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구니터스(Lagunitas) 양조장의 맥주들이 얼마 전부터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수입되어 이태원을 중심으로 판매중입니다.
이번에 들어온 맥주 구성 중 한 종류인 리틀 섬핀 섬핀은
미국식 밀맥주 기반에 미국식 홉을 다량으로 넣은
일종의 IPA + Wheat Beer 의 결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독일의 바이젠(Weizen)들이 바이젠으로써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체 곡물 구성에서 밀맥아가 50%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리틀 섬핀 섬핀 또한 50% 이상의 밀맥아가 들어갔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밀맥주라고 불릴수는 있는 제품입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라구니터스(Lagunitas) 양조장의 맥주들 -
Lagunitas Undercover Investigation Shut-Down Ale (라구니터스 언더커버
인베스터게이션 셧다운 에일) - 9.8% - 2012.08.17
Lagunitas IPA (라구니터스 IPA) - 6.2% - 2013.01.05
하지만 라구니터스 리틀 섬핀 섬핀은 미국식 밀맥주이기 때문에,
독일이나 벨기에 등의 효모의 특성이 강한 제품들과는 좀 다릅니다.
IPA + 밀맥주의 결합이라면 우리나라에서 나름 유명한
슈나이더/브룩클린의 호펜바이세(Hopfenweisse)가 있겠지만,
이는 효모가 강한 독일 바이젠과 미국 홉의 IPA 적 성향의 결합입니다.
미국식 밀맥주의 풍미는 독일식 크리스탈 바이젠과 닮아있으며,
크리스탈(Kristall)처럼 맑은 버전도(필터), 반대로 탁한 버전(언필터)도 존재합니다.
효모의 바나나,치과 약품과 같은 느낌보다는 밀 맥아에서 나오는
고소함이 조금 더 중점적으로 나타나는 미국식 밀맥주로
이런 베이스에 미국 홉이 IPA 급으로 들어갔으니,
맥주 경험이 많은 분들이라면 이미 머릿속에서 그 맛이 상상될거라 믿습니다.
여과(Filter)의 효과인지 매우 맑은 자태를 뽐냅니다.
색상은 짙은 금색, 오렌지 색을 띄는게 확인되었고
거품 입자는 고운편은 아니나 풍성하게 형성되며
끊임없이 올라오는 기포에 의해 유지력도 좋습니다.
향기는 확실히 홉(Hop)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습니다.
오렌지나 감귤, 송진, 솔, 풀때기 등을 떠올리게하는 향이 있고,
효모에서 나타나는 에스테르나 페놀 등은 모르겠습니다.
밀 맥아의 곡물 향이나 맥아의 단 내 등을 맡을 겨를 없이
홉(Hop)의 향이 분명하게 치고 올라오는 그런 맥주였습니다.
탄산은 많다고 볼 수는 없으나 적은 편도 아니었습니다.
예상했던 것 보다는 입에 닿는 질감이나 무게감 등이
가볍고 연하지 않게 나름 찰지게 다가왔던 맥주였습니다.
7.5% 치고는 살짝 순한 편이지만 그래도 쉬운 맥주는 아니네요.
맛에서도 홉이 상당한 우위를 점하던게 확인되었는데,
단연 입에 가장 먼저 자극으로 찾아오는 맛은
미국 홉의 대표적인 맛 들인 오렌지, 레몬, 솔,
풀 때기 등등이었기에 미국적 맛에 단련된 사람들이라면
국내에 소개된 신상품이라고 새롭게 받아들일 맛은 아니었습니다.
미국식 IPA 가 대개 그렇듯이 맥아적인 단 맛은
오렌지 잼이나 시럽과 같은 느낌으로 지탱해주는 수준이었지만,
후반부로 갈 수록 단 맛이 조금 더 농익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즉, 홉의 맛이 초반을 장식하고 단 맛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쉽사리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후반부까지 어느정도 남아주어
약간의 베리(Berry)류의 새콤한 잔맛과 함께 또 다른 맛을 연출합니다.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상쾌함이나 개운함은 덜 하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그렇지 않았던 것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던 맥주로,
솔직하게 표현해서 딱히 리틀 섬핀 섬핀의 맥주 스타일이
아메리칸 위트 에일(Wheat Ale)이라는 것에 의문이 듭니다.
홉이 없었다면 그럴 수도 있었겠지만, IPA 같은 인상이 강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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