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찐돼지의 맥주 에세이

EP.7 한국 맥주는 맛이 없다? (수제맥주편)

by 살찐돼지 2023. 9. 19.

 

우리나라에서 소규모 맥주가 시작된 것은 2002년으로

대형 양조장이 아닌 작은 규모의 양조장들이 이때 이후 나올 수 있게 되었다.

 

2002년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는 수제맥주 보다는 '하우스 맥주' 라는 표현이 더 보편적이었고,

서울 종로, 강남, 삼성, 잠실 등등에 구릿빛 양조시설과 넓은 홀을 갖추고 맥주와 음식을 함께 파는,

비단 서울 뿐만 아니라 지방의 도심지에도 많았으며, 30대 중반 이상이라면 하우스맥주에 대한 기억이 있을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특이한 규제에 소규모 하우스 맥주 양조장들은 제약을 받았는데,

바로 하우스 맥주 양조장에서 생산한 맥주는 그곳에서만 판매되고, 외부 유통이 허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업자가 다른 외부 펍이나 대형 마트, 호프집, 식당 등에 하우스 맥주를 납품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고객들은 그 맥주가 마시고 싶으면 하우스맥주 양조장에 방문하여 마시는 방법 밖에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하우스맥주 초창기에는 신사업 붐이 일어 많은 양조장들이 우후죽순 생겨났으나,

결국 소비자가 매장에 방문하는 것으로만 이윤을 내야하는 한계, 방문하기 좋으려면 세가 비싼 번화가,

손님을 넉넉하게 받기 좋은 넓은 홀과 그것을 감당할 주방 + 맥주 양조에 필요한 양조장 공간 등등하면

 

하우스맥주 사업은 비싼 번화가 자리에서 넓은 부지를 필요로 했고,

홀/주방/양조 직원 등등의 인건비도 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 2000년대 후반이 되면 쇠락하게 된다.

 

(이태원 경리단길의 맥파이 브루잉의 시작지)

2010년대 초반부터는 하우스맥주 사업에 대한 다른 대안이 등장하게 된다.

하우스맥주에서 시작했지만 시설규모를 키워서 외부유통이 가능한

일반면허에 준하게 된 양조장들이 두 곳 정도 생겼고,

 

이곳에 취미로 맥주를 만들던 홈브루어 출신 맥주 사업가들이 레시피를 주고

위탁생산을 하게 되어 자신들의 차린 펍에 생산된 맥주를 받아 판매하는

위탁양조 형태(OEM)의 수제맥주 업체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업체들이라면 맥파이 브루잉, 와일드 웨이브, 미스터리 브루잉, 크래프트브로스 등등으로

이전 독일식 맥주 위주였던 하우스맥주 시절과 비교하면 미국식 수제맥주 스타일로 기조가 바뀌었고,

다양한 수제맥주 문화에 관심이 많은 젊은 플레이어들이 주축이다는 부분이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수제맥주 업계에서는 세대로 구분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하우스맥주 시절 업체를 1세대,

2010년대 초반이후 미국식 수제맥주에 영감을 받아 생긴 곳들을 2세대로 나눠 부르기도 한다.

 

 

국내 수제맥주계에 큰 변화가 생긴것은 2014년 봄의 일로

주세법이 개정되어 소규모 양조장의 외부유통이 막혔던 것이 풀리게 되었고,

 

2014년 이후 수제맥주 양조장 사업에 뛰어든 사람들은 외부 유통이 가능해졌으니

하우스맥주 1세대처럼 땅값이 비싼 곳에 넓은 공간을 마련하고 유지할 필요가 없이

 

수도권으로 본다면 가평, 김포, 고양, 파주, 남양주 등등에 수제맥주 양조장 설립 후

케그(드래프트맥주), 병, 캔맥주 제품 유통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되었다.

 

기존의 OEM 으로 맥주를 생산하던 플레이어들도 독립하여 독자적인 양조장을 갖추게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수제맥주 시장의 매출 규모, 수제맥주 양조장 면허 갯수 등등의 성장세를 보이게 된다.

 

어느순간부터 편의점이나 마트에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의 맥주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거리에는 수제맥주 전문 펍 프랜차이즈들도 심심치않게 마주할 수 있게되었다.

 

 

2002년 하우스맥주 시작이 국내 수제맥주 1차 붐이었다면 2010년대 중후반에는 2차 붐이 있었으나,

코로나 거리두기 영업제한 3년을 비롯한 여러 상황들이 수제맥주 시장에도 많은 어려움을 안겨주었다.

 

역시나 2차 붐이 일면서 많은 양조장들이 개인적인 예상보다 빠르게 생겨나기 시작하였으며,

초기의 산업들이 그렇듯 준비되지 않은 곳들이 많아 맥주 퀄리티적으로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

 

 특히 낙관적인 미래만 보고 섣불리 맥주 양조장의 사이즈를 키운 업체들이 나오게 되었고,

EP.2 Grain To Glass 편에서도 언급한 적 있듯이, 양조장은 규모가 커지면 그 큰 몸뚱이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잘 팔리는 맥주 위주로 보수적으로 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결국 이런 업체들은 편의점에 4캔 만원 수제맥주를 유통하는 전략으로 향했으며,

홉이나 맥아 등의 원재료의 사용량을 늘려 고풍미로 가면 가격 상승으로 4캔 만원 그룹에 넣을 수 없으니,

결국 차떼고 포떼어 경량급 수제맥주들 위주로 편의점 시장이 형성되게 된다.

 

문제는 이쪽 시장에도 여러 수제맥주 업체들간에 경쟁이 발생하게 되었고,

사람들은 수제맥주 낯설어한다는 생각과 맞물려 너도나도 저풍미 수제맥주를 만들다보니

더 이상 맥주 풍미에 있어서 차별화는 어려웠기에 기획이나 컨셉만 살린 맥주들이 나오게 되었다.

 

특히 편의점 수제맥주를 통해 이슈메이킹을 하고 싶었던 브랜드들과의 욕망과 합이 맞게 되어

별의 별 알수 없는 컨셉의 맥주들이 나오게 된다. 2080 치약맥주... 따상주 맥주... BYC 맥주.. 등등

 

 2023년 9월 현재에는 무차별적인 콜라보 맥주들의 이슈몰이가 약발이 다했는지

현재는 대부분 유행하는 하이볼을 캔맥주 형태로 만드는 쪽으로 넘어가게 된 상황이다.

 

 

사실 업계 내부에서도 편의점 콜라보맥주, 하이볼로 넘어간 대형 수제맥주 업체들을

수제맥주 카테고리 안에 넣어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름만 수제맥주이지 사실 사업방식은 대기업 맥주회사와 다를게 없기 때문이다.

 

애시당초 수제맥주라는 문화는

대기업이 (페일)라거 이외의 다른 맥주를 취급하지 않았기에,

사라져간 다양한 맥주들을 사람들에게 소개시켜주는 대안으로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 수제맥주 양조장은 기본적으로 투 트랙(Two Track)을 지향한다.

어쨌든 양조 사업체이니 이윤이 남는 대중적인 맥주들을 만들면서도 [1번 트랙]

 

도태되지 않고 수제맥주의 다양성이라는 기치를 지키고 실현하려는 목적으로

사업성은 떨어지더라도 다양한 취향을 맞춰줄 수 있는 맥주들도 선보인다 [2번 트랙]

 

단적인 예로 가벼운 맥주들과 편의점 콜라보맥주를 주로 만드는 제주맥주도

왜 간간히 배럴 에이지드 임페리얼 스타우트라는 제품을 내는 것일까?

사업성만 본다면 할 필요가 없다. 편맥마시던 고객들중에 누가 이걸 알고 마신다고? 

 

(독일 밀맥주의 대부 슈나이더 양조장도 유러피안 비어 스타 수상후 올린 이미지)

편의점에 들어가는 수제맥주만 마시고 한국 수제맥주의 수준을 판단하기에는 매우 이르다.

수제맥주의 가치를 지키면서 우직하게 정도를 걷는 수제맥주 양조장들이 국내에 꽤 많기 때문이다.

 

그들도 초창기에는 양조장의 사업-맥주 퀄리티의 안정화라는 시기가 필요했었을 것이고,

어느덧 주세법 개정이 된지 10년여가 흐른 2023년이 되자 업계에 여러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특히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들 가운데 해외 맥주 대회나 어워즈에 출품하여 상을 받은 사례가 점점 늘고 있다.

 

혹시라도 '이거 돈주고 상받는거 아니냐?' 라는 삐딱한 생각을 가질 수 있는 사람들을 위해 추가 이미지를 올렸는데,

독일 밀맥주계의 대부 슈나이더 또한 영등포터와 같은 등급의 상을 받고 자랑스럽에 홍보이미지에 올린 이미지이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세계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한국 수제맥주 제품들이 더 있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수상한 양조장들에게는 조금 미안한 이야기가 되겠지만...)

 

수상 이미지로 언급된 양조장들이 국내 수제맥주 매니아들에게 완전 에이스급 양조장은 아니고,

화제성은 떨어지지만 실력은 탄탄한 양조장의 이미지는 갖춘 곳이었다는 부분이다.

 

그러면 '에이스급 평가의 수제맥주 양조장이 출품하면 대회를 휩쓰느냐?'  그건 또 아닐 수 있겠지만

적어도 이번 글의 주제인 '한국맥주 퀄리티가 떨어지냐?' 라는 부분에서

대한민국 수제맥주 또한 아니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와 같은 국내 수제맥주들이 있다는 사실을 모를까?

이는 간단하다. 해당 맥주는 편의점 가격에 맞춰 들어갈 수 없는 제품들이고,

수제맥주를 취급하는 펍이나 전문 맥주 바틀샵(상점)에 가면 구할 수 있다.

 

즉 맥주 인터넷 판매가 불법인 대한민국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발품을 팔아야한다.

1차적으로 판매하는 곳이 극히 적으니 사람들이 모를 수 밖에 없다. 

 

수제맥주 마시려고 발품을 판다는 것은 어지간히 맥주에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맥주를 좋아한다지만 관심은 없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편맥 정도에서 머무른다.

즉, 사람들은 맥주에 관심이 없다.

 

다음 에피소드에서는 관심이 생긴 사람들이 방문하는 매장을 다뤄보려고 한다.

 

 

맥주가 더 궁금하다면 http://koreabeeracademy.com/ 

 

한국맥주교육원 (한맥원) Korea Beer Academy(KBA)

맥주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드립니다. 한국 맥주 교육원 | 수제맥주, 맥주교육, 맥주학원, 홈브루잉, 기업취미맥주학원, 창업과정, 기업단체과정, 맥주역사강의, 맥주시음행사

koreabeeracadem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