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맥주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접하였을 땐,
독일 출신의 엑스포트 맥주라고 짐작했었습니다.
하지만 독일과는 지리상 완전 정 반대에 위치한
뉴질랜드의 DB(Dominion Brewery) Group 에서 나온 맥주로,
DB 그룹은 현재 뉴질랜드 맥주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두 개의 메이저 맥주회사들 중 하나라고 합니다.
DB Brewery 는 총 4가지의 맥주를 만들고 있는 곳인데,
희한한 것은 전부 Export (엑스포트) 스타일의 라거맥주란 점입니다.
뉴질랜드 맥주역사에 있어서 1958년의 'Black Budget' 은
꽤나 의미심장한 사건이 되었습니다.
1957년 뉴질랜드에서 노동당이 정권을 잡고, 1958년 재무장관 노드마이어는
예산에 타격을 입어 세입을 증대하기 위해 맥주, 담배, 연료등에
부과된 세율을 높여버리는 'Black Budget' 을 단행합니다.
맥주에 있어서는 수입되는 프리미엄 맥주들에 높은 세금을 부과했고,
노동당을 지지하던 노동자계층은 당연히 반발했으며,
또 이는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져 노동당은 다음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뉴질랜드의 맥주양조장에게는 또 하나의 기회가 되었었는지,
DB 에서는 수입에 반대되는 말인 수출(Export)맥주를 만들었고,
이 엑스포트 맥주는 큰 반향을 얻어 몇몇의
맥주 경연대회에서 수상을 하기까지 이르렀다고 합니다.
DB Export Gold 는 오리지날 버전인 Export (5.4%)에서
도수를 낮추고, 깔끔하고 더 싱그럽게 만든 제품이라 합니다.
Export 치고는 도수가 좀 낮은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쉽게 생각해 오리지날의 Light 버전인 것 같네요.
DB Export Gold 를 처음 마시면 바로 느끼게 되는 감정은
아마 '이 맥주 생각보다 산미가 많다' 가 아닐까 봅니다.
향에서 부터가 홉(Hop)의 고소한 향과 함께 피어나는 신 향이,
입에 넣고 머금으면 터지는 듯 했습니다.
탄산은 좀 많은 편이었으며, 무게감은 낮고,
대중들이 마시기에 별 무리없는 풍미였습니다.
쓴 맛은 전혀 없었고, 신 맛이 지나간 후에는 약간의 고소함이 남았는데,
라거맥주에서 살짝 시큼함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은 꺼릴만한,
또 다른편에선 라임넣은 코로나같은 싱그러운 상큼함이 좋은,
호불호가 갈릴거라 예상되는 맥주였습니다.
라거맥주에서는 '필스너 우르켈' 같은 종류만 제외하면,
어지간한 사람을 아우르는 원만한 특징을 가진게 대부분인데,
DB Export Gold 는 그 예외였다고 보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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