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도 지났고 설을 코앞에 둔 시기에 난데 없이
섬머 에일을 기록한다는게 시의적절하지 않으나,
요즘 높은 도수에 진득한 감이 있는 어두운 맥주들을
많이 시음하다보니 기분전환 겸 고르게 되었습니다.
스페인의 라 사그라(La Sagra) 양조장에서
계절 맥주로 출시되는 Summer Ale 입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라 사그라(La Sagra)의 맥주들 -
La Sagra Blanca de Trigo (라 사그라 블랑카 데 트리고) - 5.2% - 2017.04.09
La Sagra Bohío (라 사그라 보히오) - 10.4% - 2017.09.01
홈페이지 설명에는 Wheat Beer 스타일이라 적혀져 있지만,
레몬 껍질이나 향신료 등의 부재료가 들어감을 볼 때
독일식 밀맥주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판단합니다.
그렇게 되면 작년에 시음기를 남겼던 '블랑카 데 트리고' 와
벨기에 타입 밀맥주로 다소 겹치는 듯한 느낌도 들었으나,
블랑카 데 트리고에는 정석적으로 오렌지 껍질, 코리엔더(고수) 씨앗이,
Summer Ale 에는 독특하게 레몬 껍질과 카다몸(Cardamom)이 첨가됩니다.
따라서 코리엔더가 들어간 일반적인 밀맥주들 보다는
뭔가 좀 더 얼얼한 쪽의 생강 느낌이 추가되었을 듯한 느낌이네요.
효모가 침전된 밀맥주이니 맑은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고
색상은 예상했던 대로 누런색~금색으로 보입니다.
향은 밀맥주 효모계에서 기대할 수 있는
단 과일이나 요거트, 바닐라 등이 나와주었고,
레몬, 살구, 생강, 라벤더 느낌도 살짝 있었습니다.
탄산은 많은 편으로 여름이라는 계절에 어울립니다.
질감이나 무게감은 살짝 진득하지만 가볍고 쉽습니다.
맛은 초반에 아주 약간 단 느낌이 포착되었고
레몬과 같은 은근한 시큼함이 등장했습니다.
맛 자체가 강렬하게 인상을 팍 심어주는 맥주는 아니었지만
후반부로 갈 수록 약간의 짚이나 카다몸이라 예상되는
완만한 얼얼함이 후반부에 남아줍니다. 쓰진 않습니다.
전반적인 뼈대는 (벨기에타입) 밀맥주 같긴 하지만
부재료만 바꿔도 맛의 양상이 달라지는게 확인된 맥주로,
'블랑카 데 트리고' 와 같이 놓고 시음해보는 것도 재미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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