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살찐돼지의 맥주 에세이

EP.8 와인앤모어

by 살찐돼지 2024. 8. 16.

맥주 학원을 8년째 운영중에 있다보니 많은 기업으로 부터 맥주 강의 의뢰를 받고 있다.

특히 원데이 맥주 시음 클래스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편인데, 진행하는 테마는 기초, 독일, 벨기에, 미국 등등

국가별 맥주 시음회로 의뢰처의 일정과 예산에 맞춰서 진행하고 있다. 출장강의도 자주 가는 편이다.

 

현장에서 맥주 시음강의가 마무리 단계에 오면 사람들로부터 이런 질문을 자주 받고는한다.

"저도 나름 맥주 좋아한다고 했는데, 오늘 나온 맥주들은 처음보네요. 어디서 구매한 건가요?"

 

지난 Ep7. 에서도 언급했듯이 사람들은 맥주를 좋아하지만 관심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맥주를 구매하는 곳은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 머물러 있고, 그곳에서 판매되는 맥주들은

소위 3캔-4캔 만원 정도로 가격이 맞춰진 대기업의 라거나 몇몇 밀맥주 위주로 구성된다.

 

그러나 예시로 삼은, 위의 사진에 나온 맥주들은 3-4캔 만원에 가격 형성이 될 수 없는 맥주들이라

편의점이나 마트에서는 볼 수가 없고 전문 맥주 샵에 가야 구할 수 있는 제품이다.

 

맥주에 크게 관심이 없고 발품까지 팔아가며 마실 의향이 없는 소비자들이라면,

스스로 맥주를 좋아한다지만 위 제품들을 처음봤다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본다.

 

그래도 현장에서 나는 답을 해줘야 하니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선 와인앤모어라도 일단 가보시지요"

 

 

와인앤모어는 신세계 L&B 에서 운영하는 오프라인 와인 매장으로

당연히 와인이 먼저 이름에 등장하여 와인이 우선시되는 주류샵이기는 하지만,

More 에 증류주나 전통주에 더불어 맥주들 또한 다양하게 갖춘 종합 주류 매장이라 할 수 있다.

 

와인앤모어가 있기 전에는 수입맥주라고 하는 것은 보통 대형마트에서 구하는 것이었다.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 마트 등이 경쟁적으로 다양한 맥주 라인업을 확보하려 경쟁하던 시기가 있었고,

그 가운데서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곳은 이마트라고 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2017년에 게시된 이마트 수입맥주 광고 영상 캡쳐)

2016년 이래로 수입맥주 라인업 구축에 힘쓴 이마트는 위와 같은 광고까지 만들며,

취급하는 맥주가 400여종이라는 것을 어필했었고, 400여종이면 기성 대기업 라거 맥주들로만 채울 수 없기에

상당수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 낯선 수입 수제맥주들로 구성되기에 이르렀다.

 

개인적으로 그시기에 성수동에서 맥주 학원을 운영했었고, 성수 이마트에만 가면

강의에 필요한 벨기에, 영국, 독일, 미국 등등의 크래프트 맥주들을 전부 구할 수 있었다.

(맨 위의 사진에 나온 맥주들도 당시 이마트에서 판매되던 제품들이었다)

 

2016년에서 2019년은 우리나라에서 수제맥주가 막 활성화 되던 시기였다.

많은 국내 수제맥주 양조장이 생겨났고, 여러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펍들이 등장했으며,

여러 수입사들이 적극적으로 해외 수입/수제맥주들을 국내에 들여오던 양적 성장의 시기였다.

 

당시 이마트의 주류 MD 들과 본사의 전략을 짐작해보건데 마침 수제맥주 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없는 맥주인지라, 매장에서 다양성을 확보하면 이것을 구매하러

많은 고객들이 이마트 매장을 방문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지 않았을까 본다.

그래서 이마트 뿐만 아니라 스타필드에 있는 PK 마켓이라는 곳에도 엄청난 라인업의 맥주들이 갖춰지게 되었다.

 

어느정도였냐면 아래에 링크를 걸어놓은 맥주들이 당시 이마트에 일반 맥주 코너에서 판매되던 맥주들이었다.

캐스케이드 상 누와(4만원대),   밸러스트포인트 인드라 쿠닌드라(2만원대),    3분수 오드 괴즈(3만원대),

브루마이스터 스네이크 베놈(9만원대),   구스 아일랜드 줄리엣(2만원대),  파운더스 리자드오브코즈(2만원대),

스트라페헨드릭 헤리지티(4만원대),  파이어스톤워커 파라볼라(1만원대),   닌카시 그랑크루 (3만원대)  등등

 

당장 기억나는 고가의 제품들만 적었을 뿐, 이것보다 훨씬 더 많으며 중간 가격(5~7천원)대 맥주들은 더 많았었다.

그럼 저 많은 생소한 맥주들이 당시 이마트에서 잘 팔렸는지 묻는다면, 어땠을 것 같은가?

 

당연히 잘 판매되지 않았고 Sour 계통이나 벨지안 쪽을 제외한 다른 타입의 맥주들은

상미기한이 1년 이내로 짧은 편이라 금새 악성재고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일반 손님들은 해당 맥주에 대한 정보도 없으며, 병당 5천원이 넘는 가격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그런 맥주 코너에는 와인코너마냥 제품을 설명-추천해 주는 전문 인력도 전무했다.      

 

해당 컨셉은 이마트에서 오래가지 못했고 2019년쯤이 되면 점차 맥주 라인업을 줄이기 시작하였다.

 

 

이마트를 비롯한 대형마트들은 4캔 만원의 범용 대기업 맥주들 위주로 자리를 찾아가게 되었고,

대신 신세계 L&B 가 운영하는 와인앤모어가 이마트의 유지를 어느정도 이어받게 되었다.

 

그래도 기본적으로 주류에 호기심이 있고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찾아오는 매장인지라,

이마트 시절의 400여종은 아니지만 병당 가격대가 고루게 분포한(3천원~5만원) 여러 수입 수제맥주들과

편의점에 들어가지 않는 국내 수제맥주 브랜드의 병, 캔 제품들도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된다.

 

와인앤모어를 한 번이라도 방문해본 사람이라면 맥주 코너를 보면 마트나 편의점과는 달리

못보던 맥주들이 냉장고에 쫙 진열되어있는 진풍경을 보게 되고 상당한 이질감을 느낀다고도 한다.

처음보는 맥주가 뭐이리 많은지 or 맥주가 이렇게 종류가 많았냐는 반응이 대부분이긴하다. 

 

2024년 가을 현재 약 30여곳의 매장이 운영중에있고 (예전보다 매장수가 줄고있다..)

부산에 1곳, 대구의 1개 지점을 제외하면 대부분 서울-수도권, 경기도에 위치해있다.

 

그래도 서울-경기권에서는 주요 거점, 번화가에 매장을 가지고 있는 편이라

사람들에게 집 주변이나 회사 주변에 와인앤모어 가까운 지점이 있다면 방문해보라 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 강원, 전라 쪽에는 매장이 없기에 해당 지역에서 강의를 하면 방문해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없다.

 

와인앤모어에서는 매달 프로모션을 열어 값이 나가는 고퀄리티의 맥주들도 행사에 포함되어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할 수 있다. 예를 들면 Hazy IPA 같은 타입의 맥주를 3캔 만원에 판매한다던가,

트라피스트 수도원 맥주 등을 한 병에 5천원대라는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기도 한다.

 

와인앤모어가 맥주에서 거의 마진을 남기지 않는 편이라, 개인이 운영하는 맥주 전문 보틀샵에 비해서는

가격이 저렴하긴해서 업계에서 고운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지만, 지극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을 수도 있다.

 

정리하면 편의점에서 벗어나 다양한 맥주를 알고 싶은 서울-수도권에 사는 사람이라면,

와인앤모어에만 방문해서 주기적으로 새로운 맥주를 마셔봐도 왠만한 스타일은 다 알 수 있는 수준이다.

 

굳이 처음부터 1만원이 넘어가는 비싼 맥주를 마실 필요도 없고, 

어느정도 맥주 스타일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할인행사 제품 위주로 병 당 5,000원 근처 제품들 위주로

도전해봐도 왠만한 고퀄리티의 제품들을 즐길 수 있다고, 나는 우리 학원 학생들에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한국맥주교육원 기초 시음강의 PPT 슬라이드 중 하나)

개인적으로 와인앤모어의 존재를 묘사할 때, 커피에 있어서 스타벅스와 같은 프랜차이즈로 비유하는 편이다.

만약 커피 엄청 좋아하고 매니아라고 자부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근데 그 사람이 마시는 커피가 항상

편의점의 캔커피 브랜드에 머물러 있다면 취향은 존중한다지만 진짜 매니아인가라는 생각이 들게 될 것이다.

 

적어도 프랜차이즈 카페는 가 보고 더 관심이 생기면 전문 커피점, 로스터리 카페, 직접 내려 먹는 등등이 수반되면

정말 커피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다라고 납득이 될 것이다. 이걸 맥주의 세계로 대입해본다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맥주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맥주에 관심은 없어서 편의점 4캔 만원에 머물러있다.

 

와인앤모어의 문턱에 가 본적도 없고 그럴만한 관심과 의지가 있는 편도 아니다. 앞서 초반에 설명했듯

기업강의에서 해당 맥주를 구하고 싶으면 "와인앤모어에라도 가보세요" 라고 본의아니게 홍보대사가 되고 있지만,

실제 그 강의가 끝나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제맥주를 사러 와인앤모어에 방문할지는 미지수이다.

 

만약 맥주가 인터넷판매가 되어 해당 강의 현장에서 인터넷 배송을 시킬 수 있는 앱이나 사이트 주소를 알려준다면,

적어도 와인앤모어를 방문해보라는 이야기보다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나마 요즘 편의점 앱에서 주류를 앱에서 결제 후

집과 가까운 매장으로 보내서 픽업하는 시스템이 발달하고 있고, 그런 앱에 수제맥주 제품이 증가하는건 사실이긴 하다.

 

어떤 방식으로든 기술이나 제도적으로 보완되어 수제맥주의 구매 접근성이 향상되는 것은 좋은 일이긴하나,

그에 발맞춰 기꺼이 4캔 만원 이상의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을 양성해내는 일 또한 수행되어야하지만,

 

현재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플레이어들은 초기 제조업 단계라는 한계 + 생존의 문제 등등으로

해당 임무가 수제맥주 업계 내에서 원활하게 수행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개인적으로는 수제맥주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는 꼭 해결해야할 미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다음 에피소드에서-

 

맥주가 더 궁금하다면 http://koreabeeracademy.com/ 

 

한국맥주교육원 (한맥원) Korea Beer Academy(KBA)

맥주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드립니다. 한국 맥주 교육원 | 수제맥주, 맥주교육, 맥주학원, 홈브루잉, 기업취미맥주학원, 창업과정, 기업단체과정, 맥주역사강의, 맥주시음행사

koreabeeracademy.com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