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래구 사직동에는 2004년 부터 운영되어오던
'리치브로이' 라는 하우스맥주 업체가 있었습니다.
국내 주세법상 2002~2014년까지 소규모 양조장은
매장내 양조설비로 만든 맥주는 외부유통이 불가하여
매장의 영업장에서만 판매되어 하우스맥주라고도 불렸는데,
2014년 이후에는 소규모 맥주 양조장들의 외부유통이 허가되어
2015년을 이래로 많은 수제맥주 양조장들이 국내에 생겨났습니다.
리치브로이 또한 부산 사직동에서 운영하던 맥주 양조장을
경상남도 양산으로 이전한 후, 캔 제품도 내고 있습니다.
(주)부산맥주라는 이름하에 나오는 수제 캔맥주들은
오륙도나 자갈치, 금정산 등등의 부산 지명을 담았습니다.
오늘 시음하는 제품인 부산 IPA 는 이름이 디테일한 지명이 아닌
말 그대로 부산이라 뭔가 메인 맥주일 것 같은 분위기를 풍깁니다.
부산 IPA 관련 (주)부산맥주의 홈페이지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부산 사나이의 넓은 속을 상징하는 깊고 강한 맛과 향을 가진 IPA
제품 설명에서 흔한 알코올 도수나 IBU 등이나 스타일 관련 설명은 없고
두루뭉실한 설명만 있으니 솔직히 마시기 전에 불안해지긴 합니다.
이 제품이 West Coast 인지 Hazy 인지 Session 인지 뭔지 알 도리가 없네요.
센스있게 맥주를 다루는 양조장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외관은 탁하며 색상은 밝은 호박색(Amber)에 근접합니다.
어렴풋한 풀, 솔, 흙, 감귤 등등의 향이 느껴졌습니다.
맥아류에서 오는 구운 빵과 같은 향도 맡을 수 있습니다.
IPA 라고 하기에는 홉의 향이 절대적으로 약한 편이네요.
탄산기는 무난하며 질감이나 무게감은 연하고 매끄러운
가벼움과 중간 바디 사이에 놓인, 편한 타입의 맥주입니다.
붉은색에 가깝게 색을 띄길래 기본적인 맥아 단 맛이
존재할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맥주 맛은 깔끔합니다.
물리는 단 맛과는 거리가 매우 멀며 희미한 카라멜 맛이 있어,
상대적으로 홉의 맛이 더 부각될 수 있는 바탕이라고 봤지만,
홉의 맛은 찾아보기 어려웠으며 의식적으로 향에서 언급한
요소들인 흙, 감귤, 풀, 솔 등등의 맛이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그 때문인지 마시고나서 남는 식빵 테두리와 같은 고소한 맛이
더 인상깊게 남는 편이며, 쓴 맛의 정도 또한 낮은 편입니다.
라거 맥주를 마시기 위해 경량급 IPA 를 만들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IPA 보다 한 단계 풍미가 가벼운 맥주인 Pale Ale 이라 하기에도
맹한 구석이 있는 맥주로 기억에 남는 맛이 구수함 밖에 없었습니다.
맥주 자체는 깔끔하게 만들어진 편이라는건 그나마 위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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