 De Proef Brouwerij 라는 곳으로 Ratebeer.com 에 나온

De Proef Brouwerij 가 생산하는 맥주 목록들을 보면 기가 막힐겁니다.

 

어쩌면 De Proef Brouwerij 는 실험적인 맥주가 탄생하는 한국 홈브루잉의

공방과 같은 성격이나, 그 스케일은 상업적인 스케일로 진화한 것이며,

더불어 유럽 크래프트 브루어리들의 질적 성장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봅니다.

 

 

살짝 탁하지만 밝은 톤의 구리빛을 발하고 있었으며,

병 속 재발효를 거친 벨기에 스타일 맥주답게 풍성한 거품과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거품 유지력(Retention)을 뽐냅니다.

 

향에서는 확실히 치고올라오는 홉의 과일과 같은 향기가 있지만

미국식 홉의 시트러스(Citrus) 계열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꽃, 허브, 송진 등의 특성을 지닌 홉의 향기가 돋보였습니다.

 

게다가 벨기에 효모의 향기도 홉에 굴하지 않고 상당히 드러났으나,

반면 산미(Sour,Tart)의 존재감은 다소 떨어졌습니다

 

병속 재발효를 거치는 벨기에 에일들에서는 간혹 과한 탄산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는데, To Øl Sans Frontiere 는 그렇지는 않았네요.

 

무게감은 가벼움-중간(Light-Medium Body)에 속했으며,

조금의 맥아의 부드러운 질감이 전달되기는 하지만

7.0% 라는 도수에 비해면 꽤 가볍게 마실만한 맥주였습니다.

 

맛에서는 홉과 벨기에 효모 특유의 맛이 경합을 벌였는데,

살짝 카라멜 맥아의 단 맛이 초반에는 감돌기는 하지만

이내 벨기에 효모의 바나나스러운 에스테르가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약간 단 캔디용 설탕의 맛이 느껴지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벨기에 효모의 지배력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허브나 풀, 솔과 같은 투박한 홉의 맛이 전달되지만

씁쓸한 홉의 기운은 입을 괴롭힐 정도로 산재하진 않았습니다.

 

향에서는 홉이 조금 더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면

맛에서는 벨기에 에일 효모와 홉이 호각을 이루었으며,

Brettanomyces 에 의한 산미는 정말 존재감이 미미합니다.

 

솔직하게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마신다면 그냥 벨지안 IPA 같으며,

Brettanomyces 균을 1차 발효때부터 투입했다면..

To Øl Sans Frontiere 는 완전히 달라진 맥주가 되었을겁니다.

 

어디까지나 저의 취향에서는 벨기에 에일 효모의 맛은 뚜렷했지만..

벨지안 IPA 라는 타이틀을 붙이기에는 홉의 쓴 맛이 미약했습니다.

 

벨지안 IPA 라는 장르 자체가 흔한 종류는 아닌지라.. 국내 맥주팬들에게는

경험한 것 자체에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고 여길 수도 있으나,

정보를 듣고 To Øl 에게서 뭔가 엄청난 파격적인 것을 기대했다면

 그 기대에 못미쳤다고 크래프트 맥주 팬들에게 전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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