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의 세종(Saison) 이라는 맥주가 여름 농번기에
농사일을 하던 농부들이 마시던 맥주에서 유래했다면,
그리셋(Grisette)은 벨기에와 프랑스 국경에 걸친
광업지역에서 유래한 맥주로 세종과 출신지는 같으나
주로 마시던 대상이 농부-광부라는 부분이 다릅니다.
엄밀하게 이야기하면 Grisette 은 광부들의 맥주였기에
세종처럼 Farmhouse Ale 이라 부를 수는 없겠지만,
맥주 자체는 유사하기에 팜하우스 쪽에 묶이긴 합니다.
주로 시음하던 사람들이 광부라는 부분에서는
독일의 도르트문더 엑스포트와 닮은 점은 있네요.
그쪽은 에일이 아닌 라거맥주이긴 하지만요.
- 블로그에 리뷰된 그린 벤치(Green Bench) 양조장의 맥주 -
Green Bench Phasma Saison (그린 벤치 파스마 세종) - 5.8% - 2019.06.16
미국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 Green Bench 에서는
브렛(Brett) 야생효모만 100% 발효에 이용했습니다.
더불어 곡물 레시피에는 호밀, 스펠트밀, 메밀, 귀리 등등의
사실상 보리 맥아 + 멀티 그레인 맥주를 만들었습니다.
도수가 4.3% 이니 많은 양은 아니고 보리 맥아 대부분에
조금조금씩 넣은 수준이겠고, 원초적인 맥주의 형태는
여러 곡물들에서 뽑아낸 당물을 야생에서 발효했을겁니다.
Wild Ale 이라는 말은 야생 효모(Wild Yeast)를 이용해서
만든 맥주를 칭하지만, 이번 맥주는 뭔가 느낌 그대로의
야생적인 요소가 강할 것 같은데, 도수가 4.3 % 라서
상당히 절제되어 나올 것이라는부분이 흥미롭습니다.
탁하고 밝은 금색, 레몬색이라 보았습니다.
쿰쿰한 브렛(Brett) 향이 아주 강하지는 않게 풍겼으며,
고소하면서도 살짝 떫으면서 화한 느낌까지 있는
곡물의 향과 약간의 허브, 풀 류의 향이 인상적입니다.
향의 세기는 전반적으로 강하진 않고 은은한 편이었네요.
탄산감은 많은 편으로 청량함은 아니어도 탄산기가 있습니다.
질감이나 무게감은 가볍고 순하며 연하게 설계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알콜도수가 4도 초반이니 무겁기는 어렵겠네요.
맥아적인 단 맛은 거의 없이 담백하게 맛이 흘러갑니다.
개운하고 담백한 편이라 부수적으로 퍼지는 맛이 많습니다.
브렛 특유의 먼지나 살짝 오크 나무 같은 맛 등등이 있고
곡물에서 나오는 고소함은 익숙한 맛이지만 중간중간 튀는
알싸하면서 떨떠름한 맛은 출신이 호밀이라고 단정짓지 못하겠고
귀리나 메밀이나 스펠트 밀 등과 섞인 결과라고 보고 있습니다.
더불어 Brett 발효 맥주라 더욱 더 그 부분이 부각되는 면이 있네요.
그렇다고 떫어서 못 마실 맥주는 아니며 맛 자체는
향과 마찬가지로 강렬한 편에 속하진 않습니다.
홉에서 나오는 약간의 씁쓸함과 식물류 맛도 좋네요.
작고 편한 세션(Session) 타입의 맥주 기반에서
오밀조밀하게 여러 맛이 나오는 맥주이긴 합니다.
경우에따라 맛이 조잡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뻔히 예상되는 맹한 맥주가 아니어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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