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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맥주들/덴마크

Mikkeller 1000 IPA (미켈러 100 IPA) - 9.6%

by 살찐돼지 2015. 7. 10.


많은 사람들이 처음 맥주 양조를 시작하면서 한 번쯤 상상해봤을 장면은

'과연 IBU(홉에서 발생한 맥주의 쓴 맛 수치)의 한계는 어디일까?' 일겁니다.


하지만 맥주 양조와 홉을 다루는 방법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를 익히면서

이와 같은 생각은 점차 깨질게 되어있지만, 아무튼 미켈러(Mikkeller)라는

돌+I 성향의 맥주 양조 집단은 이러한 상상을 실제로 실현시킨 녀석들입니다.


우리가 중학교 과학시간에 배우는 용해도의 개념을 잠깐 짚어보면

일정량의 물에 소금을 아무리 많이 넣어도 용해되는 양이 정해진 것 처럼


홉(Hop)도 마찬가지로 10KG 을 넣든 100KG 을 넣든 한정된 물 양에서는

이성질화로 도달할 수 있는 IBU 는 정해져있습니다. 특히 인간이 느낄 수 있는

IBU(쓴 맛)의 한계수치는 100~120 정도로 그 이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맥주 양조 이론을 공부하다 보면 나오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블로그에 리뷰된 미켈러(Mikkeller)의 맥주들 -

Mikkeller Big Worse (믹켈러 빅 워스) - 12.0% - 2010.11.10

Mikkeller 黑 (믹켈러 흑) - 17.5% - 2010.12.20

                               Mikkeller Monk's Elixir (믹켈러 몽크스 엘릭서) - 10.0% - 2013.03.10

Mikkeller Hop Burn Low (믹켈러 홉 번 로우) - 10.0 - 2014.03.24


그렇기 때문에 1000 IBU의 IPA 라고 해서 100 IBU 에 달하는

임페리얼 IPA 들보다 10 배 쓰다는 것도 어불성설입니다.


1000 IBU 는 이러한 것들을 무시하고 산술적인 수치로만 

IBU 를 계산해서 나타낸 값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켈러(Mikkeller)가 아마추어도 아니고 이런 사실을 모르고선

1000 IPA 와 같은 맥주를 출시하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1000 이라는 수치가 주는 자극성과 똘기, 실험성이라는게

미켈러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마케팅적인 요소로 사용하는 느낌이 다분합니다.


원래는 1000 IBU 라는 이름으로 맥주가 출시되었으나

어느 시점부터 그냥 1000 IPA 라고 이름이 바뀌어졌는데,

미켈러 스스로도 오해를 줄만한 네이밍이라고 판단했나 봅니다.


아무튼 1000 IBU 가 실상은 100~120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그렇다고해서 시시해.. 그럼 안 쓰겠네라고 생각하는건 오산입니다



황토색 흙탕물에 가까울 정도로 탁한 외관을 가졌습니다.

거품은 두텁게 형성되었고 유지력도 꽤 괜찮았습니다.


향에서는 시트러스(Citrus), 풀 때기, 솔 등의 향기에

카라멜 맥아에서 오는 단 내와 고소함이 약간 있네요.


탄산은 별로 없는 편이며, 입에 닿는 질감과 무게감은

질척이고 부드러운 쪽이라고 보았습니다.

지나치게 무겁고 걸쭉한 측면까지는 아니었네요.


맛은 그냥 정직합니다. 새콤한 과일류에 풀, 솔 등이 있고

여기에 카라멜 적인 단 맛이 조금 진하게 남는 정도입니다.


문제는 맛을 느끼는게 의미가 없다는 것으로

맛을 음미할 겨를을 주지 않고 홉의 쓴 맛이 치고 올라옵니다.


송곳으로 혀를 찌르는 것 처럼 쓴 맛이 남습니다.

마치 매운 것을 먹었을 때 입이 얼얼해지는 느낌과 같습니다.

여운도 길어서 마시고 난 뒤에도 한참동안 입안에 남네요.


그렇다고 해서 임페리얼 IPA 보다 10배 쓴 맛은 아니지만

확실하게 극강의 쓴 맛을 보여주고 있었던 맥주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쓰긴 쓰고 자극적이긴 자극적임에도 불구하고

거칠게 쓰지는 않고 깨끗하면서 얼얼하게 쓰다는 인상입니다.


사실 이 정도의 스타일 파괴 맥주는 맛으로 먹는게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정말 쓴 맥주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마셔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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