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현재 거주 중인 독일은 이제서야 봄이 찾아온 것 같습니다.
나무에 잎사귀가 열리고 꽃이 피고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했으며
거리에는 야외 테이블들이 설치되어 사람들이 봄기운을 느낍니다.
이처럼 아름다운 계절인 봄을 위해 제작되는 스타일의 맥주가 있는데,
독일 동남부 바이에른 주가 원산인 마이복(Maibock)입니다.
마이(Mai)는 우리말로 5월로서 '5월의 복' 이란 의미가 됩니다.
5월에 양조되는 맥주는 아니고 5월이되야 독일은 본격적인 봄인지라
그런 봄을 떠올리며 만들어지는 맥주가 마이복(Maibock)으로,
많은 양조장들이 마이복(Maibock)이라는 스타일 명칭을
자신들의 맥주 이름에 그대로 사용하기도 합니다만..
몇몇 양조장은 Frühling-bock (프륄링-봄)이라 칭하고 있죠.
- 블로그에 리뷰된 안덱스(Andex)의 맥주들 -
Andechs Weissbier (안덱스 바이스비어) - 5.0% - 2010.09.08
마이복은 다른 종류의 복인 복/도펠복 등에 비하면 늦게 개발된 스타일로,
본래의 복맥주들은 어둡고 진한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복/도펠복(Doppelbock) 종류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진하고 묵직한
맥주에 딱 들어맞는 어두운 맥주로서 높은 알콜 도수를 포함하였기에
겨울시즌에 마시기 딱 좋은 맥주(Winter warmer)로 받아들여집니다.
반면 3월 이전에 양조되는 마이복(Maibock)은 겨울적 이미지보다
봄의 이미지에 맞게 설계된 맥주로서, 진하고 묵직하고 강함보다는
위의 요소들은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면서 더 생기발랄해 보이는 밝은 색상에
홉(Hop)이 더 가미되어 독일 홉 특유의 풀/허브/꽃 등의 싱그러움을 선사합니다.
알콜 도수는 6.3-7.4% 수준이라 여전히 복(Bock)으로서의 정체성은 지녔으나
어둡고 가라앉은 분위기의 도펠복(Doppelbock)같은 혹독한 겨울철의 맥주와 비교한다면
마이복(Maibock)의 재림은 봄 처럼 환영받을 싱그러운 맥주처럼 보일겁니다.
날이 더워지는 여름이 찾아오면 마이복(Maibock)에서 필스너/헬레스로 옮겨가겠죠~
필스너나 헬레스(Helles) 등의 가벼운 라거맥주들에 비해
절대적인 맥아량이 1.5 배는 더 사용되었을 마이복(Maibock)이나
보여지는 색상은 그것들과 같은 맑고 투명한 금색을 띄었습니다.
향은 아무래도 본 바탕은 복(Bock)에 해당하는지라
맥아적인 성향(Malty)이 강했는데, 밝은색 맥아에서 주로 오는
시럽/꿀/콘의 단 내와 빵/비스킷을 연상시키는 약간의 고소함이 동반합니다.
홉의 향은 아주 강하게 퍼지는 향이었다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적어도 도펠복(Doppelbock)스타일에 비해선 강하게 드러났습니다.
허브나 풀잎, 꽃과 유사한 향이 미세하게 찾아옵니다.
탄산은 주체적인 요소가 아니었고, 질감에서는 약간의 시럽/꿀이
풀어진 용액처럼 조금의 부드럽고 진득한 질감을 보여주었지만
무게감이나 질감측면에서는 금색 빛깔에 정말 어울릴만한 명랑한 분위기로
덥지도 춥지도 않은 봄의 날씨처럼 중간 수준에 위치했습니다.
맛에서 가장 먼저 감지되는 맛은 역시 맥아적(Malty) 맛으로
밝은 색의 맥아적 성향의 맥주에서 주로 찾을 수 있는 요소들인
곡물(Grain), 콘(Corn), 시럽/꿀 등의 달고 고소한 맛이 중점적으로 드러났고,
처음부터 끝까지 담백하다(Dry)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비교적 높은 맥주의 쓴 맛의 수치인 IBU(30 주변)를 가졌음에도 불구
쓴 맛은 도드라지는 면이 전혀 없으며 사실상 홉은 맛과 향에서만
살짝 기여했다고 생각되는데, 향에서 느꼈던 부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마이복(Maibock)이 아무리 봄을 타겟으로 잡고 출시되는 맥주라하나
복(Bock)이기에 맥아적인 성향이 더 짙게 드리워질 수 밖에 없는데,
오늘 마신 '안덱스 베르크복' 에선 예상보다는 홉의 활약이 적고,
생각보다는 향-질감-맛 등의 특징이 완연한 봄보다는 초봄에 어울릴 듯 했네요.
본격적인 마이복(Maibock)의 시기가 찾아왔으니, 지속적인 시음을 통해
계절의 여왕 5월에 가장 잘 맞는 마이복을 앞으로 물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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