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 맥주 양조 홈브루잉(Homebrewing)을 처음 시작하면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수 많은 재료의 특성 파악입니다.
맥아, 홉, 효모만 해도 수백종인데 이것을 어떻게 조합하느냐로
제가 처음 시작하던 당시 센테니얼(Centennial) 홉에 관한
이야기는 많이 들었었고 그 특성이 궁금해서 주위 분들께
"센테니얼 홉을 느낄 수 있는 맥주가 뭐가 있나요?" 물으면
돌아오는 답변이 Bell's Two Hearted 와 오늘 시음하는
파운더스의 센테니얼 IPA (Centennial IPA) 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국내에서 구할 수 없는 제품들이라
아주 먼 맥주처럼 느껴졌는데 이제 제 눈앞에 있네요.
- 블로그에 리뷰된 파운더스(Founders) 양조장의 맥주들 -
Founders Dry Hopped Pale Ale (파운더스 드라이 홉드 페일 에일) - 5.4% - 2012.07.29
Founders Red's Rye P.A (파운더스 레즈 라이 페일에일) - 6.6% - 2012.10.12
Founders Devil Dancer (파운더스 데블 댄서) - 12.0% - 2012.12.11
Founders Breakfast Stout (파운더스 브랙퍼스트 스타우트) - 8.3% - 2014.11.01
Founders All Day IPA (파운더스 올 데이 IPA) - 4.7% - 2016.03.26
미국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들이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IPA 로
Centennial IPA 는 파운더스 양조장의 연중생산 IPA 입니다.
All Day IPA 같은 세션 IPA 가 있지만 일반 IPA 는 센테니얼입니다.
파운더스의 맥주들 중 유명하지 않은 제품은 없겠지만
센테니얼 IPA 도 홈브루계에서 수많은 클론레시피를 보유한,
즉 많은 홈브루어들의 워너비 맥주로 시도된 제품입니다.
보통은 센테니얼 싱글 홉(Single Hop)으로 제작되지만
미국쪽 커뮤니티의 얘기들을 들어보면 이름과 달리
센테니얼 싱글 홉이 아니라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캐스케이드(Cascade)를 일부 섞어서 사용한다는 것을
파운더스 직원에게 내가 직접 들었어" 라는 의견으로,
홈페이지에 사용된 홉 목록들을 공개하지는 않아서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는 어려워보이긴 합니다.
어쨌든 꼭 센테니얼 싱글 홉이여야할 이유도 없는 것이고
맛만 좋으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개의치 않습니다.
맑은 편은 아니나 극심하게 탁하지도 않았습니다.
색상은 구리색에서 호박색(Amber)을 띄더군요.
향은 상쾌한 풀의 느낌와 화사한 꽃 향이 동반합니다.
플로랄(Floral)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향으로,
약간의 감귤류(시트러스) 향기도 맡을 수 있었으나
홉의 아로마가 감귤류로 쏠리지는 않았습니다.
카라멜의 단 맛고 조금의 비스킷스런 면모도 있네요.
탄산은 많지 않습니다. 부드럽게 마시기 좋네요.
질감과 무게감도 안정적이고 차분한 느낌입니다.
확실히 카라멜 맥아의 힘이 전달되는 듯 하네요.
맛도 마찬가지 입니다. 붉은 색상에서 짐작했듯
맥아의 카라멜 단 맛과 고소한 빵 맛 등이 어울러집니다.
확실히 All Day IPA 에 깔리는 맥아 풍미와 대조적입니다.
그래서인지 샤프하게 날이 선 홉의 맛은 아니었습니다.
홉 맛이 새콤하고 찌릿한 감귤, 열대과일도 아니긴 하며,
홉이 꽃이나 풀, 나무, 솔 느낌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눅진하고 Earthy 한 컨셉의 IPA 라는 생각이 듭니다.
뒷 맛에 은근 쓰고 떫은 여운이 있는데 나름 괜찮습니다.
미국 West Coast 스타일의 IPA 의 바탕에
Simcoe, Citra 같은 홉이 팡팡 터지는 IPA 가 취향이면,
그 대척점에 있는 Centennial IPA 가 낯설게 다가오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아주 특별하지 않아도 잘 만들어진 맥주라
충분히 만족하면서 마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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