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의 브루독(Brew Dog) 양조장의 대표 맥주인
'펑크 IPA[인디아 페일 에일]' 이 오늘의 시음대상으로서
사실은 이미 오래전에 제 블로그에 리뷰가 되었어야 하는 맥주인데,
시기를 놓치다보니 오늘에서야 시음기를 남기게 된 맥주입니다.
정식적으로 아직 우리나라에 소개되어진 브루독(Brewdog)의 맥주는 없으나
작년 겨울에 한 대형마트의 PB 상품으로 들어온 '아메리칸 더블 IPA' 가
브루독(Brewdog) 양조장에서 생산되어진 제품으로서
2013년 4월 현재 국내에서 접할 수 있는 유일한 더블 IPA 제품이죠.
그간 맥주를 마시면서 홉(Hop)의 맛이 뭔지 몰랐던 분이시라면
가격과 취향에 개의치 말고 학습차원에서 한 번 드셔보시길 권유드립니다.
제대로 응집된 엑기스 같은 강력한 홉의 풍미를 접할 수 있을겁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브루독(Brewdog) 양조장의 맥주들 -
Hello My Name Is Ingrid (안녕 내 이름은 잉그리드야!) - 8.2% - 2011.12.25
Brew Dog Hardcore IPA (브루독 하드코어 IPA) - 9.2% - 2012.08.27
Brew Dog Rip Tide Stout (브루 독 립 타이드 스타우트) - 8.0% - 2012.12.08
Brew Dog Chaos Theory (브루 독 혼돈 이론) - 7.1% - 2013.01.06
바로 위의 이미지에 적힌 브루독(Brewdog)이 남긴글을 읽어보면
'이기적이어서 우리가 마시고 싶은 맥주를 만든다' 라고 적혀있고,
예전에는 '우리 맥주를 싫어해도 개의치 않는다' 라는
문구가 펑크(Punk) IPA 의 레이블에 실려있었습니다.
오만하다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사실 상업적인 맥주에서 벗어나
새로운 맥주의 혁신을 꿈꾸는 크래프트 브루어리들에서는
일반적인 대중들에게 자신의 맥주가 쉽게 먹히지 않을 것을 알고 있습니다.
반대로 대기업 맥주 양조장들에서 그들의 페일 라거가 맛이 없다는
사람들의 의견이 나올때마다 '그것은 일부 매니아들의 의견일 뿐' 이라며
대부분의 대중들은 우리(대기업)의 맥주를 선호한다고 일축하는 경우도 위와 같죠.
결국 크래프트 브루어리 & 매니아 층 ↔ 대기업 & 대중의 관계가 성립되어
서로는 상대의 성향에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자신들의 맥주를 그리 어필하지 않습니다.
이는 최근의 이슈에서도 드러나는데, 얼마 전 한 국회의원이 발의한
'주세법 개정' 에 있어 대기업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는 견해에 관해 해당 의원은
"국내 중소(크래프트)맥주가 크면 그 경쟁상대는 수입맥주가 될 것" 이라 밝혔습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크래프트 맥주들을 경쟁자로 생각치 않는 이유로는
크래프트 맥주들의 낮은 인지도, 유통 & 취급망 열세 이에 따른 높은 소비자가 등등일겁니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현재 대기업 맥주들과 동일한 스타일로 승부를 보진 않을것이며
'세븐 브로이' 가 그랬듯 대기업에는 없는 스타일(페일 에일,바이젠)을 낼 것이라 봅니다.
크래프트 맥주가 당장 대기업의 맥주의 점유율을 심각하게 빼앗을거라고 보기 어렵지만
만약 중소 기업이 맥주의 파이를 크게 만들면 언제든지 대기업은 발맞춰 신제품을 내놓겠죠.(일본이 그러함)
그런면에선 대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개정에는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덴 일리가 있습니다.
중소 맥주기업이 살려면 물론 품질 좋은 맥주를 가능한 저렴하게
공급하는게 맥주 양조장으로서의 가장 큰 임무겠지만..
받아들이는 소비자들도 중소 기업의 맥주가 나왔을 때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어야 합니다.
작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연달아 터진 '국산 맥주 맛의 불만' 에 관한
언론의 보도로 인해 우리 국민들의 인식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여기서 제가 돌직구 성 발언을 하나 하자면.. 아직까지는 사람들이 기대하는
새로운 국산 맥주는 하이네켄,아사히,밀러 등의 해외 대기업의 라거 맥주에 머뭅니다.
앞에서 밝힌 '크래프트 브루어리 맥주 & 매니아 층 ↔ 대기업 맥주 & 대중' 이 아닌
해외 대기업의 라거 맥주 ↔ 국산 대기업 라거 맥주의 구도가 유지되는게 문제죠.
대형 마트의 해외 대기업 라거 맥주만 섭렵한 자칭/타칭의 '맥주 매니아' 가
중소 맥주 기업의 크래프트 맥주들을 접한 후 '맛도 이상한게 가격만 비싸다' 라고
외면해버리는 경우가 많아진다면 국내의 중소 맥주 기업들은 살아남기 힘들겁니다.
중소 기업 맥주를 살리자며 개인의 입맛을 강요로서 바꿀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고무적인 사실은 완전히 다른 스타일인 독일식 바이젠이
에딩거, 파울라너, 5.0(주황캔), 외팅어(노란캔) 등으로 많이 알려져
'맥주 맛이 다 거기서 거기' 라는 견해가 국내에선 사라져가고 있다는 것이며,
기타 다른 스타일의 맥주(IPA, 페일 에일)에도 관심이 옮겨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얼마나 맥주에 다양한 스타일이 존재하는지 스스로 깨닫게 된다면
중소기업 크래프트 맥주를 대하는 태도에서 분명 변화가 올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크래프트-중소 규모 맥주 양조장 문화가 발달한 미국조차도
전체 맥주시장에서 크래프트 맥주가 차지하는 점유율은 6-7%에 불과하며,
에일(Ale) 맥주의 종주국인 영국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대기업의 라거를 즐깁니다.
브루독 펑크 IPA 의 '이기적이어서 우리가 마시고 싶은 맥주를 만든다' ,
'우리 맥주를 싫어해도 개의치 않는다' 라는 라벨에 새겨진 문구들은
일률적인 대기업의 맥주만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메시지로
즉 속내는 '우리가 여러분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타협은 이정도 입니다'
'이 맥주조차 마시기 어렵고 마음에 안드신다면 인연이 아닌 것으로 하죠' 로서
브루독(Brewdog) 또한 대중들에게 크래프트 맥주를 강요하고픈 마음은 없는것이고
그들로부터 '맛/가격이 이게 뭐냐?' 라는 전후사정 파악 안 된 맹목적 비판은 사양한단 것이죠.
약간 어두운 감이 감도는 금빛에서 구리색에 걸쳐있었고
거품의 생성력은 아주 좋진 않지만 유지력은 괜찮은 편입니다.
살짝 풀/잔디와 같은 홉의 향이 코에 전달되기는 합니다만
시트러스/열대과일 계열 홉의 특징인 레몬, 자몽, 망고, 솔 등이 드러나며
맥아의 단 내나 효모의 풍미는 가리워진채 새콤한 홉의 향에 집중되었습니다.
탄산감은 조금만 존재하는 수준으로 강한 청량감을 선사하진 않았고
질감이나 무게감은 당(Sugar)의 느낌이 없어 깔끔하고 연하면서
맑고 가벼운 느낌으로 라거(Lager)맥주들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맛은 향에서와 마찬가지로 홉(Hop)의 맛 중심으로 구성되었는데,
잔디나 풀과 같은 홉의 거칠고 떫은류의 맛은 희미하게 스쳐지나갔고
이후로는 솔(Pine)과 레몬, 망고, 키위, 오렌지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새콤한 과일의 맛들로 들어차있어 맛은 상당히 단순한 편입니다.
맥아의 단 맛은 없이 상당히 깔끔하고 개운한(Dry)한 맛을 선사하고
저에게는 홉의 쓴 맛(Bitter)이 무감각하게 다가오기는 합니다만
처음 마시는 분들에게도 강렬한 쓴 맛을 주는 맥주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전반적으로 라거(Lager)맥주에 비견될 만한 마시기 편한 맥주였네요.
세계적인 돌 + I 양조장으로 유명한 브루독(Brewdog)이
대중들을 크래프트 맥주세계로 초대하기 위한 초심자용 맥주로서
만들었다는 그 기획의도가 강하게 와닿는 특징의 '펑크 IPA'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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