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수도원 계통 맥주들에서 자주 보이는 스타일인
트리펠(Tripel)은 벨기에 맥주가 이것저것 부재료를 넣는다는
이미지가 강함에도 생각보다는 부재료와 친하지 않은,
기껏해야 캔디 슈가 정도가 들어가는 스타일입니다.
오늘 시음할 미국 하디우드(Hardywood) 양조장의
트리펠 맥주는 복숭아가 들어간 제품입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하디우드(Hardywood) 양조장의 맥주들 -
Hardywood Gingerbread Stout (하디우드 진저브래드 스타우트) - 9.2% - 2017.07.20
Hardywood Pils (하디우드 필스) - 5.2% - 2017.10.27
Hardywood Virginia Blackberry (하디우드 버지니아 블랙베리) - 6.8% - 2017.12.25
Hardywood Singel (하디우드 싱겔) - 6.2% - 2018.02.03
2015년 5월부터 출시되어 매년 늦은 봄에 맞춰 나오는
계절맥주로 오늘 시음하는건 작년 생산된 버전입니다.
벨기에 에일 효모로 발효하여 에스테르와 페놀로 표현되는
과일이나 향신료 같은 맛을 기본적으로 깔고 가고 있지만,
탱크를 옮겨 재발효시에는 살구와 복숭아 등과 함께 묵으면서
감미로운 핵과일(Stone Fruits) 맛을 끌어냈다고 합니다.
평소 홈브루잉을 통해 복숭아와 밝은 벨기에 에일의 조합을
시도해보려는 마음이 있었다면 그 영점을 잡아줄 맥주로
하디우드 양조장의 피치 트리펠이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살구색이나 짙은 금색을 띄며 탁한 편입니다.
예상했듯이 향에서는 상당한 복숭아의 향이며,
생각보다는 인공적이지 않고 자연스레 나옵니다.
막 시큼하다기보다는 달콤한 형태의 과일이며,
약간의 알싸한 벨기에 에일 효모취가 있었습니다.
탄산기는 살짝 있는 편으로 과하게 분포해서
지나친 청량함을 주거나 무게를 낮추지 않습니다.
시음해보니 마냥 연하지는 않고 중간(Medium)수준의
질감과 무게감을 가졌지만 분위기는 밝습니다.
개인적인 맛에 대한 결론만 놓고 이야기하자면
맛들이 복잡하게 얽히고 섞여있다는 느낌보다는,
요소요소가 차례차례 딱 딱 분리되어 나온 것 같았습니다.
제가 느낀 요소요소는 복숭아 - 페놀(향신료)으로
약간의 시큼함에 감미로운 복숭아,살구류의
과실 맛이 가장 기본적인 맛으로 등장하며,
맥아의 시럽 단 맛이나 과일 잼 단 맛은 없어
꽤나 깔끔하고 개운하게 떨어지는 편이었고
홉에서 기인한 쓴 맛 수치도 25 수준이라
사실상 맥주 안에서 별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벨기에 에일 효모의 과일 에스테르는 사실상
복숭아나 살구 캐릭터에 묻어가는 느낌이었기에,
복숭아 맛과 대비되어 나타나는 맛은 정향이나
화이트 페퍼 등으로 묘사되는 효모의 페놀으로
초반에는 감미롭고 달콤하다가 후반부로 갈 쑤록
쓰다기 보다는 살짝 아리고 알싸한 성질로 마무리됩니다.
복숭아 맛은 충분히 있었으니 피치 트리펠이라 불릴만 했고
맛이 생각보다는 조금 심플한 편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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