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가장 활발히 유통되고 있는
벨기에 맥주 Leffe(레페).
그 중 오늘 리뷰 할 버전은
레페의 흑맥주 버전이라 할 수 있는
Leffe Brune (레페 브라운)입니다.
본래 유럽맥주의 기원은
수도원의 수도사들이 제조한 것들에서
비롯되었습니다. 벨기에나 독일등지에서는
중세시절부터 그 지역의 수도사들이
수도원에서 만들던 맥주의 비법이
현재까지 내려온 맥주들이 많은데,
레페도 그 범주에 속합니다.
레페는 수도원에서 만들어졌다하여
(영:Abbey 벨:Abbaye)
애비맥주라고 불리는데,
벨기에 내에서는 애비맥주라하면
수도원에서 직접 만드는 것이 아닌
비법만 지역맥주회사에 전수 해
맥주양조를 허가하여 생산되는 맥주를
애비맥주라고 부릅니다.
다른 지역맥주회사에 전수시키지 않고
오로지 수도원 내 양조장에서만 생산하여
판매하는 맥주들은
트라피스트(Trappist) 맥주라고 합니다.
라벨 상단의 그림에서 알 수 있듯
레페는 수도원에서 만들어 수도사들이 마시던
유서깊은 맥주입니다.
레페는 세계최고 규모를 자랑하는
벨기에의 InBev 소속의 맥주인데,
스텔라 아르투아, 호가든과 함께
인베브의 벨기에 맥주들 중
항상 전면에 내세워져 광고되는 맥주입니다.
그 때문인지 레페를 한국에서 구하기 매우 쉬워졌습니다.
일단 한국 내에 존재하는 3개의 대형마트에만
방문해 보아도 레페 블론드와 레페 브라운을
2,500원에 구할 수 있으니까요.
만약 수도원에서 레페맥주의 양조를
일반 기업에게 허가하지 않았다면,
우리는 레페맥주를 맛 보지 못했을 수도 있겠네요 ;;
국내에서 달달한 벨기에 맥주로 잘 알려진 레페(Leffe)로
블론드(Blonde)에 비해 판매 지점이 상대적으로 많고
가격 할인 행사 품목에도 종종 들어가는 브라운(Brown)입니다.
레페 브라운(Brown)은 갈색-어두운 갈색을 띄는 맥주로
우리나라에서 일정 수준보다 색상이 어두우면
'흑맥주' 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레페 브라운 시음기를 살펴 보면
'흑맥주' 의 관점에서 서술한 글도 있습니다.
흑맥주 추천에 레페 브라운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그러나 먼저 '흑맥주' 가 뭘 말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씁쓸하고 탄 맛나고 거친 느낌을 흑맥주의 특성이라 하면
레페 브라운(Leffe Brown)은 그런 성향가 매우 거리가 멉니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스타우트(Stout)류에서 나타나는
고온에서 구워진 검은 맥아가 레페 브라운에는 들어가지 않으며,
(이들 검은 맥아는 에스프레소, 재, 탄 곡물 등의 맛을 냅니다)
Special B 나 카라멜 120L 과 같은 어두운 카라멜 맥아들이
레페 브라운 특유의 단 맛을 내는 재료들이기 때문에,
에스프레소 커피나 탄 곡물 등의 맛은 없습니다.
따라서 흑맥주라 불리기에는 굉장히 어색한 맥주입니다.
일단 벨기에 출신 어두운 색 전통 에일들에는
스타우트용 검은색 맥아가 거의 쓰이지 않습니다.
맥주 색상만 조금 어둡게 할 요량으로 소량 쓰는거 아니라면..
레페 브라운은 국내에 크래프트 맥주가 들어오기 전부터,
마트에서 수입 맥주가 본격적으로 뜨기 이전 시기부터,
늘 푸른 소나무처럼 언제나 그 가격에 구할 수 있던
에일이 국내에 거의 없던 시절부터 존재하던 맥주였습니다.
대형마트 기준으로 벨기에 맥주는 듀벨, 레페, 호가든(?)이 전부였고
독일 바이젠을 제외하면 상면발효 맥주 자체가 거의 없던 시절이
2009년 당시의 국내 맥주 시장이었습니다. (그나마 런던 프라이드가..)
그래서 오랫동안 싸게 싸게 벨기에 느낌을 전달해주던
효자 상품이었지만, 근래 동일한 수입원에서 다른 벨기에 맥주인
호가든의 그랑 크뤼와 포비든 푸르츠를 국내에 들여오면서,
절대적이던 입지가 다소 흔들리고는 있기는 합니다.
구관이 명관이라고 아직까지 레페의 인지도는 높으며,
그랑 크뤼와 포비든 푸르츠와 굳이 스타일이 겹치고 맞물린다면
레페 블론드가 그럴것이지 브라운은 다른 계열이라 관계 없습니다.
우선 6.5%의 수치가 보여주듯
목넘김 뒤에는 알코올의 향이
입안에서 피어오르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레페 블론드와 마찬가지로
브라운에서도 단 맛을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데,
보통 도수가 높은 맥주들이 단맛이 나기는 하지만,
많은 분들이 레페=설탕맛이라고 생각 할 만큼
단 맛이 부각되는 맥주입니다.
원료에도 설탕이 포함 되었고요.
색깔은 검지만 흑맥주에서 맛 볼 수 있는
탄 맛은 레페에선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단맛 - 약한 탄산 - 단맛 후 알코올 맛 순서로
접하게 되는 맥주인데,
상면발효 맥주라 그런지
묵직함 까지는 아니지만.. 중간정도의
무게감과 부드러움이 괜찮은 맥주입니다.
도수가 센 흑색맥주는
대중이 즐기는 스타일과는 거리감이 있지만
레페는 단 맛과 부드러움,
흑색이지만 흑맥주의 맛이 아닌 점에서
일단 접해 보기만 한다면
거부감을 가질 맥주는 아닐거라 생각이 드네요.
여성분들도 좋아 할 듯 싶고요.
하지만 단 맛나는 맥주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거리를 두는게 좋을 겁니다 ~~ㅋ
- 2009년 11월 시음 평-
당시에는 6.5%의 맥주가 매우 알코올 도수가 높아서
소위 알코올이 튄다는 식으로 받아들였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저냥 세지도 약하지도 않은 수준으로
알코올 향은 딱히 맡기가 어려웠습니다.
약간의 고소한 빵과 새콤함이 적은 검붉은 건과일류
카라멜, 초컬릿과 같은 향들이 있었으며,
약하게 정향(클로브)와 같은 알싸함도 나타납니다.
색상은 갈색상, 루비 색상을 띄었습니다.
입에 닿는 느낌은 진득하고 부드러움이 있습니다.
무게감은 그리 무겁지 않은 중간(medium Body)으로
벨기에 Brown, Bruin, Dubbel 쪽에서 기대 가능한 수준입니다.
2009년에는 마치 설탕때문에 맥주가 달다는 뉘앙스로 적었는데,
벨기에 맥주에 첨가되는 설탕이나 캔디 시럽 등등은
그런 맛과 성향들을 맥주에 부여하는건 사실이지만
비발효당이 아닌 이상 효모가 발효해버려 소멸되기에,
설탕때문에 달다는 시음평은 정확하진 못한 것 같습니다.
그냥 벨기에식 브라운(Brown, Bruin) 타입이 그런 것일 뿐.
카라멜이나 초컬릿, 무화과, 자두 등등의 맛들이 있고
탄 맛이나 텁텁한 쓴 맛 등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약간의 바나나 맛과 정향 느낌도 포착되더군요.
2009년에 제가 뭔가 머릿속이 정리가, 정립이 안되서
레페 브라운을 마시고 흑맥주 치고 안 세고
단 맛이 있어 거부감이 적을거라고 적은게
어떤 의미로 적은건지 7년이 지난 지금도 이해는 갑니다.
그때와 지금 달라진 부분이라면 저 당시 제가 기억하기로는
시음기 작성후 6.5%에 함락당해서 헤롱대던 것 같았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는 술이 늘었는지(시음을 이렇게 했는데 안 늘면..)
술을 안 마신 것 처럼 완전 상쾌하진 않지만 견딜만 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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