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믹켈러(Mikkeller)는 아실만한 분들은 익히 알만한
덴마크의 대표적인 정신나간 실험적인 맥주들을 주로 양조하는 곳으로,
최근 방콕에 그들의 바(Bar)를 한 곳 내면서 확장의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믹켈러(Mikkeller)의 영역이 넓어지는 중이라는 사실은 그들의 똘끼가
비록 엄청 적기는 하지만 그들의 맥주를 찾는 수요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겠죠.
이번에 제가 리뷰하는 홉 번 로우(Hop Burn Low)만 해도
보편적이거나 정석적인 맥주는 아닙니다. 믹켈러(Mikkeller)가 지정한
맥주 스타일만 봐도 도수 10%의 인디아 페일 필스너(India Pale Pilsner)로서
어떤 뉘앙스인지는 이해는가지만.. 족보도 없는 맥주 스타일입니다.
'인디아 페일 필스너'란 용어보다는 임페리얼 필스너(Imperial Pilsner)가 더 통용되죠.
- 블로그에 리뷰된 믹켈러(Mikkeller)의 맥주들 -
Mikkeller Big Worse (믹켈러 빅 워스) - 12.0% - 2010.11.10
Mikkeller 黑 (믹켈러 흑) - 17.5% - 2010.12.20
믹켈러(Mikkeller)에서 홉 번 (Hop Burn) 시리즈는 High - Low 로 나눠지며
High 는 상면발효 에일 효모를 Low 는 라거 효모를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Low 는 인디아 페일 필스너(India Pale Pilsner)에 속하는거죠.
이제는 믹켈러(Mikkeller)에서 1000 IBU(맥주 쓴 맛 수치)라는 맥주를 내서
홉 번 로우(Hop Burn Low)의 300 IBU 가 특별히 놀랍지는 않지만..
그래도 300 IBU 라는 수치는 무식하게 높은 정도임은 분명합니다.
실질적으로 인간이 맥주에서 느낄 수 있는 쓴 맛의 한계는
120 IBU 를 조금 넘는 수준이며, 임페리얼/더블 IPA 들이
보통 120 IBU 를 상회하는 쓴 맛 세기를 기록합니다.
'300 IBU 는 100 IBU 들에비해 3 배 강한 쓴 맛을 내느냐?' 는 질문은
그렇지 않다가 답으로서.. 120 IBU 이상은 무의미하다는 겁니다.
즉 150 IBU 도 Hop Burn, 300 IBU 도 역시 Hop Burn 이라는거죠.
믹켈러(Mikkeller)가 이와 같은 사실을 모를리가 없겠으면서도
굳이 수치상으로만 기록할 수 있는 300 IBU, 1000 IBU 맥주를 만드는 것은
정말 상식을 뛰어넘는 괴짜이거나.. 괴짜 마케팅을 하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매우 탁한 구리 색상에 거품은 나름 풍성하게 생성되었으나
조밀한 거품은 아니었고 유지력도 좋은 편은 아닙니다.
향에서는 풀-오렌지-솔 등등의 이런 류의 맥주에는 어울릴 법한
새콤하고 화사하다기보다는 코를 찌르고 공격적인 홉 향이 풍기며,
홉에 못지 않게 장기간 절여진 살구-오렌지 잼과 같은 단 내와
비스킷이나 빵들과 같은 고소함이 이면에 깔린게 느껴집니다.
탄산감은 그리 많지 않으며 도수 10%와 300 IBU 의 맥주라면
그려지는 그림인 질척이고 묵직하며 끈끈한 질감과 무게감이겠지만,
생각보다는 중간(Medium)정도의 무게감과 기름진 질감으로 구성되어있었던
무시무시한 스펙에비해서는 상당히 음용력이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그렇다고 꿀떡꿀떡 넘길만한 가벼운 맥주라는 뜻은 아닙니다.
홉(Hop)보다는 오히려 맥아적인 성향이 더 먼저 다가왔는데,
개인적으로 그리 선호하지 않는 살구 잼-시럽스러운 단 맛이
강하게 자리잡았기에.. 극단의 홉 쓴 맛에 단련된 사람이라면
쓴 맛보다는 단 맛이 거슬리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홉은 오렌지-풀-자몽 등등의 IPA 류에서는 나름 평범한 구성의
홉들로 맥주가 꾸려져서 특별하고 복잡한 맛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그냥 홉 무지 사용했다는 느낌 말고는 다른 의견은 없네요.
맛은 임페리얼 IPA 류에서 접할 수 있는 맛 그대로로서
홉에 의해 제 입이 타들어(Burn)갈 줄 알았었지만..
생각보다는 약해서 마시고 난 뒤 허무해지네요.
오랜 보관기간(1년 반)이라는 시간때문에 홉의 성질이
병 맥주에서 많이 소멸되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긴 하지만..
차라리 알콜 맛이라도 확 튀었으면 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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