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굴지의 맥주 대기업 삿포로(Sapporo)에서
올해 특별한 맥주를 하나 출시했습니다.
'미가키 쾰쉬' 라고 불리는 5.0%의 쾰쉬 스타일 맥주로
참고로 미가키는 윤이 나는 정도로 해석가능한 단어입니다.
독일 쾰른지방의 지역 맥주 쾰쉬(Kölsch)가 맑고 깨끗한
금색 빛깔을 띔과 동시에 거칠지 않고 깔끔한 맛이라는
성향을 지니기 때문에 미가키라는 표현이 어울리네요.
- 블로그에 리뷰된 삿포로(Sapporo) 양조장의 맥주들 -
Sapporo Draft One (삿포로 드래프트 원) - 5.0% - 2009.08.31
Sapporo Premium (삿포로 프리미엄) - 5.0% - 2011.02.09
크래프트 맥주 시장이 세계 각지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둠에 따라
다양한 타입의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크래프트 맥주 시장과 가장 대비되며, 다양성의 저해의 근원이던
대기업 맥주 양조장들도 변화를 감지하고 기민하게 신제품을 내놓습니다.
독일의 벡스(Beck's), 일본의 아사히-삿포로 등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맥주를 내놓는다고 해서 아무 맥주나 내놓지는 않습니다.
즉, 기존에 소개되지 않은 스타일들 가운데 대중들에게 거부감 없고
가벼우며 마시기 편한 '잘 팔릴 것 같은' 스타일들을 물색하게 되지요.
예전에는 이 역할을 바이젠과 필스너가 담당하고 있었지만
요즘은 그 범위가 쾰쉬(Kölsch)나 세종(Saison) 까지 넓어진 느낌입니다.
홉이 무지막지하게 들어가는 맥주도 아니며,
색상도 밝기에 특수 맥아를 많이 넣을 필요도 없고,
효모가 상당한 역할을 수행해서 발효만 잘 되면 맛은 보장되는
그러면서도 사람들에게는 낯선 스타일이라 참신성도 인정받는
여러마리의 토끼를 잡을거란 추측하에 출시된 맥주 같네요.
선명한 금색을 띄긴 하는데 예상했던것 보다는
아주 맑지는 않습니다. 그럭저럭 맑은 편에 속합니다.
거품층은 손가락 반 마디 정도로 쭉 유지됩니다.
향은 포근하고 향긋한 과일 향이 풍겼습니다.
코를 찌르는 펑키한 과일 향은 아니었으며,
꽃과 같은 향과도 겹쳐져 은은하게 드러납니다.
약간의 짚이나 곡물스러운 향도 맡을 수 있으나
압도적으로 아름답고 우아한 쪽에 향이 맞춰져 있네요.
탄산은 생각보다는 무딘 터짐으로 나타납니다.
즉, 탄산이 빵빵 터져 청량한 느낌은 적었습니다.
맥주는 초점이 마시기 편하고 산뜻한 쪽에 있지만
은근히 기름진(Oily) 성향이 조금 발견되더군요.
향에서의 좋았던 인상에 비해 맛은 조금 떨어집니다.
확실히 향에서 기대했던 수준만큼 맛이 강하지 않았는데,
쾰쉬 맥주의 묘미인 미묘하게 나타나는 과일스러움과
고소함, 약간의 허브나 꽃과 같은 맛 등이 약합니다.
의식하고 마시니 어느정도 있는 것 처럼 파악되긴하나
사실상 페일 라거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맛이었네요.
특히 후반부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쓴 맛이 있었는데,
홉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쓴 맛이라기보다는
종이를 입에 문 것 같은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향에서 보여줬던 퍼포먼스의 절반 이상만 맛에서 나타났어도
충분히 괜찮은 맥주의 반열에 올랐을 것 같습니다.
맥주를 선물해주신 TLF 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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