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4자리 숫자가 전면 라벨에 큼지막하게 적혀져
한 번 보면 잊기 힘든 영국의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
브루 바이 넘버(Brew By Number) 입니다.
나름 4자리 숫자에는 그들만의 원칙이 있습니다.
앞의 두 숫자는 맥주 스타일을 의미합니다.
01 은 세종(Saison)을 뜻하며, 21은 페일 에일,
08은 스타우트, 19는 고제(Gose) 이런식이죠.
뒤의 두 자리는 레시피 넘버입니다. 보통 크래프트 맥주
양조장들에서는 한 스타일에 같은 레시피를 고수하진 않는데,
예를 들어 IPA 맥주 같은 경우는 A+B+C 홉의 조합으로
01에 해당하는 레시피를 만들었다면, 02 레시피로
B+D+E 홉을 조합한 다른 특징의 IPA 도 내놓습니다.
세종(Saison)만 보더라도 홉 구성에 의해서,
혹은 과일이나 차(Tea), 향신료 첨가로 인해
번호가 01/09, 01/17 등으로 변화무쌍합니다.
오늘 시음하는 맥주는 01/01 이며,
Brew By Numbers 의 첫 레시피 자체가
시트라 홉으로 맛을 낸 세종(Saison)이었습니다.
01/01 을 기반으로 이곳은 영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자리를 잡게 되었습니다.
다소 탁한 밝은 금색, 레몬색으로 보입니다.
시트라(Citra) 홉 특유의 팡팡 터지는
구아바나 패션 푸르츠, 감귤 등의
새콤한 향이 과일 칵테일 마냥 나왔고,
세종(Saison) 효모에서 나온 배나 사과 같은
과일 향도 과일 같은 면모를 배가 시켜 줍니다.
텁텁하거나 떫은 느낌 없이 간결하고 상큼하네요.
탄산기는 밝고 경쾌함에 어울리게 분포했고
질감이나 무게감은 연하고 가벼웠습니다.
여름철에, 낮맥하기에 딱 좋은 성질입니다.
맥아적인 단 맛은 아주 약간의 시럽 맛으로 나오며,
담백하고 말끔한 바탕에 홉과 효모 맛이 펼쳐집니다.
향에서 언급했던 요소와 동일한 맛이
입 안에서 퍼져주는게 좋았습니다.
새콤하고 상큼하게 입 안을 장식합니다.
살짝 알싸(Spicy)한 맛이 효모는 아닌 것 같아
제품 설명을 살펴봤더니 향신료가 첨가되었습니다.
어떤 향신료인지는 기록이 되어있지는 않았네요.
뒷 맛은 약간의 고소함과 텁텁함이 있었으며,
쓰거나 독함과는 거리가 멀었던 맥주였습니다.
개인적으로 01/01 Citra Saison 의 컨셉은
맛이 있을 수 밖에 없는 조합이라 봅니다.
새콤 상큼하고 특징적인 열대과일 맛으로
크래프트 맥주 계에서 인기가 높은 Citra 홉과
발효만 잘 되면 맛있게 나오는 Saison 효모인데
두 가지가 합쳐졌으니 맛이 맹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높지 않은 도수에서 두 개성 강한 녀석들의
균형을 맞추는 일, 맛이 넘치지 않게 하는게 주효했겠죠.
더군다나 향신료까지 포함되어 뒷 맛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Brew By Number 를 영국 크래프트 맥주 시장에서
어엿한 트렌드 리더가 되게끔 이끌어준 맥주라면
대중성과 개성을 모두 갖춘게 필요했을 텐데,
그런 필요성에 적합한 맥주라고 생각합니다.
Hoppy Saison 상당히 매력적이라
저 또한 많이 만들어봤던 타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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