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레일리아의 첫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이라 불리는
마틸다 베이(Matilda Bay)는 Port Melbourne 이라는
오스트레일리아 남부 빅토리아 주의 도시에 소재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단조로운 맥주 시장에 불만족을 가진
몇몇 맥주 매니아들이 1980년대 작은 호텔의 펍(Pub)을 매입 후
양조시설을 설치하여 맥주를 판매한데서 마틸다 베이가 시작되었고,
본격적인 양조장으로써 발돋움 한 시기는 1989년으로,
크래프트 맥주 문화 형성의 원류인 미국이 1980년부터 시작된 것을 보면
마틸다 베이는 호주에서 상당히 시대를 앞서간 크래프트 양조장이긴 합니다.
다만 얼마 못간 1990년대에 호주의 맥주 대기업인 칼튼(Carlton)에게
매입되었고, 현재는 세계적 맥주 그룹인 SABMiller 의 소속입니다.
마틸다 베이(Matilda Bay)가 양조장 운영 초반에 야심차게 내놓은
맥주가 여럿 있는데, 오늘 소개하는 레드 백(Red Back)도 그들 중 하나입니다.
맥주 스타일은 독일식 헤페-바이스비어(Hefe-weissbier)이며
맥주 설명에서 바나나와 클로브(정향) 등이 언급되는 것을 볼 때,
독일 바이스비어의 느낌을 살리려고 계획한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맥주시장에 이미 원조 독일 바이에른 출신 등을 비롯하여
많은 바이스비어들이 진출한 상태라 특별히 레드 백에 이목이 가진 않지만,
적어도 레드 백이 처음 소개된 1988년 당시만해도 바이스비어는
페일 라거(Pale Lager)만 마실 수 있던 사람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을거라 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길게는 10여년전, 짧게는 3-4년 전에도 발생했던 상황이고
현재도 진행중인 바이스비어를 통해 가해지는 맥주 컬쳐 쇼크라고 할까요.
라거에 버금갈 정도로 맑습니다. 여과를 했다고 하는
크리스탈(Kristall) 바이젠들도 이렇게 맑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따라 놓은 모습 자체는 필스너라고 해도 믿어질 정도의
황금빛 색상을 자랑했으며, 거품의 생성-유지력은 탁월합니다.
우선 페놀(Phenol), 정향(Clove) 등의 알싸하고 쿰쿰한 향과
바나나와 유사한 단 내, 즉 바이스비어의 대표적인 향들은
나타나기는 했지만 매우 얌전하게 풍겨져 나왔습니다.
약간의 곡물향이나 허브나 꽃과 같은 향도 포착됩니다.
탄산은 적다고 느껴지진 않지만 터지는 양상은 아닙니다.
가볍고 연한 입에 닿는 느낌입니다. 부담이라곤 전혀 없네요.
곡물, 특히 밀과 같은 고소한 맛이 전면으로 드러납니다.
고소한 맛과 겹쳐지면서 정향(Clove)의 알싸함과
바나나스러운 단 맛이 있기는 하나 약한 수준이어서
고소한 밀 맛을 압도하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맥아적인 단 맛은 없고 개운하고 담백한 편이었으며
단 맛은 효모에서 기인하는 바나나스런 단 맛이 전부입니다.
바이스비어 효모 맛이 점차 약해지면 버블껌이나 청사과 등의
시큼한 맛이 나타났고, 식도로 넘긴뒤 입맛을 다셔보면
고소한 느낌이 입안에 길게 남아 여운을 줍니다.
끝이 심심한 맥주는 아니었습니다. 나름 복합적이고
존재감이 긴 맛들이 후반부를 책임져주기 때문이었습니다.
파울라너나 바이헨슈테판 같은 독일식 헤페-바이스비어를
기대하면서 이 맥주를 고르는 것은 아닌걸로 판단되며,
크리스탈 바이젠보다 더 맑고 깨끗한 느낌을 주는 맥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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