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머티노즈(Smuttynose)는 미국에서도 꽤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크래프트 브루어리로 어떻게 보면 현 상태에 안주해도 되겠으나,
그들은 Short Batch 라는 형식의 실험적인 양조 작업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독특한 맥주를 만드는데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호밀(Rye)을 사용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고 시작한
15 번째 Short Batch 는 호밀을 넣은 Rye IPA 였습니다.
오늘 시음하려는 맥주 Rhye IPA 가 15 번째 Short Batch 의
결과물로 최근에 국내에 소개된 따끈한 신상 맥주입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스머티노즈(Smuttynose) 양조장의 맥주들 -
Smuttynose Big A IPA (스머티노즈 빅 A IPA) - 9.7% - 2012.09.19
Smuttynose Old Brown Dog Ale (스머티노즈 올드 브라운 독) - 6.7% - 2014.09.05
Smuttynose Robust Porter (스머티노즈 로버스트 포터) - 5.7% - 2014.09.30
Smuttynose Bouncy House (스머티노즈 바운시 하우스 IPA) - 4.3% - 2014.12.21
라이 IPA (Rhye IPA) 이름은 싱거운 말장난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코뿔소(Rhinoceros,라이노세로스)의 초반부 음절인 '라이' 와
호밀(Rye, 라이) 사이의 발음의 유사성에서 시작된 것이죠.
스머티노즈(Smuttynose)는 여기서 더 나아가.. 던진다는 질문이
'육중한 코뿔소가 육중하고 복잡한 맛을 좋아하지 않을까?'
'갑옷 뒤에 감춰진 호밀과 여러 맛 들을 포착할 수 있는가?' 식입니다.
언어유희 때문에 이 맥주의 메인 모델은 코뿔소가 되었는데,
우리가 알고있는 코뿔소의 모습이 아닌 16세기의 독일 화가인
알브레히트 뒤러의 코뿔소를 그린 그림이 겉 표지에 삽입되었습니다.
뒤러가 실물로 코뿔소를 보고 그린것이 아니라 코뿔소를 본
다른 사람들의 묘사에 의존하여 그린 것으로, 요즘 식으로 표현하면
슈퍼 아머를 걸친 코뿔소! 전장에 나갈듯한 위용을 뽐내고 있죠.
주황색이라고 표현하면 알맞을 색상을 갖추었습니다.
살짝 탁하며 거품은 입자도 크고 유지나 지속도 그닥입니다.
IPA 가 기본 스타일이 되다보니 향은 압도적으로 홉 위주입니다.
미국적인 홉 색채인 시트러스, 열대과일 류의 향기가 강했고
약간의 솔 냄새와 소량의 카라멜 단 내를 맡는게 가능했습니다.
탄산은 적어 마시는게 걸리적거리는게 전혀 없습니다.
호밀(Rye)이 맥주 질감과 무게감에 주는 효과를 톡톡히 봤는데,
비슷한 7% 대의 일반 IPA 류에서 접해보기 힘든 속성들인
질기고 끈적하며 가라앉은 질감-무게감이 돋보입니다.
무겁고 씹힐정도로 부담스러운 쪽은 전혀 아닌 적당한 수준입니다.
구워진 빵 테두리나 고소한 곡물류의 맛이 은근히 감돌며
단연 활개치는 맛은 홉의 새콤한 자몽, 오렌지 맛들입니다.
카라멜 맥아의 단 맛도 강하진 않지만 분명히 느껴집니다.
그 와중에 홉의 조금씩 무뎌지면 나타나는 아린 맛이 약하게 나타는데
호밀(Rye)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예상보다 끝 맛에 길게 남습니다.
홉의 씁쓸함과 동반하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버거울 수 있겠네요.
맛은 미국 홉을 사용한 'Rye IPA' 에서 기대할 수 있는 풍미들이
정직하게 나온 맥주이며 불쾌한 이취도 없어서 만족했습니다.
더불어 밸런스 측면도 좋았던게 음용성 살린다고 어물쩡하게 깔끔(Dry)하게 만들면
호밀의 아린 맛이 더 강할 수도 있고, 그렇다고 호밀을 줄이자니
Rye IPA 라고 칭하기 민망할정도로 호밀 캐릭터가 약해질 수도 있을텐데,
그 중간점을 잘 포착해서 두루두루 맛이 드러나는 좋은 맥주였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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