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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의 장르들

야생효모가 선물하는 즉흥적인 에일 람빅(Lambic)

by 살찐돼지 2012. 1. 22.


람빅(Lambic), 혹은 램빅이라고도 불려지는
벨기에 스타일의 에일은, 수도 브뤼셀의 서쪽지역인
Pajottenland 란 농촌지역에서 시작된 맥주입니다.

이 지역의 Lembeek 이라는 마을에서 Lambic 이란
이름이 유래되었다는 주장이 가장 설득력 있으며, 
현재도 브뤼셀과 Pajottenland 지역에서만 양조됩니다.

람빅(Lambic)은 다른 맥주들과는 확실히 구별되는
차별성을 띄는 매우 특이한 맥주로 손 꼽히는데,
이는 자연에서 부유하는 야생효모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술의 있어서 '발효주'란 효모를 발효시켜 알코올을 만든 것인데,   
맥주, 와인, 막걸리, 사케 등등이 발효주에 속합니다.

원재료와 물이 뒤섞인 원액에 효모를 투입하여 발효시킬 때,
대부분의 발효주는 원하는 특색에 맞게 설계된 배양된 효모를 사용하며
공기에 의한 세균오염을 차단하기 위해 발효시에는 산소를 철저히 차단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주류들은 품질과 맛의 일관화,
 취급의 용이함으로인한 대량생산의 장점들이 있죠.

하지만 람빅(Lambic)은 인공적으로 배양된 효모를 사용하지도,
발효시 산소를 차단하기는 커녕, 오히려 원액을 노출시켜
원액이 자연효모와 엮여 발효할 수 있도록하는 방법으로 양조됩니다.

야생효모를 사용하기 때문에 배양효모를 이용한
맥주들의 장점들을 람빅에서는 기대할 수 없으며
고르지 못한 품질, 다루기 어렵고 대량생산이 어렵다보니
대중들의 입맛에도 거리가 먼 맥주가 되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인들이 우연하게 맥주를 발견하게 된 것처럼..
벨기에 Pajottenland의 농부들도 람빅을 의도치않게 알게 되었을 겁니다.

미생물이라는 존재나 배양법등을 알 도리가 없던 벨기에의 농부들은
수백년이 넘는 기간동안 경험으로 람빅의 양조법을 습득한 것이죠.

1904년 칼스버그 양조장은 Pajottenland 지역을 터전으로 삼는 
Brettanomyces bruxellensis, Lambicus 라는 야생효모를 발견하였고,
지금은 인공배양되어 와인과 벨기에 맥주등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레드 와인이나 플랜더스 레드 에일, 람빅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강한 산미는 Brettanomyces bruxellensis 가 관여하는 것이라 합니다.

이제는 과학의 발달로 인하여 야생효모도 배양이 가능해진 탓에
몇몇 양조장들은 수고로움이 없도록 야생효모를 사용하지 않지만..
그래도 전통을 지키려는 양조장은 여전히 야생효모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람빅은 약 7:3 으로 보리맥아와 발아되지 않은 밀로 만들어집니다.
 완성된 맥즙(맥아 + 물)을 야생효모와 발효시키며
이후의 발효와 숙성은 셰리 배럴, 와인 배럴등의 밤나무나
오크나무 통에서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까지 이루어집니다. 

일반적으로 맥주들은 홉의 성질과 맥아적인 특성가운데서
어떤 것이 강하거나, 혹은 균형을 이루는지가 중요한 사항인데,
람빅에서는 홉과 맥아 모두 기본적인 역할만을 하고 있습니다.

람빅이라는 스타일은 세 가지의 분류로 나누어 지는데,
언블랜디드, 괴즈(Gueuze), 과일 람빅으로 나눠집니다.

언블랜디드는 말 그대로 숙성통에서 그대로 나온 람빅이며,
괴즈는 1년 숙성의 람빅과 2-3년 숙성의 람빅을 섞은 것입니다.


과일 람빅은 말그대로 과일이 첨가된 것으로
여기서 또 두가지 갈래로 구분되는데,
단 맛이 첨가된 Sweetened, 그리고 Traditional 입니다.

Traditional 과일 람빅은 괴즈나 언블랜디드와 같이
강력한 산미와 함께 특정 과일의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지만,

반면 Sweetened 는 칵테일 같기도, 과일 주스와도 흡사한
단 맛으로 식전 식후에 가볍게 즐기기 좋은 람빅입니다.

Sweetened 같은 경우는 벨기에의 슈퍼마켓에서도
마치 알콜 팝 음료처럼 쉽게 접할 수 있던 반면,
Traditional은 전문 맥주 취급점에서나 구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Sweetened Lambic 을 특정 바에서 접할 순 있지만..
Traditional Fruit Lambic 은 한국에서 아예 찾을 수 없죠. 


불과 열흘 전쯤 리뷰했던 칸티용 양조장 방문기에서 밝혔듯,
벨기에에서는 정말로 마셔보아햐 할 맥주들이 천지입니다.

단순히 아는 맥주가 호가든밖에 없다고 해서
그것만 주구장창 마시기에는 시간과 기회가 매우 아깝죠.

트라피스트 에일, 플랜더스 레드, 세종, 트리펠, 쿼드루펠,
거기에다가 람빅도 언블랜디드, 괴즈, 트래디셔널 과일 람빅까지..

작년 이 맘때 저는 3주간 유럽여행을 했었는데,
약 24일 중 열흘을 벨기에라는 작은 나라에 할애했지만..
벨기에 맥주를 이해하기에는 진짜 정말 역부족이었습니다.

그 만큼 Must Try 해 보아야 할 맥주가 많다는 얘기지만,
그것들 가운데서도 람빅은 꼭 마셔보시기를 바랍니다.
스스로 맥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신다면요 ~

- 이미지 출처 : 잠든 자유님의 블로그 -

아마 벨기에의 람빅과 일반 맥주들과의 관계는
전통누룩 막걸리과 개량누룩(입국) 막걸리가 될 것 같습니다.

시중에 널리 판매되는 막걸리들은 모두 입국을 사용한 막걸리로
품질과 맛의 안정화와 대량생산으로 우리에게 익숙해졌지만
 부가재료 첨가가 아닌이상 입국막걸리에 무언가를 기대하기 어렵죠.

그러나 전통누룩 막걸리는 람빅과 마찬가지로 다루기도 어렵고
맛과 풍미가 돈 벌이도 되지 않아 구하기도 어렵지만..
술을 정말로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단순한 입국 막걸리보다는
변화무쌍한 전통누룩이 빚어낸 막걸리에서 찾는 만족이 더 클 겁니다.

 유라시아 대륙 반대편 끝, 정 반대의 지역들에서 비롯한 
벨기에의 람빅과 대한민국의 전통누룩 막걸리이지만
유래나 만드는 방식이 매우 닮은 것 같았습니다.

뭐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우리나라에서 전통누룩 막걸리에 익숙해지면,
벨기에에 가서도 Real 람빅을 접했을 때 당황하기보다는
흐뭇하게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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