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3년 사이에 미국식 크래프트 맥주들이 급격하게 늘어남과 동시에
알게 모르게 벨기에 맥주들도 우리나라에 활발히 진출한 상태입니다.
트라피스트(Trappist)의 수입을 시작으로 많은 벨기에 맥주들이 들어왔는데,
상당수의 벨기에 맥주 스타일이 두벨(Dubbel)이나 트리펠(Tripel) 등
수도원 기반의 맥주들에 많이 집중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벨기에에는 수도원 기반의 맥주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농촌의 농가적인 맥주도 있는데 바로 세종(Saison)스타일이 대표로,
벨기에 블론드, 브륀(브라운), 두벨, 트리펠에 비해서는 이상하리만큼
세종(Saison) 스타일은 그나마 있던 맥주가 자취를 감추는 등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스타일이 된 것 같습니다.
- 블로그에 리뷰된 노스 코스트(North Coast) 양조장의 맥주들 -
Old No. 38 Stout (올드 No. 38 스타우트) - 5.4% - 2013.10.21
Brother Thelonious (브라더 셀로니어스) - 9.4% - 2014.05.27
Pranqster (프란큐스터) - 7.6% - 2014.08.23
Old Rasputin Imperial Stout (올드 라스푸틴 임페리얼 스타우트) - 9.0% - 2014.09.06
그나마 병 제품으로 존재하는 세종(Saison)에서는 이 제품이 유일하다 싶은데,
이것도 벨기에 출신이 아닌 미국 North Coast 사에서 벨기에 풍으로 만든 제품입니다.
'검은 새(Black Bird)' 라는 뜻을 가진 르 멀(Le Merle) 맥주는
7.9% 의 세종 맥주로 얼핏 봐서는 강력한 풍미를 과시할 것 같지만..
세종(Saison)이라는 스타일 자체가 벨지안 골든 스트롱 계열 맥주들처럼
도수만 높았을 뿐 미각에 부담을주는 파괴적인 성향을 지니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밝은 색상과 벨기에 효모에서 나오는 향신료, 과일과 같은 풍미와
쓴 맛 없이 과하지 않은 선에서 맛이 표출되는 홉의 특징이 사는 스타일입니다.
탁합니다. 색상은 주황빛, 오렌지색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거품은 아주 깊진 않았지만 밀도가 끈끈하고 지속력도 탁월합니다.
향기롭다는 말이 먼저 나오는 향으로 코를 찌르거는
과일 향이라기보다는 감미로운 살구나 감귤류의 향이 풍기네요.
약간의 바나나스러운 단 내와 버블껌과 같은 향기도 인상적이며,
전반적으로 투박함 없이 향긋하고 우아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탄산은 적지는 않은 편입니다. 어느정도의 탄산감이
목청을 때림과 동시에 맥주의 무게감을 낮추는데 일조합니다.
입에 닿는 질감 또한 질척이거나 두꺼운 성향은 없이
7.9%라는 도수에 비해 매우 산뜻하고 쾌활한 느낌입니다.
맥아에서 오는 단 맛은 거의 느낄 수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며
효모에서 찾아오는 벨기에 세종 특유의 알싸한 향신료 후추 맛이 좋고
청사과, 살구, 감귤 등등의 복합 과일 맛 또한 만족스럽습니다.
홉이 IPA 마냥 직선적은 쓴 맛을 표출하고 있지는 않지만
효모의 맛이 슬슬 자취를 감추어가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는데
그 양상이 허브, 짚, 건초 등등의 약간 떫은 감도 있는 쓴 맛입니다.
세종이 농가적 맥주라고 농가의 헛간에 온 것 같은 기분도 드네요.
7.9%의 높은 도수를 지녔지만 알코올에서 오는 따뜻한 기운이나
술 맛 같은 부정적인 요소는 찾아보기 어려웠던 맥주이며,
개인적으로 세종 스타일을 좋아하기에 마음에 드는 제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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