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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맥주들/미국

Sierra Nevada Torpedo Extra IPA (시에라 네바다 토피도 엑스트라 IPA) - 7.2%

by 살찐돼지 2013. 8. 27.

 

대량생산형 라거맥주 양조장들의 관계자들이 말합니다.

"크래프트 브루어리들 걔내가 해봤자 얼마나 잘 하겠어,

기술력도 없고 시설도 별 볼일없고 사먹어줄 사람도 없는데.."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한 대형 양조장은

대중적인 맥주를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쳇바퀴 돌듯 생산하는게 덕목이며,

넉넉한 자본에따른 좋은 시설과 숙련된 연구진들로 오차가 적은 맥주를 만들고있죠.

 

반면 크래프트 브루어리들은 아마추어에서부터 올라온 사람들이 많아

기술이나 시설, 그에 따른 결과물은 어설플 수 있으나 열정만큼은 대단합니다.

 

가수로 비교하자면 전자는 우리나라 3대 기획사 출신의 아이돌그룹이겠고

후자는 허름한 지하공연장의 다듬어지지 않은 사운드의 인디밴드들일겁니다.

 

그런데 만약 인디밴드들이 대그룹의 기술력과 자본에의한 지원,

그리고 세심한 관리를 받는다면 양상이 어떻게 달라질거라 보시나요?

아마 열정과 능력 그리고 자본이 합져진 진정한 실력파가 되겠죠.

 

- 블로그에 리뷰된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 맥주들 -

Sierra Nevada Pale Ale (시에라 네바다 페일 에일) - 5.6% - 2010.11.01

Sierra Nevada 30th Anniversary Barleywine (시에라 네바다 30주년 발리와인) - 10.2% - 2010.11.27

Sierra Nevada Ruthless Rye IPA (시에라 네바다 루스리스 라이 IPA) - 6.6% - 2012.08.13

 

 

앞에서 언급한 '진정한 실력파' 와 같은 맥주를 꼽으라하면

오늘 소개하는 시에라 네바다의 토피도(Torpedo) IPA 일 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크래프트 맥주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

그 역사 초기부터 지금까지 지대한 영향력과 많은 팬들을 보유하였고,

이제는 규모도 거대해져 각 주가 왠만한 국가의 영토보다 큰

미국의 주들에 대부분 유통되는 맥주이니.. 진정한 큰 물에서 노는 양조장이죠.

 

토피도(Torpedo)는 해당 IPA 맥주를 위해 특별히 설계한 장비 이름으로

드라이 홉핑(Dry Hopping) 기법을 위해 고안된 장치입니다.

 

맥주에서 홉이라는 재료는 풍미에있어 쓴 맛과 맛 & 향을 부여하는데

일반적인 홉의 첨가방식은 자비조에 투입하는 것입니다.

 

보통 60분 동안 맥즙을 끓이는데, 초반에 투입하면 투입할 수록 쓴 맛을,

후반부에 가깝거나 끓임의 종료시에 홉을 넣으면 맛과 향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물론 맥즙 끓임의 후반부에 홉을 넣어 향을 창출할 수 있으나

홉의 향을 담당하는 아로마오일은 휘발성이 대단히 강해

끓임도중에 향이 소멸해버릴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끓이지 않고 향을 더해주는 방법으로 등장한게 드라이 홉핑이죠.

 

드라이 홉핑(Dry Hopping)은 오로지 홉의 맛과 향을 위한 공정으로

맥즙이 담긴 실온의 발효조에 잎사귀 홉을 투여하는게 일반적입니다.

 

드라이 홉핑을 잘못하게 되면 잎사귀 홉을 그냥 넣기 때문에

풀이나 건초같은 거칠고 투박한 맛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토피도(Torpedo)는 원통형 실린더에 신선한 홉을 충분히 채우고 발효조의

맥즙(Wort)을 투입 & 순환시켜 정확히 홉의 아로마 오일과 Resin(수지)만을

뽑아내기 위해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에서 발명한 것입니다.

 

드라이 홉핑(Dry Hopping)은 유럽맥주의 대표국가라는 독일에서는

최근들어서야 허용된 기법이지만.. 미국에서는 홉의 풍미를 살리고 싶을때

사용되는 정말 통상적인 기법인지라, 미국 크래프트 맥주의 상징이라 볼 수도 있죠.

 

 

색상은 매우 투명한 자태에 영롱한 주황빛, 붉은톤의 구릿빛이며

거품의 생성력이나 유지력도 준수한 수준입니다.

 

누구나 코를 가져다대면 부정할 수 없는 강한 과일의 향이 느껴지는데,

레몬이나 자몽스러운 열대 과일스러운 향기와 솔과 같은 내음이

풀(Grassy)과 같거나 떫은 향, 거친 느낌없이 상당히 섬세하게 다가옵니다.

 

정말 홉 향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뽑아낸 IPA 인 것 같습니다.

지금껏 리뷰한 900 개의 맥주들에서 홉 향기의 품질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네요.

 

더불어 약간의 카라멜스런 달작지근한 향도 그을려진 것 같은

스모키한 특징없이 부드러운 형태로 향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탄산감은 적당한 수준에서 약간 무디게 드러나는 편으로

홉만 너무 강조되지 않게 질감에서는 맥아적 느낌을 접할 수 있게 해줍니다.

매끈하고 부드러운 질감으로 일관되지만 기름진 인상은 없고,

너무 묽거나 하지 않는 수준에서 적당한 무게감을 선사합니다.

 

맛에서는 카라멜 맥아의 단 맛이 약간 스모키와 동반해 찾아오지만

이내 밑으로 깔리면서 강한 홉의 맛들을 받쳐주기 때문에

큰 문제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역시나 홉의 맛에서는 향에서 언급했던 특징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는데,

과일 맛 껌의 대명사 '쥬시 후레쉬'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세밀하고 우아한 형태의 홉 향이 전달되고 있었습니다.

 

맥주 쓴 맛의 수치(IBU)가 65에 달하는 맥주이기 때문에

(참고: 필스너 우르켈이 40 IBU 언저리입니다)

후반부로 갈 수록 풀 맛과 비슷한 쓴 맛이 드러나기는 합니다만

쓴 맛만 과도하게 남아 마시고 난뒤 입안을 얼얼하게 만드는 느낌은 없습니다.

 

  미국 홉들의 진수를 느껴보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하고픈 맥주로

이런 맥주가 정말 국내에 들어와야하는 감동적인 맥주라고 생각되는데..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 입장에서는 흥미롭지 않은 상황의

우리나라 맥주 시장에 수출하는 것 보다는 그냥 미국 내 주를

하나 더 개척하는게 그들에게는 더 실용적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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