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스너의 원조가 체코의 '필스너 우르켈' 이라면
페일 에일의 원조는 '베스 페일 에일(Bass Pale Ale)' 입니다.
1777년 영국 페일 에일의 발원지 Burton upon Trent 에서
William Bass 라는 양조가가 이전부터 영국을 주름잡았던
검은 색 맥주들에 비해 밝은톤인 붉은맥주를 양조했던데서
영국식 페일 에일(Pale Ale)의 역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검은색에서 붉은색으로 색상이 조금 옅어짐과 동시에
기존에는 없었던 홉(Hop)의 독특한 Hoppy 한 특징이
금새 페일 에일을 유행 품목으로 만들어버렸는데,
이는 영국 뿐만 아니라 불과 양조되어진지 13년 만인
1790년에 미국에 수출될 정도이니 그 인기는 어마어마했을 겁니다.
한 때 영국에서 베스트셀링 비어로서 자리매김한 적도 있는 맥주인
'베스 페일 에일' 에는 왕년에 잘 나갔던 여러 스토리들이 있습니다.
1875년 영국 상표등록원에 처음으로 등록된 트레이드 마크가
'베스 페일 에일'의 트레이드마크인 붉은 삼각형이며,
위의 이미지인 Edouard Monet 의 1882년에 완성한 작품
Bar at the Folies-Bergère 의 오른쪽 하단을 살펴보면
베스 페일의 붉은 삼각형 로고가 그려져있는게 확인됩니다.
이외에 피카소의 작품이나 제임스 조이스의 소설에도 등장하는
한 때 정말 대단했던 '베스 페일 에일' 은 안타깝게도 2000년 이래로
세계 1위의 맥주 대기업인 안호이저-부시의 산하 브랜드가 되어,
화려한 전통을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생산되는
그저 그런 흔한 맥주로서 취급받는 신세로 전락해버렸습니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거품이 풍성해보일지 모르겠으나
오밀조밀함이 없는 쉽게 꺼져버리는 거품이 확인됩니다.
매우 맑고 선명하며 색상은 붉은 색, 호박 색을 띄었더군요.
과일같은 시트러시한 새콤한 향에 찻 잎(Tea Leaf)스러움,
지나치지 않게 피어오르는 맥아적인 단 내가 인상적이었고
향은 자극적이지 않게 은은하게 다가오는 편이었습니다.
탄산감은 적다고는 표현하기 어려웠던 수준으로서
청량감이 질감이나 무게감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수행했기에
질척임이나 부담스런 무게감과는 매우 거리가 멀었던
정말 마시기 편했던 페일 에일이었습니다.
베스 페일 에일(Bass Pale Ale)의 맛은 단순한 편이었는데,
기본으로 깔리는 맥아의 카라멜스럽고 비스킷스런 단 맛이
강한 잔당감 없는 어느정도는 담백한 수준으로 찾아왔고,
에일 이스트에서 발동하는 과일스러운 맛도 살짝만 있습니다.
홉에서 기인한 맛일지 일종의 Off-Flavor(잡미,이취)인지는 몰라도
찻 잎스러우면서도 메탈스럽기도한 거친 맛이 찾아오지만
이것 마저도 자극적임이라고는 전혀없이 잠깐 드러날 뿐입니다.
전반적인 인상은 마일드(Mild)했다는게 어울릴 표현으로
현재 영국 페일 에일의 대표라 볼 수 있는 '런던 프라이드' 와
비교해 본다면 '베스 페일 에일' 이 훨씬 무난한 편입니다.
정말 작은 부분에서 영국식 페일 에일이라는 사실을
간신히 알아챌 수 있었던 수준의 에일이라고 보았으며,
나쁘진 않았지만 본래는 이렇지 않았을거란 아쉬움이 생기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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