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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맥주들/대한민국

[700 번째 맥주] 7 Bräu India Pale Ale (세븐브로이 인디아 페일 에일) - 5.5%

by 살찐돼지 2012. 11. 29.

 

700 번째 맥주로 제가 택한것은 7 Bräu의 인디아 페일 에일(IPA)로

단순히 700 과 숫자 7의 관련성을 바탕으로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한국 맥주史 에 있어서 존재만으로 한 획을 그은 7Bräu의 IPA 인데,

세븐브로이는 강원도 횡성에 위치한 국산 마이크로 브루어리로

보도자료에 따르면 77년만에 최초로 탄생한 맥주 양조장입니다.

국내에서는 3 번째로 제조/유통이 가능한 일반 면허 양조장이기도하죠.

 

엄밀히 따지면 최초의 마이크로 브루어리라고는 하기 어려운데,

일명 하우스 맥주집이라 불리는 캐슬 프라하, 바네하임, 옥토버페스트 등은

자체 가게 내에서 양조할 수 있는 제조면허는 가지고 있지만

동일 사업자 영업장 외 문 앞의 소매점에도 판매할 수 있는 유통면허는 없습니다.

 

유명 하우스맥주집의 맥주들을 편의점, 마트 등에서 볼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인데.. 정부에서 마이크로 양조장 맥주의 외부판매를 불허한 이유는

 

[업체 간 과당경쟁으로 무자료 불법거래 등이 발생해 세원관리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살균 처리하지 않은 소규모 맥주는 변질가능성이 있다는 이유] 입니다.

 

세븐브로이는 하우스 맥주집들과는 다르게 유통까지도 가능한 면허를 취득하여

우리가 대형마트나 일반 펍 등지에서 접할 수 있는 것입니다.

 

 

더불어 맥주는 저도수의 발효주류임에도 고도수의 증류주들과

같은 세율인 72%가 매겨지며(교육세로 주세72%의 30%, 부가세10%별도),

소규모 하우스맥주 양조장들은 일년간 생산량에 있어서도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양조장을 세우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일반 면허를 얻기 위해서는

전발효조 50kl 이상, 후발효조 100kl, 도합 150kl 이상의 제조시설을 갖춰야하는데,

이는 2011년 2월 이후로 완화된 것으로 그 전에는 전발효조 925kl, 후 1850kl 였습니다.

하지만 맥주 산업에 뛰어들기에는 여러모로 진입장벽이 여전히 높은게 사실입니다.

 

일반면허 맥주 양조장을 설립하기 위한 과정을 아주 간략히 설명하면

우선 공장을 지을 땅이 필요하고 공장을 건설합니다.

그 후 맥주를 만드려면 필요한 당화조, 발효조, 저장조, 필터 등등을 설비하고

맥주를 저장할 통(케그,Keg)들과 재료들을 해외로부터 구매해야합니다.

[캔/병 맥주를 만든다면 캔/병 라인 장비를 별도로 들여와야하죠]

 

그래요, 이 과정까지는 고마우신 투자자들의 도움 덕분에

몇 십억을 들여 맥주 양조장을 완공하고 면허를 얻었다고 합시다.

 

소규모 양조장의 맥주들은 맥아를 100% 사용한 맥주이며,

대기업에서 밝히길 그들의 맥주들은 70% 이상의 맥아가 사용된다합니다.

 

소규모 양조장에서 한정된 시설량을 갖추고 만드는 맥아 100%의 맥주와

대기업의 공장에서 양산하는 맥아 70% 이상의 맥주에는 동일한 세율이 책정되는데

이는 두 맥주들의 가격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설명하지 않아도 아실거라 믿습니다.

 

맥아보다 단가가 더 비싼 재료는 홉(Hop)인데 소규모 양조장에서

홉의 사용량이 많은 필스너, 페일 에일, IPA 맥주를 만든다면

맥아함량에서 오는 것 보다 더 많은 가격의 차이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양조장을 건설했으니 수익은 내야죠.

맥주를 만들어서 판매합니다. 맥주 영업을 실시했는데,

한국 사람들이 소규모 양조 맥주, Craft Beer 에 관한 이해가 없습니다.

 

기존 라거 중심의 맥주들과 차별되는 새로운 에일맥주를 출시하니

 모르겠다는 반응입니다. 국산이면서 가격은 왜이리 비싸냐고 합니다.

다행히 이태원과 같은 외국인 밀집지역에서는 통하여 그곳 중심으로 영업합니다.

[실제로 세븐브로이, Ka-Brew ,몇몇 크래프트 맥주 수입사의 주 활동무대는 이태원입니다]

 

낮은 인지도와 적은 수요때문에 시민들에게 PR 할 수있는 최적의 공간인

대형 마트, 편의점에 납품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납품이 된다해도 얼마나 선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세븐브로이 IPA 캔 6EA 15,600원, 국산캔맥주 6EA 7,600원)

 

 

앞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아주 부정적으로 적기는 했지만

그나마 위안인 것은 확실히 한국 소비자들이 맥주를 즐기는 수준이

 전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기에 좋은 맥주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취하기 위해 마시는 습성보다는 적당히 즐기면서 마시는 문화,

자신이 마시는 술에 관해 알아보려고 노력하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은

최근 수입맥주 시장 성장에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국내 맥주 시장 성장과 문화 발전에 있어서

외국 대기업의 맥주들이 주인공이 아닌 국내외 크래프트(Craft) 맥주 중심으로,

궁극적으로는 더 많은 국내 소규모 양조장들이 육성되고 출현했으면 합니다.

 

세븐 브로이(7 Bräu)는 기준이 완화된 2011년 2월에서 8개월 후인

2011년 10월 일반면허를 취득하였고, 2012년 2월 처음으로 Draft 맥주를 출하했습니다.

2012년 10월 세븐브로이 IPA 로서 Home+ 마트에 캔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첫 캔 제품으로 어느정도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필스너, 스타우트, 바이스비어가 아닌 사람들에게 낯설 수있는

인디아 페일 에일(IPA)을 낸 것은 상당히 패기 넘치고 파격적인 도전이라 봅니다.

 

제가 300,400,500 번째 맥주를 리뷰할 당시만해도

세븐브로이 IPA 캔맥주의 출시는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에,

지금 제 앞에 놓인 세븐브로이 IPA 캔을 바라보면 신기할 따름입니다.

 

(위에 기술된 내용 가운데 부정확한 사항이 있다면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색상에서는 짙은 구릿빛 - 옅은 붉은색을 띄며 약간 탁했습니다.

 

향에서는 홉에서 기인하는 새콤하면서 꽃과 같이 향기로운 내음이

아주 강하지는 않지만 은은하게 피어오르는게 느껴졌고,

더불어 구워진 빵과 같은 고소한 향기도 일면에서 접해졌습니다.

 

질감이나 무게감 부분에서는 가볍고 연함보다는

진득한 점성과 부드러움, 약간 가라앉은 무게감을 선사하는데

마시기 어려운 수준은 전혀 아니었지만

국산 맥주에서는 그간 찾아 볼 수 없었던 성향이었습니다.

 

세븐 브로이의 IPA 를 마시면 밑으로 깔리는 맥아의 단 맛(Malty)과

위로 뜨는 듯한 홉의 특징(Hoppy)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우선 카라멜 맥아에서 오는 단 맛과 함께 찾아오는

토스트나 비스킷스러운 고소함이 발견됩니다.

 

이후 홉의 플로랄한 풍미와 씁쓸함등이 출현하는데,

홉의 캐릭터가 강한 편은 아니어서 후반에 남기는

홉의 씁쓸한 여운 등이 길게 남는다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미국식 IPA 에서 주로 발견할 수 있는 시트러시(Citrus)나

열대 과일과 같은 상큼함, 강력한 쓴 맛이 위주가 되기 보다는

전반적으로 맥아와 홉의 균형을 맞추려 한듯한 느낌이 듭니다.

   

국내에 출시된 인디카(Indica)나 Ka-Brew 의 IPA 에 비하면

홉의 특징이 분명 약한것은 사실이기에 몇몇 매니아들은

페일 에일(Pale Ale)에 가깝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븐 브로이에서는 그들의 IPA 가 미국식이라는

언급보다는 영국식이라는 설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

영국의 대표적인 대중적 IPA 들인 그린 킹, 듀카스 등과 비교했을 땐

 영국식 IPA 라 불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적인 IPA 라고 칭한다면 어떨까 생각하는데,

분명 매니아들에게는 뭔가 아쉽지만.. 아직 홉이 익숙하지 않은

대중들에게 캔 맥주로 접근할 때는 이정도가 적정수준이라 판단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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