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년 전, 수입맥주 시장이 요즘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던 시절에
맥주를 즐기던 매니아들에게 추억으로 남았던 맥주가 몇몇 있습니다.
벨고의 베스트말레나 한남슈퍼에서만 특이하게 취급하던 맥주들,
청담동 JYP 건물 옆 그림버겐이란 이름으로 판매하던 그림버겐 맥주 등으로
여기저기서 그림버겐이 들어온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
확실한 기약은 없이 여러 해가 흘렀고 2013년에서야 들어왔더군요.
이번에 한국으로 정식 수입된 그림버겐(Grimbergen) 맥주들은
블론드(Blonde)-두벨(Dubbel)-블랑쉬(Blanche) 세가지 종류입니다.
벨기에 출신 수도원계(Abbey Ale)인 그림버겐(Grimbergen)은
본래 수도원 레시피 기반으로 수도승들이 만들었던 맥주였으나,
상업적인 양조장인 벨기에의 Alken Maes 에게 레시피 제공한 Abbey Ale 로
Alken Maes 는 현재 칼스버그(Carlsberg)그룹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림버겐 블랑쉬(Blanche)는 벨기에식 밀맥주인 벨지안 화이트 스타일로
호가든-셀리스 화이트-신트 버나두스 Wit- 블랑쉬 드 브뤼셀-블랑쉬 다르데네 등등이
벨지안 화이트에 속하는 벨기에 출신인 국내에 수입된 맥주들로 비교대상들이 많아졌네요.
벨지안 화이트라면 오로지 호가든만 있던 시절에 비하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탁한 노란색을 띄는게 '벨지안 화이트'스러움이 묻어나오며
거품이 엄청나게 생긴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게 손가락 두께 만큼의 흰 거품이 형성됩니다.
향긋하고 새콤한 코리엔더, 레몬, 오렌지 등등의 향이 먼저 퍼지며,
뒤이어 밀과 같은 고소한 곡물 향에 소량의 시큼(Tart)한 내도 납니다.
맥아적인 단 내는 거의 찾을 수 없었고, 홉(Hop)의 향기는
코리엔더-레몬-오렌지 향 중간중간에 나타나나.. 존재감은 없습니다.
탄산은 청량한 페일 라거맥주 수준으로 강한 편이었고
질척이거나 끈적한 느낌 보다는 가볍고 상쾌한 성향으로
여름에 마시기 좋은 맥주 컨셉으로 매우 괜찮아보입니다.
묽은 느낌이 들기는 하지만.. 벨지안 화이트 스타일 특성으로
미루어 본다면 딱히 문제되는 옅은 무게감은 아니라고 봅니다.
향에서 느꼈던 사항들이 맛에서도 크게 바뀌진 않았습니다.
가장 주요했던 맛은 향신료스러운 향긋함으로서
코리엔더- 레몬 등의 맛이 제일 두드러졌습니다.
맥아적인 단 맛(Malty Sweet)은 없는 편이라 봐도 무방했지만
옅게나마 오렌지 잼, 시럽 등의 맛이 집중하니 전달되는듯 합니다.
따라서 밀과 같은 곡류를 씹는 듯한 고소함과 떫음이 은근히 출현했지만
맛을 해치는 역할보다는 향신료의 맛과 대비되는 맛으로서
맛의 다양화를 이루는 쪽으로 생각되었습니다. 없는 것 보다는 나은 거죠.
'벨지안 화이트' 라는 점을 바로 인식할 수 있는 그런 맛,
'벨지안 화이트' 에 거는 기대감에 부응하는 맛은 충분했던 맥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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