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대표적인 맥아 제조소 바이어만(Weyermann)에서 만든
실험적인 맥주 폴니셰스 그래쳐(Polnisches Grätzer)입니다.
그래쳐(Grätzer)는 폴란드의 Grodzisk 지역 특산 맥주로,
옛날 Grodzisk 가 독일의 지배를 받을 시 이름이 Gratz 였기에,
지금까지도 독일에서는 Gratz 의 맥주라해서 Grätzer 로 불립니다.
현재는 안타깝게도 폴란드의 Grodzisk 에서는 그들의 특산맥주
Grätzer/Grodziskie 를 생산하는 양조장이 전멸인 상태이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양조장들.. 특히 크래프트(Craft)정신에 입각하여
옛 맥주들을 복원하는데 관심있는 양조장들이 시도하는 맥주 스타일로
정말 흔치는 않지만 몇몇 제품들이 Grätzer/Grodziskie 라며 출시됩니다.
날고 긴다는 맥주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매우 희귀하고 낯선 스타일입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바이어만(Weyermann)의 맥주 -
Weyermann Bière de Garde (바이어만 비에흐 드 가르드) - 6.0% - 2013.08.08
Grätzer/Grodziskie 의 가장 돋보이는 특징은 훈연 밀맥아를
다량으로(100%) 사용하여 완성시킨 훈연 밀맥주라는 사실입니다.
Oak Smoked Wheat Malt (참나무 훈연 밀맥아)는 맥아 전문 제조소
바이어만(Weyermann)에서 이미 시장에 선보이는 제품으로서,
Oak Smoked Wheat Malt 가 일반적인 맥주들을 만드는데 있어서
그 수요가 극히 적기는 하겠지만.. 바이어만이 엄연히 취급하는 맥아로
그들이 설명하기를 Grätzer/Grodziskie 양조시 적합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크래프트 양조장에서 Grätzer/Grodziskie 를 내놓았다면
상당히 참신하고 새롭게 받아들여질테지만.. 바이어만(Weyermann)이
Grätzer/Grodziskie 를 선보였다니.. 저는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반응이 드네요.
다른 실험적인 크래프트 양조장들에서 Grätzer/Grodziskie 를 만들었다해도,
왠만해서는 바이어만(Weyermann)의 Oak Smoked Wheat Malt 를
이용했을 거라는 예상이 듭니다. 그 양조장이 직접 맥아 제조를 하지 않는 한 말이죠.
색상은 맥주 양조시 나올 수 있는 가장 밝은 샛 노란색으로
100% 밀맥아가 사용되었지만.. 절망적인 정도인
거품의 유지력과 생성력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코에 가장 먼저 닿는 향은 역시 훈연된 맥아의 향으로서
라우흐비어(Rauchbier)들과 큰 차이가 없는 훈연향으로
참나무 장작에서 훈제된 베이컨-햄-육류 등의 향입니다.
훈연향에서 발생하는 페놀(약품)스러운 향도 감지되었고,
정체를 모를 코를 찌르는 시큼한 냄새도 맡을 수 있네요.
탄산감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2.2% 밖에 안되는 맥주인지라
가볍고 연하며 당(Sugar)의 느낌과는 거리가 먼 질감-무게감 때문에
상대적으로 탄산감이 돋보이는 효과가 생겨난 듯 했습니다.
100% 훈연 밀맥아를 사용한 맥주이지만 2.2%의 도수에
질감-무게감은 라들러(Radler)수준이라 정말 쉽게 넘어갑니다.
맥아적인 단 맛(Malt Sweet)는 찾아보기 매우 어려웠던
담백-깔끔한 맛으로 무장된 Weyermann Polnisches Grätzer 로,
덕분에 훈연 밀맥아의 맛을 더욱 심도깊게 느끼는게 가능합니다.
곡물(밀)의 고소함과 텁텁함이 입에 남는 가운데,
훈연 풍미는 입에서 퍼지듯이 나타났습니다.
마치 참나무 장작을 입으로 깨문 듯한 정직한 훈연 맛,
탄산수에 Oak Chip (훈연 나무 조각)을 두세시간 넣어둔 맛으로..
맥주 맛을 구성하는 절대적 요소들인 홉-맥아-효모 등등의
풍미는 초대받지 못하고 훈연 밀맥아의 맛만 남아버린..
지금까지 맥주 시음역사에서도 이색적이고 독특했던 맥주였습니다.
그러나... 폴란드의 멸종된 Grätzer를 복원한다는 차원..
정말 희귀한 맥주를 소개한다는 목적으로 제작되었다는건 알지만..
지극히 맥주 맛으로만 평가하자면 맥주 맛의 매력은 없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