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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정보

독일 맥주순수령(Reinheitsgebot)의 순기능과 역기능 - <3> 역기능

by 살찐돼지 2011. 8. 14.
3. 혁신의 부족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마이크로 브루어리가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이는 영국이나 벨기에 유럽각지에
깊은 영감을 주어 따라서 마이크로(소규모)양조장들이 유럽 각지에도 세워지기 시작합니다.

마이크로 브루어리, 혹은 크래프트(工) 브루어리는 양조자의 권한에따라 맥주를 만드는데, 다양한 재료로
실험을 하여 새로운 맥주를 만들어내거나, 사라졌던 옛 맥주를 되살려내기도 합니다.

예를들어 크래프트 브루어리 도그피쉬 헤드의 '미다스 터치' 란 제품은 기원전 8세기의 토기그릇을
화학검사하여 레시피를 추출, 3000년전 사람들이 마시던 맥주의 형태를 가깝게 복원해 낸 제품입니다.     

마이크로 브루어리들은 한 국가의 스타일에만 국한되지 않으면서 다양한 나라의 맥주들을 취합니다.
한 양조장의 울타리내에서 벨기에의 트리펠, 독일의 바이스비어, 미국의 IPA 가 공존하기도 하죠.

덴마크의 믹켈러(Mikkeller), 네덜란드의 데 몰렌(De Molen), 스코틀랜드의 브루 독(Brew dog),
이탈리아의 발라딘(Baladin)등 각 유럽국가에도 마이크로 브루어리가 설립되는 반면,
독일에서 다양함을 취하는 마이크로 브루어리가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독일의 양조장들은 오로지 독일식 맥주들만 취급하는데, 전통을 고수하려는 노력도 있겠지만
많은 제약과 제지가 따르는 맥주순수령의 그늘에 있기 때문에 다른국가 맥주에 손대기 쉽지 않습니다.

1번주제에서 다루었던 Breyhan 이나 Keut 등의 맥주를 되살리고 싶어도 순수령의 굴레에 얽히며,
Keut 같은 경우는 쌩뚱맞게 네덜란드의 양조장에 의해 다시 빛을 보게 되었죠.

독일 양조자들이 굳이 사라진 맥주를 부활시키지 않고, 새로운 맥주에 도전하지 않으면서 지금처럼
라거와 바이젠만 양조한다해도 ,지금처럼 독일이 세계 최고의 맥주국가란 타이틀에는 변함없을겁니다.

독일맥주의 혁신성 부족을 꼬집는 사람들은 지구에서 맥주에 관심많은 소수 매니아층과 홈브루어들이며,
그 이외의 사람들은 독일맥주와 맥주순수령의 숭고함을 변함없이 칭송할 겁니다.


4. 보호정책의 일환 맥주순수령.

2번 주제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독일의 마트나 소매점 주류샵에서 구할 수 있는 제품은 한정적입니다.
앞에서는 독일맥주의 스타일이 한정적이라고 했고, 여기서는 해외맥주를 여간 구하기 쉽지 않은 것입니다.

저도 독일에서 잠시 주거했었지만 당시 버드, 밀러, 아사히, 칭따오등의 유명맥주는 구경도 못해봤고,
오직 선택은 짝으로 쌓여있는 독일출신 맥주들에서만 가능했습니다. 몇몇이 해외맥주가 있기는 하나
가격등의 여러면에서 선택되기 쉽지가 않습니다.

미국식 부속물라거들은 독일에서 맥주라는 명함을 달기 쉽지 않으며, 또한 호가든도 고수와 오렌지 껍질때문에
바로 옆나라 맥주임에도 순수령에 위배되는 맥주이며 제가 독일에서 본 적이 없습니다.
 
1988년 유럽연합법원에선 독일의 맥주순수령과 주세징수와 관련해서 다양한 재료를
허용하도록 요청했지만, 오랫동안 뿌리박힌 전통을 바꾸는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1993년 독일맥주관련법에서 맥주순수령의 관한 허용범위가 조금 넓어졌는데, 하면발효맥주에는
변함없이 물, 보리맥아, 홉, 효모만 사용되어질 수 있으며, 상면발효맥주에는 예외적으로
설탕이나 다른종류의 맥아가 맥주의 재료로서 가능하다고 개정하였습니다.

1990년 한 독일 양조가가 설탕을 첨가한 슈바르츠비어에 '맥주' 라는 문구를 실었다고해서
판매금지조치를 당해 법정싸움까지 갔던 '브란덴부르크 맥주전쟁' 사건만 보더라도,
(결국 이 맥주는 약 13년간의 투쟁을 통해 결국 맥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지하철 노약자석에 젊은이가 앉지 못하는 사회적규범 수준으로 
준수해야하는 덕목처럼 독일 양조가들에게 받아들여지는게 맥주순수령입니다.

이는 독일내에 수입되는 외국맥주들에도 적용되어 타국맥주의 특수성을 존중하기보다는
맥주자체가 아니라고 치부하고 있으며, 고집스럽게 '순수' 라는 덕목을 강조하는,
(그렇다면 홉, 맥아, 물 이외의 다른 재료가 포함된 타국맥주는 불결?)
독일이 맥주에 있어 유아독존적인 자태를 뽐내게 해주는 기반은 맥주순수령입니다.

글을 완료하고 보니 읽기 어려울정도로 장문의 글이되었는데,
전혀 제 글에 공감하지 않으실 수도 있지만, 적어도 맥주순수령에대한
환상만은 버릴수 있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2편 맥주순수령의 역기능<1> : 링크
- 1편 맥주순수령의 순기능 : 링크
- 정보참고 - http://www.europeanbeerguid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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