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서부 저지대에 위치한 레스토랑 겸 맥주 양조장
에멜리세(Emelisse)는 전통적인 맥주와 최첨단에 올라있는
크래프트(Craft)맥주를 동시에 다루는 흥미로운 장소입니다.
지난 2월 소개했던 라우흐비어(Rauchbier)가 독일 밤베르크식
전통에 따라 만들어낸 고전적인 맥주그룹에 속한다면
블랙 IPA(Black IPA)는 미국 크래프트 브루어리를 필두로
번져가는 새로운 재해석이 가미된 맥주 스타일입니다.
즉 전통적인 맥주 스타일과는 거리가 먼 新 그룹의 맥주죠.
-블로그에 리뷰된 에멜리세(Emelisse)의 맥주들 -
Emelisse Rauchbier (에멜리세 라우흐비어) - 7.0% - 2013.02.19
쉽게 생각하면 기존의 구리색-호박(Amber)색의 IPA 에다가
검은 맥아만 추가하여 黑화 하면 블랙 IPA 일거라 생각할 수도 있으나,
그렇게 만들어진다면 홉과 검은 맥아의 성향이 함께 짙은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와 별반 다를게 없어집니다.
임페리얼 스타우트와 블랙 IPA 의 차별점은 블랙 IPA 에서는
검은 맥아의 대표적인 성향인 스모키, 로스팅 된(Roasted) 맛,
커피 맛 등이 임페리얼 스타우트에 비해 약한 편이며,
반면 홉(Hop)에서는 씁쓸함의 수치는 얼추 비슷하지만
홉의 맛이 블랙 IPA 쪽이 좀 더 시트러스(Citus)한 편입니다.
특히 블랙 IPA 의 동의어로서 쓰이는 Cascadian Dark Ale 가
이와 같은 홉의 성향을 더 부각시켰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아직 저도 블랙 IPA 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맥주를
이렇다고 정의내릴만큼 많이 접해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 제가 머릿속에 가지고 있는 견해를 적어내린 것일 뿐,
각 양조장의 성향에 따라 그 특징이 얼마든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새까맣기보다는 어두운 갈색에 근접한 색상으로
거품의 생성력과 유지력 모두 우수한 맥주였습니다.
가장 먼저 코에 감지되는 향은 역시 홉(Hop)으로서
솔(Pine)과 같으면서 오렌지스러운 새콤한 향과 함께
감초(licorice)스럽던 향긋한 향신료 향도 얼핏 느껴집니다.
검은 맥아에서 기인하는 커피나 초컬릿스러운 맛도 있지만
대부분 홉에 억눌린 형태로서만 코에 전달되었습니다.
탄산감은 강하지 않고 무르게 다가와 청량감은 없었고
질감은 부드러우면서 비단(Silky)과 같은 면모도 보이며
무게감은 중간(Medium)에서 약간 강화된 정도로서
혀를 짓 누르거나 부담을 주는 사항은 없었습니다.
안정적이고 차분하게 마시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향에서는 홉(Hop)이 기선을 제압했다고 판단했었지만
맛에서는 서로 대등한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듯 보였습니다.
우선 약하게 나타나는 카라멜이나 당밀(Molasees)스러운
단 맛이 로스팅된 에스프레소와 같은 맛과 결합하여
과하지 않은 맥아적인 맛(Malty)라는 기반을 마련해놓았으며,
그 기반 위로는 홉(Hop)의 오렌지나 자몽처럼 새콤상콤한 맛에
솔(Pine), 약간의 허브(Herb)스럽던 식물성 맛도 등장합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쓴 맛(Bitterness)은 강하지 않았기에
딱히 뒷 맛에 아련한 여운을 남겨주지는 못했습니다.
알콜도수가 8%이기는 했으나 알콜성 술의 맛은 없었고
첫 모금에서부터 점차 맛에 적응되어 다 마실 때 쯤의 맛에서
제가 홉(Hop)의 맛에 적응을 해서인지 맥아가 점차 성장하는 느낌입니다.
전반적인 맛의 균형은 괜찮았던 맥주였다고는 하지만,
충격적인 맛을 원했다면 뭔가 아쉬운 느낌의 블랙 IPA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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