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워터(Stillwater)는 미국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에서
주로 활동하는 맥주 회사로 대표적인 '집시 양조' 기업입니다.
미켈러(Mikkeller)나 투 욀(To Øl)등을 설명할 때도 등장한 용어
집시 양조장은 자기 소유의 양조장을 가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만의 양조 레시피를 가지고 양조장과 계약을 맺고
자기 브랜드를 붙여 시장에 맥주를 내놓는 그룹을 뜻합니다.
전 세계에서 생각보다 많은 업체가 계약양조를 통해 맥주를 내며,
특히 양조장 설립이 까다로운 우리나라에서도 성행중(?)입니다.
그렇기에 Stillwater 는 Stillerwater Brewing Company 가 아닌
Stillwater Artisanal Ales 가 기업의 공식 명칭입니다.
미국은 워낙에 돌+I 같은 양조장들이 많기에 Stillwater 는
기발하고 독특한 맥주들을 양조장을 통해 내놓을 수 있게 됩니다.
위탁 맡기는 양조장들이 희한한 맥주에 관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가능했지요.
실제로 오늘 시음하는 셀라 도어(Cellar Door)를 대리 생산해주는
Two Road Brewery 에서는 덴마크의 Evil Twin 의 맥주도 만들어주며,
Two Road 자신들의 맥주들 가운데서도 실험적인 제품들이 많습니다.
셀라 도어(Cellar Door)는 Stillwater 의 맥주 목록들 가운데
화이트 세이지가 들어간 무난한 축의 American Farmhouse Ale 입니다.
벨기에식 세종(Saison)에서 모티브를 얻은 맥주로
여름철 맥주를 보관하던 지하실(Cellar)의 문(Door)을
열고 들어가면 만날 수 있는 보물스런 맥주 컨셉 같네요.
약간 탁한 짙은 금색, 밝은 주황색을 띕니다.
여러가지 향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양상이네요.
오렌지, 감귤, 사과 등등의 과일 향이 올라오기도,
후추나 세이지 등의 향신료 향이 있으면서도,
풀이나 건초와 같은 농가적인(Earthy) 향도 있습니다.
탄산은 적당한 편으로 가볍게 마시기 좋습니다.
입에 닿는 느낌은 연하고 바삭한(탄산) 시음감이며,
무게감도 전혀 무겁지 않아 쉽게 마시기 좋습니다.
반면, 맛은 마냥 쉽다고 얘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세종(Saison) or 그것의 미국식인 Farmhouse Ale 에서
평소 과일과 같은 달콤 새콤함에만 마음을 주던 입 맛이라면
Stillwater 의 Cellar Door 는 조금 다른 양상이라 낯설겁니다.
brettanomyces 라는 야생효모가 들어간 것 같은
건초나 먼지, 지하실 곰팡이 같은 느낌들이 있으며,
알싸한 향신료스러운 풍미도 동반하여 나타납니다.
시럽같은 단 맛 살짝에 감귤류 같은 맛이 잠깐 나오지만
이후 약간의 새콤함과 은은한 씁쓸함으로 맥주는 마무리됩니다.
정말 농장의 헛간에서 짚단위에 앉아 마시는 맥주스런 이미지로
개인적으로는 참 마음에 드는 요소가 많았던 맥주였습니다.
꿉꿉하고 알싸한 맥주가 안 맞다면 피하시는게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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