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ns Brown Ale (만스 브라운 에일) - 2.8%
영국식 브라운 에일은 이미 18세기에 존재했지만,
말 그대로 맥주 색을 의미했고 정체성이 모호했습니다.
이후 페일 에일과 포터/스타우트가 주목받으면서
1900년대에 진입하기 전까지는 정립된 하나의
맥주 스타일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병 맥주/달작지근한 어두운 맥주를
사람들이 선호하게 되자 , 1902년 영국 런던의 양조장에서
Manns Brown 이 나오며 Brown Ale 은 정체성을 찾기 시작합니다.
출시 당시 광고 문구는 '런던에서 가장 달콤한 맥주' 였으며,
Sweet Stout 처럼 유당을 넣거나 혹은 부재료를 넣은게 아닌,
맥주 발효시 잔당을 남겨 달게 만드는 식으로 제조했다 합니다.
1차 세계대전이 진행중인 1910년대에 영국 정부는
곡물 원재료를 아끼고, 독주가 사회문제로 대두하자
낮은 알코올 도수의 주류를 장려하기 시작하였으며,
알콜 도수가 2%~3%에 달하는 런던식 브라운 에일은
1950년대까지 꽤 인기를 구가하는 맥주로 남았습니다.
만스(Manns)도 초창기에는 4% 중반의 브라운 에일을 다뤘으나,
훗날 점차 도수가 낮아지고 달아져 2.8%의 브라운 에일이 되었고,
반면 런던식이 아닌 영국 북부식의 브라운 에일들은
4% 정도의 도수를 유지했는데 ,대표적인 제품이라면
국내에서 지금도 판매되는 뉴캐슬 브라운에일입니다.
런던식 브라운 에일은 현재 Manns 를 제외한다면
취급하는 곳이 거의 사라져서 역사속 맥주가 된 반면,
영국 북부식 브라운 에일은 여러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고
훗날 미국을 위시한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에서 출시되는
브라운 에일들이 남아있던 북부식 브라운을 바탕으로,
고풍미의 아메리칸 브라운 에일을(예시 상품) 파생시킴에 따라
영국 브라운 에일의 대표는 북부식으로 자리잡힌 상황입니다.
런던식 브라운 에일은 오죽하면 BJCP 2015 가이드라인에서도
Histrocal Beer 의 일환으로 소개할 정도로 매우 희귀해졌습니다.
2.8% 의 브라운 에일은 지극히 맥주 풍미로 봤을 때 특별할게 없지만,
사라졌던 옛 맥주에 관심이 많은 저에게는 매우 흥미롭게 옵니다.
색상은 호박색을 띄는 브라운 에일 쪽이 아닌
확실한 갈색, 고동색을 띄는 브라운 에일입니다.
카라멜, 토피, 비스킷, 견과, 갈색 설탕 시럽 등
단 내가 뚜렷하게 느껴지고 이후 고소함이 따라옵니다.
약간의 검붉은 건과일류 향이 오는데 발효향 같군요.
홉에서 기인하는 향은 존재감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탄산기는 많진 않아도 나름 있는 편이었으며,
질감이나 무게감은 2.8%의 맥주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중간 수준(Medium Body)의 성질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체급과 탄산기 덕분에 마시기 어렵지는 않습니다.
맥아적인 단 맛은 향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편입니다.
토피, 카라멜 등이 메인입니다. 다만 물리게 남지 않네요.
아무래도 Low O.G - High F.G 로 만든 단 맛이 메인이라
물리는 단 맛이 남으면 마시기 힘들어질거라 예상했지만,
단 맛의 존재는 마시고 나면 잠깐 남아있다가 사라지기에
질척이는 단 맛에 대한 우려는 말끔하게 씻어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독일의 Malzbier 와' 비슷한 단 맛이지 않을까 봤지만
그것과는 다르게 나름 시음성에 긍정적인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맛의 중반부 이후로는 다른 맛이 득세하는데,
하나는 브라운 속성으로 견과, 비스킷, 구운 빵의 고소함
다른 하나는 영국 효모 에스테르로 붉은 건과일 맛을 냅니다.
아주 약간의 로스팅 쓴 맛이 나온 것 같았고 이것 덕분에
맥주의 피니쉬가 Dry 로 향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았습니다.
홉에서 나오는 쓴 맛이나 영국 홉 맛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100여년 전, 런던에서 가장 달콤한 맥주로 소개되었다했지만
생각만큼 단 맥주는 아니고 시음성이 그리 나쁘지 않으면서
낮은 도수에서 다양한 맛(브라운-단 맛-영국 에일효모)들을
보여주었던 맥주라 개인적인 취향에는 꽤 부합하는 맥주였습니다.
Manns Brown Ale 은 국내에 정식 수입되는 제품은 아닙니다.
이 맥주를 선물해주신 MC 조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