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조 와일드가든 청수 - 6.0%
홈브루어든 상업양조든 일반적으로 맥주를 만든다하면,
어떠한 스타일의 맥주를 먼저 만들것인지 정하고 시작합니다.
스타우트일지, 필스너 라거일지 혹은 IPA 를 양조할 지에 따라
세부적인 컨셉과 사용하는 재료가 달라진다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스타일을 크게 개의치 않고선,
구현되었으면 하는 풍미와 컨셉을 먼저 그려놓은 후에
어울리는 스타일을 추후 찾아가는 과정을 거치기도 합니다.
이런 후자에 해당하는 맥주가 태평양조의 와일드 가든입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태평 양조의 맥주 -
태평양조 태평화이트 - 5.2% - 2024.03.30
태평양조 멕시칸칠리사우어 - 5.4% - 2024.07.04
와일드 가든은 Farmhouse Ale 로 설명되는 맥주로,
태평양조에서 사용하는 하우스 블랜드 균으로 발효합니다.
23년 8월에 양조하여 올해 7월에 선보여진 맥주이며,
안동에서 자란 청수포도에 침용 후 추가로 6개월 숙성했습니다.
따라서 청수라는 이름이 붙은 것으로 오늘 시음하는 제품은
버전 2 제품으로, 버전 1에 비해서 포도 + 야생효모 풍미가
두드러질 것이라고 태평양조에서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크래프트 맥주 세계에서도 오늘과 같은 복잡한 컨셉,
변화무쌍한 컨셉의 맥주를 확실히 어떤 스타일이라고
규정짓기 어렵기 때문에 이럴때 자주 쓰는 표현이 있는데,
Wild Beer 라고도하며, Farmhouse Ale 이라고도 합니다.
색상은 탁한 레몬색, 밝은 금색을 띄고 있습니다.
야생효모에서 나오는 퀴퀴함이나 떨떠름함은 있지만
해당 향이 심히 꾸리꾸리하지 않고 그런 경향만 보여주고
은근 향긋하게 선회하는 것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며,
포도, 레몬 등의 새콤한 향이 피어오르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탄산기는 많지 않고 살짝 무딘편에 가까워서 넘기기는 좋고,
질감이나 무게감은 가벼움과 중간사이에 놓여있기에
살짝 진한 필스너 라거 마시듯 음용할 수 있는 편입니다.
맥아에서 기인하는 특별한 단맛이 필요한 맥주는 아니라 봅니다.
약간의 포도주스와 같은 단맛이 초반에 느껴지기는 편입니다.
이후 따라오는 얌전한 꼬리꼬리함과 끝이 날카롭지 않은 산미가
어루만져주듯 터치해주는 맥주였기 때문에 기분좋게 음용할 수 있습니다.
떫은 맛이나 퀴퀴함은 맛에서는 크게 작용하지 않았으며,
마시고나서 하얀 곡물 반죽같은 고소함이 남는 편입니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나름의 여운을 주는 긍정적인 맛이었습니다.
컨셉은 계획적이지 않았지만 나름 잘 정돈된 맛을 보여주고 있었던
Wild Farmhouse Ale 이었고 기분좋게 시음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