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자 E 하나가 뒤어 더 붙어서 혼동할 여지를 줄여주었던
즉, 미국 출신의 이 맥주와 헷갈릴 일은 없게 된
프랑스 리옹 출신의 Ninkasi Noire 입니다.
닌카시(Ninkasi) 또한 마치 감부리누스(Gamburinus)처럼
맥주와 밀접하게 관련된 신의 이름이기 때문에
여러 양조장에서 사용하는 고유 명사인데,
미국 출신의 닌카시가 있고 프랑스 출신의 닌카시,
둘은 엄연히 다른 양조장이며 그나마 다행인건
국내에서 판매시기가 겹치지 않은 것이겠죠.
프랑스 출신의 다른 닌카시 맥주라는 사실을 깨닫고
저는 불어로 Noire 라고 쓰인 문구를 보았을 때,
직업병인지는 몰라도 그냥 든 짐작으로는
벨기에 스타일의 어두운 에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World Beer Awards 에서 Porter 부문
수상경력이 있고, 홈페이지에서도 마찬가지로
이 맥주를 포터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부연 설명으로는 19세기 프랑스 리옹지역에서
만들어지던 갈색의 맥주(브라운 포터?)를
재현한 것이라고 했으며 맥주 역사 시기로 볼 때,
영국의 포터 맥주는 동유럽과 중부유럽에 수출되었고
독일과 벨기에 등의 서부 유럽에도 수출된 기록이 있는데,
프랑스 리옹에도 들어가 현지 양조장에서 만들지 않았을까 봅니다.
포터(Porter)치고는 더 짙은 검은색을 띄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누아르(Noire, 검은색)이 알맞은 표현이네요.
다크 초컬릿과 커피 향은 예상대로 나타나고 있었고,
졸인 카라멜, 흑설탕, 감초 등의 단 내도 등장합니다.
은근 시큼한 검붉은 과일(블랙 커런트, 건포도)도 있네요.
탄산은 은근 있지만 맥주 기본 컨셉을 해치진 않고,
질감과 무게감은 6.6%의 도수에 걸맞는
중간-무거움(Medium-Full Body)이라 봅니다.
Ninkasi Noire 에 대한 개인적인 소감부터 얘기하면
포터(Porter)이긴 하지만 약간 Export Stout 류를 마신 듯한,
비슷한 부류를 꼽으라면 Coopers Extra Stout 같았습니다.
검은 맥아의 존재감이 분명히 느껴지는 가운데,
단순히 탄 맛/로스팅 맛 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살짝 Rum 같은 느낌과 붉은 과실 주, 검붉은 과일 등이
맥주의 풍미를 오묘하게 장식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Sour 는 아니지만 위의 속성으로 시큼해진 경향이 있고,
술과 붉은 과일 잼이 들어간 초컬릿과 은근 비슷합니다.
홉의 쓴 맛은 크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후반부에 검은 맥아의 여운이 꽤나 좋았습니다.
중간에 나타나는 시큼함이 통상적으로 만들어진
포터/스타우트 쪽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속성이라
낯설 수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터라 마음에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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