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러스트 포인트(Ballast Point) 양조장의 한정판 맥주인
패덤 IPL 로 IPL 은 India Pale Lager 의 약자입니다.
IPL 은 정식적으로 맥주 스타일로서는 아직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 개념만은 크래프트 맥주 씬에서 나름 익숙해진 것으로
라거 맥주를 인디아 페일 에일(IPA)처럼 만든 것입니다.
IPA 처럼 라거에 홉(Hop)을 많이 넣은 것이 IPL 로
미국 크래프트 씬에서 자주 시도된 IPL 이다 보니
사용된 홉들도 미국 IPA 와 비슷한 류의 아메리칸 홉들입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밸러스트 포인트(Ballast Point)의 맥주들 -
Ballast Point Calico Amber Ale (밸러스트 포인트 칼리코 엠버 에일) - 5.5% - 2013.09.07
밸러스트 포인트에는 패덤 IPL 과 동일한 알코올 도수(7%)와
동일한 IBU 를 기록하는 IPA 가 두 종이나 있습니다.
국내에 역시 정식 수입된 빅 아이 / 스컬핀 입니다.
미국식 IPA , 특히 서부 쪽 IPA 로 갈 수록 맥아 단 맛이나
묵직한 질감이 적고, 효모에서 나오는 과일 맛도 제한됩니다.
오로지 홉에만 모든 것을 집중한 경향을 보여줍니다.
미국식 IPA 에 주로 이용되는 효모들은 효모 맛을 남기지 않고
단지 그 기능이 당을 먹고 알코올을 뱉는 발효만 하기 때문에,
효모가 튀지 않고 다른 재료(홉)을 더 부각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미국식 IPA 의 효모가 깔끔하게 발효만 하는 기능은
마찬가지로 깔끔하고 정제된 맛을 내는 라거 효모의 결과와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것으로.. 실질적으로 IPA 와 IPL 에서
효모가 주는 풍미의 영향은 매우 적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미국 IPA 와 IPL 의 차이는 홉 종류나 맥아(당)에서
오는 차이가 더 클뿐, 효모 맛과 질감-무게감 차이는 글쎄요..
빅 아이(Big Eye)가 패덤(Fathom)보다 더 묵직하고
직선적인 쓴 맛을 낸다는 의견은 맥아 잔 당이 더 많거나
홉을 사용함에 있어서 더 거친 맛 위주로 구성했기 때문이지
에일이어서 더 쓰고 강하다는 논리는 적용되지 않는것으로 봅니다.
만약 Fathom IPL 과 동일한 스펙(70 IBU / 7%)을 가진
영국식 IPA 와 비교를 한다면 그 차이가 미국 IPA 에 비해서
더 뚜렷하고 명확하게 나타날거라고 판단합니다.
라거(Lager)답게 선명함과 깨끗한 외관을 보여주었으며
색상은 필스너나 다름없는 금색 빛을 띄었습니다.
흰색 거품은 풍성하게 형성되었고 유지력도 좋네요.
거친 풀의 향이나 절여진 송진 등의 향들 보다는
화려하고 명랑한 느낌의 새콤한 열대 과일 향,
솔, 감귤 등등의 IPA 스런 홉 향기로 장식된 맥주였습니다.
고소한 빵이나 곡물, 시럽 등등의 향이 있을지라도
홉(Hop)의 강한 점유율에 눌려 잘 등장하지 않더군요.
라거(Lager)이지만 탄산감이 많지는 않습니다.
청량함이나 개운함보다는 약간의 매끈함이 나타나나,
대체로 가벼운 무게감과 질감으로 일관되었습니다.
향에서와 마찬가지로 맛 역시도 홉(Hop) 일변도입니다.
미국 IPA 류에서 접할 수 있는 전형적인 홉의 성향인
자몽, 망고, 감귤, 풀, 솔 등등이 뒤엉켜 있었습니다.
거친 느낌이 없이 상큼한 홉 맛이 여과없이 드러납니다.
홉의 쓴 맛은 개인의 단련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스컬핀/빅 아이 등의 IPA 를 먼저 접했다면
패덤(Fathom)의 쓴 맛이 버겁게 작용하진 않을겁니다.
희미한 시럽, 꿀 등의 단 맛이 전달되기는 했습니다만..
깔끔하게 떨어지는 끝 맛과 홉의 강성한 기운덕에
실질적으로 맛 자체는 복잡함이라곤 없는 맥주라 봅니다.
라거 맥주에도 미국 홉을 무자비하게 넣으면
미국 IPA 처럼 충분히 홉의 충만함을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확인시켜주는 패덤 IPL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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