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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돼지의 맥주 에세이

EP.3 페일 라거

by 살찐돼지 2023. 9. 1.

Q. 페일 라거의 특징을 설명해보세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대중에게 던진다면, 많은 사람들은 "페일 라거가 뭐야?" 하겠지만,

사실 이미 다 알고있는 가장 흔한 타입의 금색 라거맥주가 바로 페일 라거다.

 

가볍고 청량하며 쓰지 않고 시원하게 마시는 호프집 맥주 스타일이 페일 라거(Pale Lager)로,

사람들은 이 맥주를 흔히 줄여서 부를 때 페일을 떼고 그냥 '라거' 라고 부르고 있다.

 

사실 페일 라거는 라거 효모로 발효하는 50여종의 스타일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지만,

꽤 오랜시간 라거를 대표하는 스타일이 되었으며, 더 나아가 맥주를 대표하는 타입이 되었다.

 

각 국가에서 시장점유율 1,2위하는 대중 맥주 브랜드는 거의 다 페일 라거 타입이라 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하이트, 카스, 테라, 클라우드, 켈리, 한맥 등등의 제품들이 페일라거 계통 맥주이며,

외산으로 가면 아사히, 삿포로, 기린, 버드와이저, 밀러, 코로나, 칭타오, 하이네켄 등등등이다.

 

 

페일 라거 스타일이 지향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가볍고 청량하며 호불호 갈릴 맛이 없는 깔끔한 대중 맥주다.

 

맥주를 만들 때 필요한 4대재료로 홉, 맥아, 효모, 물이있다.

여기서 홉이라는 재료가 많이 사용되면 맥주의 쓴맛이 상승하면서 품종에 따라 고유한 향을 낸다.

수제맥주 쪽에서 유행하는 페일 에일이나 IPA 에서 과일 향이 나는 것은 그런 향을 내는 품종의 홉을 사용해서고,

반면 독일,체코의 정통 필스너 라거에서는 풀, 허브 등의 향이 나는데 독일/체코 품종 홉의 경향성이다.

 

하지만 홉의 쓴맛과 향,풍미 등은 호불호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대중주 페일 라거 스타일에서는 홉의 캐릭터를 되도록 억제시키는 편으로 설계된다.

 

 

 맥아는 발효주인 맥주에서 효모가 발효할 당분을 주는 재료다. 더불어 고유한 맥아 맛을 남기기도 하는데,

고소한 곡물 풍미부터 달작지근한 카라멜, 붉은 건과일 그리고 커피나 초콜릿 등등이 있다.

 

맥아 풍미, 즉 Malty Flavor 는 어떤 색상의 특수 맥아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결정되는데,

상단 이미지에서 검은색 맥아는 자연스럽게 초콜릿이나 로스팅 커피, 가운데 붉은 맥아는 카라멜 등을 낸다.

 

페일 라거는 맥주에서 가장 밝은 색상 계열인 밝은 금색을 띄는 맥주로

흑맥아나 붉은 계통의 색상있는 맥아가 들어가면 밝은 금색이 나올 수가 없다.

쉽게 생각해서 노란색 물감을 탄 물통에, 빨간색~검은색 물감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해보자.

 

게다가 페일 라거는 대중주이기 때문에 맥아에서 나오는 단맛이 남을 경우 시음성이 떨어져

호프집에서 500cc 세네잔을 연거푸 마시는 맥주로서 어울리지 않게 될 것이다.

 

 

따라서 맥주에 있어 가장 밝은 색상을 만들어주는 맥아이면서 단맛을 남기지 않는데 도움되는 맥아로

필스너(Pilsner) 맥아라는 종류가 있다. 색상만 봐도 위에 있는 단맛과 고소함을 내는 맥아보다 밝지 않은가?

 

사실상 하얀 도화지와 같은 배경의 맛을 만들어주는 맥아이기에 페일 라거를 비롯해서

맥아의 고유 풍미가 그리 필요하지 않은 밝은 금색 맥주들에 두루 사용된다. 에일 라거를 막론하고.

예를 들면 벨기에 골든 에일인 듀벨(Duvel)같은 타입이나 밝은색을 띄는 밀맥주류에도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효모는 맥아에서 나온 당을 먹고 에탄올(알코올)로 변환하는데 이를 발효라고 한다.

맥주 효모는 라거종과 에일종으로 나뉜다는 것은 워낙 유명하니 많이들 아실 것이라 보고,

 

특정 에일 효모들은 발효하면서 맥주에 독특한 향미를 부여하는데, 그 향미는 과일같은 느낌이나

혹은 향신료와 같은 느낌으로 발현된다. 이를 맥주계에서 효모 발효 풍미라고 부르는데,

발효 풍미가 가장 뚜렷한 타입의 맥주들로는 독일식 밀맥주인 헤페바이젠-바이스비어

벨기에의 수도원 계통 맥주를 마시면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확실히 기성 라거와 다르다고 느낄 수 있다.

 

반면 라거효모는 대체로 발효 맛을 남기지 않는 편이며, 더군다나 페일 라거는 호불호 갈릴 맛은 배제하고

깔끔하게 넘어가는 맥주를 지향하기 때문에 효모 고유의 발효 맛과는 완전히 무관한 타입이다.

 

 

자, 그럼 글을 정리해보자. 페일 라거라는 스타일은 만인을 상대하는 타입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요소가 없어야 누구든 편하게 마실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면 잘 만들어진 페일 라거의 성립조건은

맥아-홉-효모 발효 맛이 매우 연하거나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국가의 맥주 시장이 페일 라거만 생산하는 독점적인 회사들만 존재한다면

그 국가의 시민들은 페일 라거 이외에 다른 타입의 맥주들이 존재하는 것을 모를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로 보면, 카스-하이트 이외의 다른 선택권이 없던 시기를 떠올리면 쉽다.

 

그리고 맥주를 좋아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지만, 한평생 페일 라거 타입만 마셨을 경우

맥주의 원재료 맛인 맥아-홉-효모 발효 풍미를 모르거나 분간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맥주의 맛을 설명하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고, 관련없는 다른 설명을 하게 된다.

시원한 맛에 먹어요. 목넘김이 좋아서 마셔요. 탄산감이 톡 쏴서 좋아요 등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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