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민, 악어, 지도가 그려져 있는 괴이한 라벨을 가진 맥주
싱구(Xingu)는 브라질의 맥주로, 그 이름은 아마존의 강에서 온 것입니다.
아마 올해 봄 부터 한국에서 눈에 띄인 싱구(Xingu)맥주에 얽힌
이야기를 모르고 있다면, 여타 맥주와 별반 다를 바 없는
그저그런 '흑맥주'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브라질의 싱구(Xingu) 맥주의 탄생 배경을 알게되면
아마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꼭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겁니다.
아마존의 강 '싱구' 라 이름 붙이게 된 경위가 1557년 기록에 있는
아마존 원주민이 빚던 자연적 맥주의 형태를 복원한 것이기 때문이죠.
1557년의 기록에 따르면 그 이전부터 아마존의 여인들은
옥수수, 타피오카 등을 열대우림에서 채취하여 자연 발효하였는데,
맥주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이 대목을 읽은 미국인 고고학자 Alan 은
실제로 브라질로 떠나 이와 관련한 탐사를 펼치게 됩니다.
탐사 후 큰 규모에서 부터 작은 양조장들까지 브라질에서 아이디어를 들고
맥주를 복원해 볼 것을 청원했지만 승낙하는 곳은 하나도 없었고,
낙담하던 Alan 이 발견한 곳은 사실상 파산상태에 부채를 떠안고 있던
코카콜라 유통 산하의 Casadorense 라는 작은 양조장과 연계가 되었고,
그 곳의 맥주 양조가와 Alan 은 사라져간 아마존 열대우림
원주민의 맥주를 복원하는데 박차를 가합니다.
아쉽게도 완전한 형태의 아마존 원주민의 맥주라기 보다는
독일식 슈바르츠 비어에 아마존의 특성을 살짝 얹었다는게 세간의 평이나,
어찌 되었건 재미있는 배경을 가진 맥주임에는 틀림이 없네요~
자두나 건포도 등과 비슷한 붉은 과일의 향이 약하게 오르던
검은맥주 싱구(Xingu)는 상층에 드리워지는 거품까지 어두울 정도로
어두운 갈색, 적색 등이 아닌 완전 까만 색을 띄고 있었기에,
향에서 로스팅된 검은 맥아의 내음이 있을거라 생각했었지만
그렇기 보다는 은은한 과일의 향기에 지배당하고 있던 맥주였습니다.
비슷한 4.6%의 도수를 가진 검은 맥주들은 탄산감과 가벼운 질감으로 무장했지만,
싱구는 그것들처럼 높지 않은 도수를 가진 맥주임에도 묵직한 질감과 무게감은
월등하게 입안에서 느껴지던 진한 맥주라고 바로 판단이 되더군요.
향에서 느꼈던 것 처럼 맛에서도 로스팅된 검은 맥아의 맛이나
기타 맥아의 단 맛은 완전 까만 색깔에 비해 별 볼일 없었다는 게 제 생각이나,
진한 질감과 함께 찾아오는 약간은 단 물이 빠진 풍선껌을 씹을 때
느끼는 것과 같은 맛이 저에게는 느껴졌는데, 예상치 못한 색깔의 맥주에서
뜻 밖의 맛을 접하게 되니 과연 한국에서 손에 꼽히는 특이한 맥주답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싱구(Xingu) 맥주에 얽힌 스토리를 논외로 하고, 그냥 맥주만으로 보면
평소에 '흑맥주' 가 한약같고 쓰다는 사람들에게는 맞을 법하다 여겨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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