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라는 나라는 우리나라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술을 좋아하는 나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맥주는 기네스(Guinness)나 조금 더 가면
킬케니(Kilkenny) 이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는데,
특히 아일랜드 쪽 소규모 양조장은 국내에 사례가 적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아일랜드의 Eight Degrees 양조장은
아일랜드 남부 Mitchelstown 에 위치했습니다.
오늘 시음할 Sunburnt 는 잘 안 알려진 아일랜드 양조장에서 만든
국내에는 잘 안 알려진 Irish Red 라는 스타일을 지향합니다.
다만 Eight Degrees 에서 서술하고 있는 컨셉 설명이나
재료, 스펙 등을 파악하면 정석적인 Irish Red 라기 보다는
그들 말로 modern twist 가 가미된, 즉 변주가 있는 제품으로
미국과 뉴질랜드의 홉의 사용과 IBU 가 무려 69 라는게 눈에 띕니다.
본래 Irish Red 는 카라멜과 토스트, 견과 등의 맛이 은은하게 나야할 것 같지만
Sunburnt 는 느낌만 봤을 땐 굉장히 홉이 강조된(Hoppy) 맥주 같아 보입니다.
붉은색과 밤색에 걸쳐있다고 보았습니다.
우선적으로 느낀 향은 자몽, 감귤 등의 과일이 있지만
압도적이라고 생각되진 않았고, 한 켠에 카라멜이나
곡물 비스킷 류의 달고 고소한 향이 나타난 듯 했습니다.
탄산은 많지 않습니다. 살짝 무딘데 그게 어울립니다.
질감이나 무게감은 도수에 비해 좀 더 차분하고
안정적인 감촉으로 마시기 어렵지 않습니다.
Irish Red 가 맥아적 성향이 더 있는 타입이긴 하나
그렇다고 맥아 단 맛이 진득하게 남지는 않는다고 봤는데,
일단 Sunburnt 에서도 기본으로 깔리는 맥아 단 맛은
살짝 있는 정도로만 나타났고 카라멜을 연상시킵니다.
이후 홉에서 나온 새콤함과 알싸함이 공존하는데,
감귤류의 상큼함이 있고 한 편으로는 허브나 흙 등의
영어 표현으로는 Earthy 하다고 일컫어지는 맛이 있네요.
아메리칸 페일 에일이나 IPA 처럼 새콤하진 않습니다만,
되려 그것이 Irish Red 의 본질을 해치지 않는 것 같네요.
생각보다 높았던 IBU 는 마실 때는 잘 모르겠지만
마시고 나면 입에 남는 쓴 맛이 어느정도 포착됩니다.
그리고 은근 고소한 비스킷 빵 맛으로 마무리 되네요.
살짝 홉이 강조된 Irish Red 의 특징을 과하지 않게
살렸다고 보며, 시도해볼 가치는 충분하다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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