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의 미켈러(Mikkeller)는 대표적인 집시 양조장으로
크래프트 맥주 업체이기는 하지만 자신들의 양조장은 없고,
대신 전문적으로 그들의 입맛에 맞는 맥주 양조를 대리해주는
양조장과 계약하여 맥주를 생산하는 형태를 취해왔었습니다.
벨기에의 De Proefbrouwerij 가 그들의 생산기지로
De Proefbrouwerij 는 미켈러 이외에 여러 업체의 맥주를
생산해주고 있는데, Mikkeller / Three Floyds 의 Boogoop 도
De Proefbrouwerij 에서 만들어진 제품입니다.
미국 인디애나의 Three Floyds 양조장에서 만들진 않았네요.
- 블로그에 리뷰된 Mikkeller / Three Floyds 콜라보 맥주 -
Mikkeller / Three Floyds Hvedegoop (미켈러 / 쓰리 플로이드 베데굽) - 10.4% - 2016.12.23
Mikkeller 와 Three Floyds 는 좋은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 그들이 설립한 War Pigs 라는 곳은
텍사스식 바비큐를 취급하는 레스토랑이자
그곳의 맥주는 매장 내 양조장에서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어떤 사람들은 War Pigs 때문에 더 이상 Mikkeller 가
집시 브루어의 타이틀(?)에서 벗어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오늘 시음할 맥주는 Boogoop 이라 불리는
Mikkeller 와 Three Floyds 의 네 번째 콜라보 맥주로,
메밀(Buckwheat)을 사용한 발리/위트와인 계 맥주입니다.
작년 이 맘때 리뷰했던 '베데굽' 은 위트 와인(Wheatwine)이었습니다.
색상은 짙은 구리색, 마호가니 색에 가깝게 보입니다.
응축된 카라멜/토스트/멀티 그레인계 맥아의 냄새가 납니다.
발리 와인(Barley Wine)의 변주라 그럴 수 밖에 없겠죠.
살짝 무화과나 귤, 감초류, 말린 장작, 흙 등도 있지만
투박하거나 텁텁한 향보다는 달고 싸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탄산감은 기대를 너무 안 해서 그런지 의외로 탄산은 포착되지만
그것이 질감과 무게감을 경감시키는 효과까지는 가진 못했습니다.
진득하고 차분하며 가라 앉은 감촉으로 다가왔지만
혀가 짓 눌려질 정도로 묵직하고 부담스럽진 않습니다.
맛은 향과 동일한 양상으로 펼쳐집니다.
식빵테두리나 통 곡물 쿠키를 씹을 때의 텁텁함이 있고
마시고 나면 홉의 쓴 맛도 꽤 남아주는 맥주였습니다.
중간에 거쳐가는 맛으로는 오렌지, 귤, 무화과 등의 과일과
나무, 감초 등의 약재나 Earthy 라고 표현되는 맛들도 나옵니다.
단 맛은 졸여진 당밀 같이 나오진 않았으며
벨기에 쿼드루펠(Quad) 쪽의 건자두, 건포도라기보다는
오렌지, 귤, 무화과를 졸이거나 그 껍질이 들어간 느낌입니다.
주인공 메밀(Buckwheat)의 역할은 잘 모르겠습니다.
의식적으로 텁텁한 느낌이 감지되는 듯 했지만
사실 맥아나 홉(Hop)의 맛에 동화된 느낌도 듭니다.
알코올 느낌은 없다고 말하지는 못하겠으며,
한 병을 다 마시니 속이 뜨거워지는 것도 부정 할 수 없지만
알코올 때문에 역하다고 여겨질 맥주는 아닌 것 같습니다.
발리/위트 와인쪽에서 보자면 영국보다는 미국쪽으로
(Three Floyds 가 관여했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기본기는 잘 갖추어져있는 맥주라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서 마시기에는 많이 버거울 수 있는 맥주로
연말에 모여서 1/3 잔씩 나눠마시는게 알맞을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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