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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시음기

[2015.09] Pilsner Urquell (필스너 우르켈) - 4.4%

by 살찐돼지 2015. 9. 20.


최근 2~3년 내 국내 수입 맥주의 범람에 의해 정말 좋은 맥주들도

경험치 획득이라는 미명에 의해 한 번 마셔지고 버려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시 쓰는 시음기를 계획한 까닭은 좋은 맥주에 관한 재조명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입 맛의 변화에 의거한 평가의 유동성,

맥주 역사, 시음, 양조에 관한 지식의 습득으로 인한 넓어진 시각,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옛 추억을 다시 되새겨보기 위함으로 시작합니다.




- 2009년 6월 29일의 필스너 우르켈 시음기 -


국내에서는 이제 잦은 마트 행사로 인해 꽤나 유명도가 쌓인 맥주이자

초보자들의 맥주 추천요청에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맥주인

체코 필스너의 대명사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입니다.


저는 이 블로그의 완전 초창기이자 맥주를 갓 시작한 시절인

지금으로 부터 6년전인 2009년에 이 맥주에 관한 시음기를 남겼습니다.


당시는 필스너 우르켈이 그렇게 까지 맥주 역사에 있어서

한 획을 그은 맥주인지도 몰랐고, 독일 옆나라 맥주인 줄 알았죠.


위의 사진은 2009년 6월 독일 체류 시절에 촬영한 것으로

우리나라 수출품에는 없는 금박이 병 목부터 상단까지 감싸져 있습니다.




맥주는 역시 필스너 라거답게 맑은 자태를 뽐내더군요.

라거에 있어서는 이상적인 금빛 색상을 드러냈습니다.


2009년의 시음기에는 (사실 시음기라 하기도 민망하지만..)

향긋한 호프의 향이 마시기전 올라온다는 언급밖에 없으나..


지금 다시 느껴본 바로는 홉이 향긋하게 나타나기는 하나,

감귤/열대과일/솔 등등의 짜릿하고 찌르는 향긋함이 아닌


유럽 대륙계 홉(독일,체코,슬로베니아) 등에서 자주 발견되는

은은한 꽃 향이나 허브, 풀 등등의 식물스러운 향이 있고,

홉에 코가 익숙해지면 고소한 곡물스러움이 전달됩니다.



처음엔 쌉쌀하지만 적당한 탄산감이 주는 상쾌함과

끝에 남는 고소함의 박자가 잘 맞는 것 같다.


시간이 지나 다시 마셔본 필스너 우르켈에관한 소감은

탄산감이 있기는 하나 상쾌할 정도로 청량하진 않았고,


여전히 처음에 쌉쌀함이 느껴지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체코 필스너가 가끔 둥글둥글한 쓴 맛을 낸다는 말이


조금씩 와 닿기 시작한 것이 인디아 페일 에일(IPA)류를

접한 미각에 의해 필스너 우르켈에서 접할 수 있는 쓴 맛은

샤프하다는 생각이 아닌 완만한 쓴 맛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잦은 시음으로 미각의 IBU 에 둔해진 결과라 봅니다.


더불어 쓴 맛에 둔감해지다 보니 보이지 않았던 맛들이 포착되는데,

약한 수준의 콘시럽스러운 단 맛이나 곡물 빵의 단 맛이 느껴집니다.


그래도 확실한 것은 필스너 우르켈이 쓰지 않은 맥주는 아니며,

특히 페일 라거 위주로 시음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중간보스 이상은 됩니다.


강하고 진한 맥주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제 도수는 4.4%에 지나지 않으며,

진하고 강한 맥주가 꼭 높은 알코올 도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좋은 예 입니다.


시간이 지났어도 부정할 수 없는 잘 만든 맥주임에는 틀림이 없으며

대형 마트를 넘어 편의점에서도 항시 세일하는 맥주가 된 것도 신기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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