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벨에 오로지 흑(黑)이라는 한자가 떡하니 있다고 하여,
이것이 중국이나 일본등지의 동아시아 출신이라 생각하실겁니다.
하지만 완전 예상밖인 국가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에 위치한
믹켈러(Mikkeller)양조장에서 나온 곳으로,
개인적으로 믹켈러를 설명하자면 덴마크의
도그 피쉬 헤드(Dog fish head)양조장이라 하고싶습니다.
실험정신, 모험정신으로 무장한 곳이 믹켈러 양조장인데,
오늘의 제품 흑(黑)이 17.5%의 임페리얼 스타우트(Imperial Stout)라는
사실만 보아도, 맥주에 단단히 미친사람들인 것을 알 수 있죠.
스칸디나비아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맥주라고 여겨지는 흑(黑)에도
여러 종류의 버전들이 있는데, 오늘 시음하는 제품은 일반 스타우트입니다.
하지만 오리지날버전과는 비교되게, 이외의 버전들에는 병목과 뚜껑부분에
각각 다른색상의 양초같은 왁스가 칠해져 있는데,
흰색, 금색, 보라색등이 있습니다.
세가지 모두 위스키 배럴에서 숙성된 스타우트들로서,
위스키배럴에서 숙성달수에 따라 다르게 구분된 제품들이죠.
상상이상의 알콜도수에서 비롯되었는지, 유통기한이 2020년 6월30일인
믹켈러의 '흑(黑) 임페리얼 스타우트' 는 이색적으로도
덴마크가 아닌 벨기에의 De Proef 라는 양조장에서 만들어졌습니다.
De Proef 의 브루마스터는 벨기에의 강력한 맥주들에 특성화 된 인물로,
그와 함께 협력작업을 통해 2007년 탄생한 맥주가 흑(黑)입니다.
믹켈러에서는 '여자같은 사내들은 엄두내지 마라 !' 고 말하는데,
그래도 소주 한 병(360ml,19.5%)은 마시는 저로선 '흑(黑,375ml,17.5%)'에
도전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겠지요? ㅋ
향에서는 완연한 초컬릿 + 알코올의 향을 풍기고 있있으며,
마치 진한 초컬릿 드링크같은 풍성한 거품또한 가졌던
믹켈러(Mikkeller)의 '흑(黑)' 이었는데,
상층표면에 가득히 드러워진 부드러운 거품만큼,
풍미나 입에 닿는 느낌도 진득하고 매우 묵직였습니다.
쉽게 예상되었던 풍미에 반하여, '흑(黑)'의 맛은 상당히 복잡했는데,
향에서 감지된 초컬릿의 맛과 알코올의 맛이 초반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알코올의 맛과 향은 소주만큼이나 강하며, 초컬릿 맛의 활약도 매섭습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초컬릿의 맛은 급 속도로 사라지면서,
대신 '임페리얼 스타우트' 의 특징인 강한 홉의 맛이 등장합니다.
강한 인디안 페일 에일(IPA) 수준의 싸한 맛으로,
중후반 등장시기에 알콜맛과 함께 맞물려서
'이거 좀 많이 센데!' 라는 느낌을 받게 해주며,
목넘김 이후에의 후반부에는 홉(Hop) 맛의 독무대입니다.
탄맛, 알코올 맛, 단맛등을 제치고 살아남은 홉의 맛이
입안에서 정말로 오래남으며, 물로 헹궈야만 없어질 만큼 강하네요.
요즘 주로 10%근처의 맥주를 마시는 저로서도 좀 버거웠던 '흑(黑)'이었고,
믹켈러(Mikkeller)의 실험정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던 맥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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