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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맥주들/벨기에

Gruut Bruin (그루트 브륀) - 8.0%

by 살찐돼지 2013. 4. 19.

 

맥주 양조에서 홉(Hop)이라는 재료는 필수 불가결한 재료로

쓴 맛 창출, 방부 효과, 거품 유지력 상승, 맥주 향 촉진의 효과 등으로

세계의 99% 이상의 맥주 양조장들이 빼지 않고 사용하는게 홉입니다.

 

그러나 99%가 아닌 1%에 해당하는 홉을 쓰지 않는 양조장도 존재하는데,

벨기에 헨트(Ghent)에 소재한 Gentse Stadsbrouwerij 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Gentse Stadsbrouwerij 의 맥주 브랜드 명인

그루트(Gruut)는 영어로 그루이트(Gruit)라고 불리는 혼합 허브로서

 

중세 유럽에서 홉이 맥주의 재료로서 정착하기 이전에

맥주의 향을 가미하는 재료로서 주로 사용되었다고합니다.

 

 

중세시대에는 벨기에 헨트(Ghent)시를 관통하는 Leie 강을 기준으로

우측 강변에 위치한 양조장들은 홉(Hop)을 사용한 맥주들을 취급했고,

프랑스의 지배를 받은 서쪽지역 양조가들은 Gruut 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중세 헨트(Ghent)의 통치자는 맥주에 부과하는 세금을

양조장이 사용한 Gruut 의 양에 따라 차등으로 매겼다고하네요.

 

Gentse Stadsbrouwerij 에서는 Gruut 를 쓴 맥주를

건강에 좋은 맥주였다고 칭송조로 언급하고 있지만..

 

1516년 독일의 맥주 순수령에 홉(Hop)을 맥주의 재료로 명시된 까닭은

16세기 이전에는 야생허브/Gruut 등을 맥주에 잘못 사용하여

병에 걸리거나 심지어 사망하는 사람들이 발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맥주 순수령과는 관계없는 벨기에일지라도 근대이후

Gruit 에서 홉(Hop) 맥주로 대부분의 양조장이 전환된 것은

맥주에 기여하는 홉의 탁월한 효능이 진리로서 인정받았기 때문이죠.

 

만약 중세 유럽에 조직화되고 전문적인 Gruut 채집꾼 & 연구 집단이

길드로서 여럿 형성되었다면 맥주는 지금과 많이 달라졌을 수도 있겠네요. 

 

그루트 브륀(Gruut Bruin)의 바탕이 된 맥주 스타일은

두벨(Dubbel)로서 짙은 갈색을 띄며, 마치 식혜의 밥알 같은 수준으로

맥주 안을 헤엄치는 효모 덩어리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향은 꽤나 난해한데.. 우선 두벨(Dubbel)에 사용되었을

어두운 색 맥아의 달달한 카라멜과 넛트 향이 감지되었으며,

약품스러운 벨기에 효모 특유의 냄새가 코에 와닿습니다.

 

그리고 축축해진 나뭇잎이나 숲에 서식하는 버섯같은 향도 있네요. 

이런 류의 향은 익숙치 않은터라 표현이 어렵습니다.

 

탄산 기운은 적어 청량감과는 거리가 먼 스타일의 맥주고

부드럽지만 점성이 찐득한 맥주는 아니었으며

혀를 짓누르는 중압감으로 무장된 맥주도 아니었습니다.

정상적인 두벨(Dubbel) 스타일의 범주안에 들어갔습니다.

 

Gruut Bruin(그루트 브륀)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맛은

페놀(Phenol)이라 사려되는 쿰쿰한 약품스러운 맛으로서

처음에는 단지 효모에서 비롯한 과한 맛이라고 여겼었지만..

 

마시면 마실 수록 Gruut 의 맛이 효모의 맛과 동반해서

마치 화학약품이나 반창고의 거즈 부분스런 맛이 드러납니다.

 

비록 카라멜/넛트스러운 맥아적인 단 맛, 고소함 등이

맥주 안에서 나름의 분전을 펼치고 있다고는 하지만..

워낙 부정적인 에탄올스런 Spicy 함이 강한지라 소용없네요.

 

오늘 마신 맥주가 생각보다 괜찮으면 동일 양조장에서 생산된

벨지안 골든 에일 + Gruut 맥주를 시음해보려고 했으나..

왠지 꺼려지는, 그냥 한 번으로 족한 맥주라고 판단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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