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각자의 길을 걷던 두 양조장이 협동하여 하나의 맥주를 만든다'
콜라보레이션은 맥주 양조장 쪽에서도 빈번히 발생하는 이벤트로
특히 유명한 양조장끼리의 협업일수록 시너지 효과가 더 큽니다.
영국(스코틀랜드)을 대표하는 크래프트 양조장 브루독(BrewDog)과
독일 바이젠의 교과서 바이헨슈테판(Weihenstephan)의 콜라보 맥주인
인디아 페일 바이젠(India Pale Weizen)은 각자의 특기를 융합한 맥주로
브루클린-슈나이더의 호펜바이세(Hopfenweisse)와 컨셉이 동일합니다.
다만 호펜바이세는 바이젠복(Weizenbock)의 베이스가 더 강했다는 것이죠.
IPA 와 바이젠(Weizen)의 슈퍼스타인 두 양조장이 만났으니
세계적으로도 꽤나 관심을 받았으며, 우리나라에서도 BrewDog과
바이헨슈테판 바이젠 모두 마실 수 있는 여건이 되었기 때문에
이 둘의 콜라보가 더 이상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게 되었습니다.
인디아 페일 바이젠(India Pale Weizen)은 맥주 스타일 상
아직까지는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용어이기는 하지만,
사실 홈브루어를 비롯 많은 양조가들이 '원칙적으로 홉이 강하지 않은
독일 바이젠 베이스에 홉(Hop)을 많이 넣으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상상은
누구나 한 번씩은 해보았을 기초적인 스타일 비틀기이기 때문에,
가칭 호피 바이젠(Hoppy Weizen) 컨셉의 맥주 개체수가 많아지면
독일 내에서는 몰라도 크래프트 쪽에서는 Black IPA 처럼
점점 독립된 맥주 스타일로 자리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브루독-바이헨에는 미국산 상큼이 홉 계열인 심코어(Simcoe)와
센테니얼(Centennial)이 사용되었다고 공개되어있습니다.
바이젠이니까 탁하며 색상은 금색, 연한 주황색을 띕니다.
거품의 생성력도 준수하며 유지력도 괜찮은 편이라 봅니다.
향은 확실히 화려합니다. 약간의 풀내와 함께 자몽, 망고는 기본이고
버블껌과 바나나, 정향, 솔 등등의 홉과 바이젠 효모 향취가 있습니다.
향에 있어서는 바이젠 효모의 흔적보다는 홉의 성향이 더 돋보였고
거칠거나 눅눅함 없이 향수처럼 향은 아름답게 뽑아냈다는 생각입니다.
탄산은 터짐이 느껴지나 거슬리는 수준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적당한 청량함을 선사했고 거기에 어울리게 6.2%의 알코올 도수이나
질감과 무게감은 산뜻하고 가벼운쪽에 가까웠습니다.
이는 확실히 바이젠복(Weizenbock) 바탕인 슈나이더-브룩클린의
콜라보레이션 조합과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역시나 맛에서도 가장 돌출되던 맛은 홉(Hop)의 맛으로
열대과일이나 솔 등과 같은 풍미가 우선적으로 드러납니다.
홉에 비해서는 다소 밀린 감은 있지만 홉의 세력이 약해지면
바이젠 효모의 바나나와 약한 정도의 정향(Clove)가 감지되며,
살짝 꿀-시럽 같은 단 맛과 함께 얌전한 홉의 쓴 맛으로 마무리됩니다.
확실히 맥주의 품질이나 완성도 측면에서는 상당히 훌륭했지만
컨셉자체가 크래프트 맥주에 닳고 닳은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브루독 vs 바이헨슈테판이라면 더욱 더 대단한 것을 기대했을텐데
도수 6.2%의 IPA + 바이젠 컨셉에서는 뭔가 부재료를 넣지 않는한
이것보다는 더 복잡한 캐릭터를 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입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할 수도 있을거라고 보는 맥주였으며
이 제품과 호펜바이세이 호피 바이젠(Hoppy Weizen) 맥주를
홈브루로 구현해보고자 하는데 좋은 교본이 될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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