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세일스(Black Sails)는 미국 코로나도(Coronado) 양조장의
블랙 IPA 이며 근래 우리나라에 소개된 새로운 맥주입니다.
2013년 미국의 권위있는 맥주 대회들 중 하나인
Great American Beer Festival (줄여서 GABF)에서
은메달을 수상한 블랙 세일스(Black Sails) 입니다.
블랙 세일스 맥주는 코로나도 양조장 내에서도 정보가 많이
노출되지 않은 맥주로, 병 제품은 650ml 의 큰 병이 전부입니다.
맥주의 컨셉은 블랙 IPA 의 전형을 따르며, 양조장의 설명으로는
미국 서부 해안식(West Coast) IPA 에 검은 맥아의
로스팅 풍미를 입힌 제품이라고 합니다. 아주 기본적인 설명이죠.
- 블로그에 리뷰된 코로나도(Coronado) 양조장의 맥주들 -
Islander IPA (아일랜더 IPA) - 7.0% - 2014.07.20
Hoppy Daze (홉피 데이즈) - 7.5% - 2014.08.31
사실 Black IPA 맥주를 보고 있을 때, 그리고 마셨을 때
그 느낌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Black India Pale Ale 이 딱 공감됩니다.
그러나 위의 용어에는 모순이 존재합니다. 페일(Pale)이라는
단어 자체의 의미는 '연한' 이고, 맥주 용어로는 본래 어두운색의
맥주들보다 연한(붉은색,구리색)색상을 띄었기에 페일 에일이라 불렸습니다.
따라서 Black India Pale Ale 이라는 말은 Black 과 Pale 이
양립할 수 없기 때문에 모순되는 명칭인 것은 틀림 없으나,
India Pale Ale 이라는 홉으로 점철된 구릿빛 맥주 스타일에
검은 맥아를 넣어 로스팅 풍미를 유도한 IPA 라는 의미로,
India Pale Ale 에서 Pale 의 의미를 구태여 따지지 않고
IPA 를 그냥 홉이 많이 들어간 에일 맥주라는 해석에 무게를 둔다면
모순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블랙 IPA 라는 용어에 자연스레 공감하게 됩니다.
색상은 완연한 검은색은 아니고 어두운 갈색에 가까웠습니다.
갈색 거품은 아주 고운 입자는 아니지만 두텁게 드리워집니다.
인디아 페일 에일(IPA)류에서 확실하게 맡을 수 있는
풀이나 솔, 시트러스(감귤) 등의 향이 드러납니다.
하지만 온전하게 홉의 향이 퍼진다는 인상이 들지 않고
검은 맥아의 코코아, 초컬릿과 동반해서 나타났는데,
홉의 향과 검은 맥아의 향이 상당히 균형있게 드러나서
어느 하나가 튄다는 느낌없이 상당히 잘 버무려진 향이었습니다.
탄산은 그냥 '있구나' 라는 정도로만 무디게 분포했고
개인적으로 보기에 전형적인 세지도 약하지도 않은
질감과 무게감을 가진 맥주로, 평소 아메리칸 IPA 를
즐겨 마시던 사람들이라면 무리 없이 섭취 가능한 수준입니다.
그래도 IPA 인지라 홉의 맛들은 상당히 잘 느껴집니다.
솔이나 풀, 약초 등등의 식물과 같은 맛들이 전달되는 반면
새콤하거나 달콤한 과일의 풍미는 별로 와닿지가 않습니다.
코코아나 단 맛이 없는 초컬릿, 커피 등등의
검은 맥아의 맛이 조연이 아닌 주연의 역할을 수행하여
산뜻하게 치고 올라오는 과일 향을 억제하는 느낌입니다.
맥아적인 단 맛 자체는 그리 돌지는 않으며
마시면 마실 수록 탬핑하다가 남은 커피 가루를 먹는 듯한
고소하다가도 살짝 떫은 듯한 검은 맥아의 맛이
오래 지속되어 IPA 적 홉의 쓴 맛도 잊게 만듭니다.
(그래도 스펙상으로는 IBU 가 75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검은 맥아의 맛과 홉의 식물스러운 맛이 결합되어
새콤상큼한 IPA 쪽과는 거리가 멀었던 맥주였지만,
검은 맥아 풍미가 살아있는게 나쁘게 다가오진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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