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에 200회를 맞고, 여름에 300회, 그리고 추운 겨울이 다된 지금
400 번째 맥주를 블로그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거의 매일 맥주를 마시고 블로그에 글을 남기는 일이,
시간적으로, 자금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이 고단하기는 하지만,
이곳 영국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어쩌면..
다시 해외에 나오지 않는 이상.. 그것도 영국이나 벨기에,
미국등의 한정된 국가들에 가지않는 한..
에일맥주를 지금과 같이 접하기 힘들거란 생각을 하면,
현재 축복을 받았을 때, 그 행운을 마음껏 누려야한다고 생각되네요.
400번째가 점점 다가오는것을 인지했을 때, 저는 어떤 맥주로 자축을 할까? 로
고민을 좀 해보았는데, 얼마 후.. 제가 자주 드나드는 맥주가게에 갔을 때 사장님이
"미국 시에라 네바다의 30주년 기념에일이 지금 여기 한병 밖에 남지않았다! " 알려주었습니다.
그것이 마치 "널 위해 남겨뒀어 !" 라는 말 처럼 들렸고,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는 30주년을,
저는 400번째를 기념한다는 동일한 취지가 그럴듯 하여,
오늘 이 맥주를 시음하게 되었습니다 ~
- 시에라 네바다의 다른 맥주 -
Sierra Nevada Pale Ale (시에라 네바다 페일 에일) - 5.6% - 2010.11.04
1980년 미국에서 캘리포니아에서 그 역사가 시작된 '시에라 네바다' 양조장은
현재는 미국을 대표하는 소규모양조장의 하나이며, 그들의 페일 에일(Pale Ale)은
전세계적으로 명작으로도 항상 꼽혀지는 맥주입니다.
그런 '시에라 네바다' 가 30주년을 맞이하여 맥주를 양조했는데,
그 지향점은 미국 소규모양조장의 전설들이 협력과 개척정신으로 만든
미국맥주 최상의 극치를 선보이는 것입니다.
('시에라 네바다 30' 이란 기존 홈페이지와 분리된 곳에 가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5명의 미국맥주 선구자가 협력과 제휴를 통해서 4종류의 맥주를 빚어냈는데,
앵커(Anchor)브루어리의 Fritz, 시에라 네바다의 Ken,
미국의 첫번째 소규모양조장 양조가로 불리는, 뉴 알비온이란 양조장을 운영한(현재는 폐쇄) Jack,
그리고 홈 브루잉의 대가이자 미국 내 맥주관련 저서, 자문등에서 전문가인
Charlie 와 Fred 등의 다섯인물이 서로의 노하우와 경험을 모아
발리와인, 스타우트, 복, 오크숙성 에일을 완성시켰습니다.
각각의 에일에는 만든이의 이름이 붙여져 있는데,
오늘 제가 마시게 될 맥주는 Jack & Ken 's Ale 이라 되어있네요.
올해 3월에서 11월까지 시중에 한정판 형식으로 풀렸고,
한국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스스로 맥주 마니아라고 느끼신다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제품이 '시에라 네바다의 30주년 기념 에일' 일 겁니다.
정상적이고 일반적인 범주안의 맥주들중에서 가장 강력한 종류인
발리와인(보리로 만든 와인같다 해서 붙여진 이름)은
특히 지금같은 겨울에 매우 적합한 맥주로,
일반적으로 10%를 상회하는 알콜도수와,
극도의 진함과 묵직함으로 무장하여, 어지간히 에일에
내공이 쌓인사람이 아니고서는 접근하기 힘든것이 발리와인입니다.
이름은 와인이지만 와인과는 매우 다른 맥주로,
과일과 같은 맛이 느껴지지만, 뭔가 매우 깊은곳에서 올라오는 듯한 무게감..
그리고 무엇보다 주목되어지는 강한 홉의 싸한맛과 향긋함이 더 압권입니다.
올드에일(Old Ale)에서는 잘 느끼지 못하는 홉의 존재감이
발리와인(Barley Wine)에서는 물밀듯이 밀려오는데,
인디안 페일에일(IPA)의 것과는 달리, 엄청난 무게감과 수반되어 오기때문에,
풍미와 홉 맛에 동시에 맞서다 보니, 이젠 나름 강한에일에 적응되었다고 자부한 저도
점점 이 맥주에는 굴복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330ml 나 500ml 이면 괜찮았을 텐데... 750ml 대용량의 강력한 맥주를 혼자서 마시니..
맥주욕심이 남다른 제가, 처음으로 맥주를 누군가와 함께 나누어 마시고 싶었습니다.
30주년 기념형식으로 발매된 맥주이기에, 앞으로는 다시 맛보지 못할 맥주이지만..
그 맥주의 특성과, 취지, 저의 400번째 맥주라는 점에서
제 기억속에 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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