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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맥주들/독일

Methusalem (메두살렘) - 10.0%

by 살찐돼지 2013. 7. 8.

 

 

메두살렘, 우리말로는 므두셀라로 알려진 구약 성경 속 인물은

창세기에 의하면 노아의 방주를 만든 노아의 할아버지로

969세에 세상을 떠났다는(???), 성경 속 최장수의 인물이라 합니다.

(자료 참고 : 위키피디아 므두셀라)

 

처음 이 맥주를 마주한 순간... 저는 엄청난 희열과 함께

메두살렘(Methusalem) 맥주의 정체에 많은 의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알트(Alt)비어라는데.. Sour Beer?.. 그럼에도 도수가 10%??'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맥주들 중에선

이런 괴상한 구성과 특징을 가진 맥주가 없었던 것이죠.

 

양조가는 독일의 'The Monarchy' 로, 지난 2월 말에 시음한

'MOM Son of a Batch Dark Gose' 를 만들어냈던 돌+ I 양조가들로

'그래 그 사람들이라면 이런 짓도 가능하겠다' 라는 생각이 바로 들더군요.

 

 

10%의 Sour Altbier 는 'The Monarchy'  의 창작 작품이 아닌

19세기 독일 도르트문트지역에서 양조되던 맥주의 복원입니다.

 

아담비어(Adambier)는 도르트문트지역의 Altbier 로서

어두운 색상에 상면발효했으며 나무 통(Wood Barrel)에서

최소 1년이라는 장기간동안 숙성을 거쳤다고 합니다.

 

 벨기에의 Sour Ale 과는 다르게 홉(Hop)이 매우 많이 투입되며,

효모는 근처의 쾰른/알트에 쓰이는 상면발효와 비슷한 종을 사용,

1-4 년동안의 나무 통 숙성을 통해 자연적인 산미를 초대하는데,

야생효모 Brettanomyces 나 박테리아인 Pediococcus, Lato B 등입니다.

 

  현재 독일에서 만들어지는 맥주들과는 그 특성면에서

닮은 점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매우 특이한 '옛 독일' 맥주로

맥주 순수령의 북독일 전파와 필스너나 도르트문더의 세력 확장으로

안타깝지만 시장 논리에 의거 사람들로부터 멀어져 멸종되었습니다.

 

아브락삭스의 리히텐하이너, 브라운슈바이크의 뭄므, 그래쳐 등등

개인적으로는 옛 북독일의 사라진 맥주들에 관심이 참 많은데,

'The Monarchy' 와 같은 독일 크래프트 브루어리의 행보를 살피면

앞으로 어떤 맥주가 환생되는지 추이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색상은 어두운 갈색을 띄며, 풍성한 거품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유지력도 좋진 않지만.. 어차피 고도수의 Sour 맥주에선 기대감도 없었죠.

 

분명히 레몬스럽기도 시큼(Tart)한 산미가 코에 전달되기는하며,

어두운 맥아의 다크 카라멜적 단 내나 살짝 로스팅 된 향기가 납니다.

 

산 미에 코가 적응되고 맥주의 온도가 점차 낮아지면 숨어있던

홉(Hop)의 향기가 젖은 흙(Earthy)이나 나무 냄새와 같이 풍기네요.

 

실제로 '메두살렘'이 나무 통 숙성을 거쳤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저에게는 배럴-숙성(Barrel-aged)된 맥주의 향기도 납니다.

더불어 10%의 알코올에서 발생하는 알코올의 향은 감춰질 수 없네요.

 

산미가 확 튀는 벨기에 Sour Lambic 들에비해서는

산미가 좀 누그러든 형태라 Oud Bruin 류와 닮은 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벨기에 Oud Bruin 에 비해서는 검은 맥아적 성향이 짙더군요.

 

탄산감은 무시해도 좋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으며

질감은 기름지면서(Oily), 매끄럽고 부드러운 속성을 갖추었고

무게감은 예상보다는 낮은 수치로 중간-강함 사이에 놓였습니다.

곧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높은 점성이나 육중함에 부담스러울 지경은 아닙니다.

 

선봉을 담당하던 맛은 신 맛(Sour)으로서 배럴 숙성의 흔적, 레몬스러움이

찌릿할 정도의 시큼함을 선사하지는 않으며 적응될 수록 파워는 약해집니다.

 

이후 잔잔한 스모키(Smokey)함과 건포도 자두 등의 검은 과일들..

당밀(molasses)스럼도 느껴지는 단 맥아의 맛도 전달됩니다.

아주 달지는 않았음에도 나름 한 축을 담당하던 맥아적 단 맛입니다.

 

점점 마시면 마실 수록 알코올 도수와 그 맛 때문에 속은 뜨거워지고

산미때문에 입은 괴롭고 가죽-나무 풍미도 복병처럼 등장하던 찰나,

 

홉(Hop)의 특성이 예상하기로는 분명 상당한 IBU 를 기록할 것으로 보임에도

화려하고 억센 다른 맛들에 가리워져 엄청난 쓴 맛을 내진 못했지만

후반부는 홉의 흙이 잔뜩 묻은 식물 뿌리를 씹는 듯한 Earthy 함이

길게 지속적으로 입 안에 남으면서 끝까지 방심할 수 없게 합니다.

 

참 이색적이고 독특한 맥주로서 정말 이런 조합은 처음입니다.

괴팍할 정도로 한 가지의 맛이 돌출되어 공격하지는 않습니다만..

맥아-산미-홉-알코올이 번갈아가며 펀치를 사정없이 날리는 상황에

어지간한 맥주에대한 탐구정신으로 무장되었다면 금방 넉다운이 될 맥주입니다.

 

마치 홉을 다량으로 사용한 10% 도수의 검은맥주를 만들려다가 실패해서 오염된 듯..

솔직하게 밝히면 맛있다고는 이야기하기 어려운 맥주이긴하지만

재미있었다 짜릿했다.. 다 마시고 나서 성취감을 느꼈다는.. 등등으로

미국의 Hair of the Dog 에서도 Adambier 를 시도했다니 그것에도 도전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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