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마지막 맥주리뷰를 작성할 때 들었던 생각은
'과연 내가 한국에 돌아가게되면 500번째를 채울 수 있을까?' 였습니다.
또 벨기에의 안트베르펜을 떠나면서, '훗날 한국에서 가장 구하기 힘든
스타일의 맥주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고, 그에 따른 결론은 전통 람빅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철로 된 상자에 고스란히 담겨져있어 파손의 위험이 없는
'린데만스 뀌베 르네 괴즈(Lindemans Cuvee Rene Gueuze)' 를
그곳의 한 대형마트 행사가격으로 단돈 6유로에 구매하게 되었죠.
병입시기는 2010년 11월이며, Best Before 는 2016년 11월까지로
더 숙성시킨채로 2014~15년쯤에나 개봉해서 마실려던 생각이었기에
지금 소비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현재 지금의 한국에서 제 수중에 있거나
제가 구할 수 있는 맥주들중에서는, 500회를 가장 뜻 깊게
자축해 줄 수 있는 맥주는 '린데만스 뀌베 르네 괴즈' 밖에는 없더군요.
- 블로그에 등록된 린데만스의 다른 람빅(Lambic)들 -
Lindemans Framboise (린데만스 프람브와즈) - 2.5% - 2010.01.22
Lindemans Faro (린데만스 파로) - 4.2% - 2010.08.18
Lindemans Cuvee Rene Kriek (린데만스 뀌베 르네 크릭) - 6.0% - 2010.12..19
린데만스는 1811년부터 그 역사가 시작되었으니 올해로 딱 200년이 되었습니다.
대다수의 맥주들이 인공적으로 배양한 효모를 넣어 발효하는 것과는 달리
람빅(Lambic)은 람빅전용 특수 자연효모를 이용하여 발효하는게 특징인데,
린데만스는 이런 람빅만 만드는 양조장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태원의 어떤 바에서 린데만스의 람빅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의 린데만스 람빅은 단 맛이 첨가된 람빅으로,
오늘 제가 시음하게 될 옛 방식의 람빅 '뀌베 레네 괴즈' 와
그 맛을 비교한다면 거짓말을 보태지 않고 천지차이의 맛을 보입니다.
달게 만들어진 람빅은 마치 주스같아 여성분들도 가볍게 마실 수 있지만,
지난 12월 리뷰한 '뀌베 레네 크릭' 과 오늘의 '뀌베 레네 괴즈' 같은 전통적인 람빅제품은
시큼함의 강렬함이 엄청나기 때문에, 일반소비자는 엄두도 못 낼 그런 맛입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람빅은, 단 맛이 첨가된 람빅보다 더 상위 클래스의 맥주로 취급을 받는데,
린데만스 또한 두개의 전통람빅(뀌베 크릭, 뀌베 괴즈)들이
그들의 그랑크뤼(Grand cru)로 설명되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전통방식의 람빅을 구할 길이 없지만,
언젠가는 지금보다 수입맥주의 시장이 양적으로가 아닌
질적으로도 성장하게되면 전통람빅들도 한국에서 접할 날이 있을겁니다.
오랜만에 다시 마셔보게 된 전통람빅 괴즈여서
기억을 더듬어가면서 마신 '린데만스 뀌베 레네 괴즈' 였는데,
예상했던 것 보다는 떫거나 신맛의 강도가 강하지는 않았습니다.
괴즈의 색상과 풍미는 일반라거와 엇비슷하지만
향과 맛에 있어서는 완전히 다른맥주라는 것을 마셔보면 실감할 수 있습니다.
750ml 의 대용량병을 혼자서 마시지 못할 것을 우려해서
평소 취향이 필스너이고, 산토리 프리미엄 몰츠를 좋아하는 지인에게
처음으로 전통람빅을 선보였는데, 지인 曰
"맥주라는 생각이 전혀들지 않고, 드라이한 샴페인같다.
포도맛이 나지않는 드라이한 와인같다" 라는 의견과,
'뭐 이런게 다있냐 ! 신기하다! ' 라고 감탄인지 기겁인지 모를 평을 남겼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솔(Pine)의 맛이 괴즈에 담겨있는듯 하고,
홉의 쓴맛과는 다른 짭짤한 쓴 맛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즉흥성의 맥주, 같은 브랜드라도 제조날짜에 의해서
맛의 세기가 다르다고 이야기되는 전통적 람빅이기에
오늘 제가 마신 제품은 조금 약하게 나온것이라고 자체결론짓게 되었습니다.
언제 다시 벨기에의 전통람빅을 마셔 볼 날이 올지 모르겠으며,
언제쯤 600번째 맥주를 리뷰하게 될지도 막막합니다.
국가별 구분란에 한국맥주가 고작 4개 뿐인데...
국산맥주도 질적다양화를 추구하여
제 블로그에서 50가지 정도는 국산맥주로
자리를 채울 수 있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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