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Pepper)라는 재료는 맥주 양조에 있어서

아주 흔하다고 보기는 어려운 부재료이긴하나,

의외로 이런 저런 스타일에 엮이기는 하는데,


인디아 페일 에일(IPA)에 적용되기도하고,

스타우트에 들어가는건 국내에도 들어왔고,


예전에 들어왔다가 지금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아예 고추가 병 맥주 안에 육안으로 보이는

라거 기반의 맥주도 존재했었습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업라이트(Upright) 양조장의 맥주들 -

Upright Five (업라이트 5) - 5.5% - 2015.08.09

Upright Gose (업라이트 고제) - 5.2% - 2015.10.05

Upright Saison Bruges (업라이트 세종 브르즈) - 7.0% - 2017.11.20



오늘 시음하는 Upright 의 Fatali Four 라는 제품은

Upright 양조장에서 기본적으로 생산하고 있는

도수가 약한 Table Saison 인 '4' 라는 맥주에


파탈리 고추를 병입 한 달 전쯤에 넣어 맛을 낸 건으로

Upright 의 설명에는 세종 고유의 맛과 heat 가 있을거랍니다.


Upright 에서 생산하는 맥주들이 대체로 멀끔하기보다는

기본적으로 브렛(Brett)의 풍미를 머금고 있는 것들이 많아,


고추(Pepper) 맛의 양상이 단독으로 튀기 보다는

꿉꿉함과 텁텁한 풍미나 신 맛 등과 나오지 않을까 봅니다.



거품 생성력은 좋고 탁한 노란색을 띕니다.

고추가 들어갔다고 빨개지는 클리셰는 없었네요.


고추보다는 세종(Saison)스러운 향이 더 우선되었는데,

사과, 오렌지 등의 과일 향과 약간의 후추스러움이 있습니다.

집중해서 향을 느끼면 고추에서 오는 맵싸함도 전달됩니다.


군데군데 브렛에서 나오는 쿰쿰함과 시큼함이 포진했고,

그리고 예상과 달리 꽤 감귤이나 열대과일 같은 향도 풍깁니다.


탄산기는 상당한 편이라 여름 갈증 해소용으로 탁월했고,

본래 Table Saison 이 모태였기 때문에 질감-무게감은

매우 낮고 가벼우며 개운하게 떨어지는 양상입니다.


처음 입을 머금으면 시큼한 산미와 고추의 매운 맛이

결합하여 시고 맵다기보다는 살짝 짭쪼름하게 다가왔고,

그 이후 입 안에 열과 함께 매운 기운이 조금 퍼졌습니다.


세종의 맛인 사과, 배, 오렌지 등의 과일 맛은 다소 묻혔으나

매운 맛에 적응이 되면 슬며시 모습을 드러내는 듯했고,


후반부로 가면 브렛의 쿰쿰함과 함께 밀에서 비롯했을거라 보는

곡물과 같은 고소함, 식빵의 흰 속살과 같은 맛도 등장합니다.


맛의 구성과 조합이 매우 낯설 수 밖에 없는 것에 반해

일단 적응되기 시작하면 꽤 수월하게 넘길 수 있는

질감과 무게감, 그리고 쓰고 떫지 않은 특징을 갖추어


의외로(?) 음용성이 좋았다고 생각되었던 맥주였습니다.



Posted by 살찐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