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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맥주들/미국

Heretic Gramarye (헤레틱 그레머리) - 4.4%

by 살찐돼지 2014. 9. 12.


개인적으로 올해 지금까지 국내에 들어온 맥주들 가운데서 

국내에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가장 놀라운 반응이 나왔던것이

미국 헤레틱(Heretic) 양조장의 맥주들이었습니다.


헤레틱(Heretic) 양조장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3년전인

2011년 Jamil Zainasheff 라는 인물이 세운 신생 양조장이나,

홈브루잉(Homebrewing)을 경험하고 책들을 여럿 읽으셨다면

양조장 설립자 Jamil Zainasheff 의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미국 유수의 홈브루잉 대회에서 다수의 수상 경력을 자랑하면서,

미국 홈브루잉 잡지인 Brew Your Own 의 스타일 프로필 작성자이며,


Brewing Classic Styles: 80 Winning Recipes Anyone Can Brew 을

존 팔머(John Palmer)와 함께 공동 저술 했으며,


화이트 랩(White Lab)의 설립자 Chris White 와 함께, 표지가 상당히 유명한

Yeast: The Practical Guide to Beer Fermentation 를 저술하기도 했습니다.


Jamil Zainasheff 에 관한 이야기는 쓸 것이 너무 많으니

나중에 비어포럼에 일대기에 관해 글로 따로 다루기로 하겠습니다.



올해 여름 국내에 헤레틱(Heretic) 맥주 3 종이 수입되었습니다.

그들 중 한 종류인 그레머리(Gramarye)는 우리나라에서는 희귀한

호밀(Rye)이 첨가된 페일 에일로 많은 이목을 끌었습니다.


본래 grimoire 는 마술을 쓰고 영혼 등을 불러내는 작업 등의

연습을 하는 용도로 옛날 부터 쓰이던 마술 책의 일종으로,


헤레틱(Heretic)에서 맥주의 이름으로 차용한 까닭은

호밀(Rye)이라는 재료가 맥주 계에서 충분히

마법같은 맛을 구현할 재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 합니다. 


4.4%의 IBU 28 의 페일 에일(Pale Ale)이라는 스펙은

오로지 호밀(Rye) 느낌을 살리기 위한 장치로 보입니다.


즉 카라멜 맥아나 홉에서 발생한 높은 IBU 를 통해

호밀의 마법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계획한 것 같네요.



색상은 맑은 편인 호박(Amber)색을 띄고 있었습니다.

거품의 입자는 작으며 형성도는 얇지만 지속력이 좋습니다.


카라멜스러운 단 내와 함께 홉의 시트러스(Citrus),

오렌지, 풀과 같은 향이 풍기는게 코에 와닿았습니다.


호밀(Rye)의 향은 의식적으로 느껴지기만 할 뿐

향에서 특별히 존재감있게 활약하지는 않았습니다.

약간의 곡물이나 식빵 테두리와 같은 향도 나타났습니다. 


탄산감은 많지 않고 적당한 정도였습니다.

가볍고 순하며 매끄러운 양상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수치로 4.4%의 알코올 도수라는 상대값에

비교해보다면 이 맥주는 나름 깊은 편에 속합니다.


가장 먼저 입에서 포착해내는 맛은 홉(Hop)의 풍미로

오렌지나 솔, 송진, 망고 등의 맛 등이 연상되었습니다.


이후 홉의 맛과 결합한 오렌지 잼과 유사한 단 맛이 드러나나,

입에 오래 잔존하는 단 맛은 아니고 금새 사라지기 때문에

단 맛 때문에 질척이지 않고 생각보다 담백하게 진행됩니다.


향에서는 다소 미미했던 호밀(Rye)의 활약은 맛에서 펼쳐집니다.

단 맛과 홉의 과일 맛이 서서히 물러난 후 등장하는

호밀은 그 특유의 얼얼하고 알싸한 매운 맛(Spicy)으로

미약하지만 홉의 잔존한 씁쓸함과 결합하여 뒷 마무리를 해줍니다.


카라멜 맥아의 단 맛이 스쳐지나가는 듯 나타났기 때문에

후반부의 호밀의 맛이 더 부각되는 효과가 나타난 것 같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약간 아쉬운 부분이라면 홉(Hop)의 맛이

호밀의 파워를 만끽하기에는 조금 과하다는 측면과,

아무리 호밀이 점성과 바디를 보완한다고 하더라도

알코올 도수를 너무 낮게 잡아서 맹한 느낌이 있다는 것입니다.


무게감을 올리려고 카라멜 맥아의 비율을 올렸다가는

자칫 단 맛 때문에 호밀의 맛에 훼방을 놓을 수 있으니

처음부터 알코올 도수를 5.5% 정도로 잡았으면 어땠을까? 란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모든 것을 떠나서 맥주 자체의 완성도는 상당합니다.

조악한 느낌없이 맛이 원만하게 진행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흔치 않은 호밀(Rye)을 사용한 상업 맥주이기에

맥주에 쓰인 호밀의 맛이 궁금하시다면 구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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